'하트'로 시작했다 '육탄저지'로 끝난 국민의힘 단일화 의총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입력 2025.05.09 14:03  수정 2025.05.09 14:06

9일 오전 국민의힘 의원총회, '파국' 초래

권성동 "다소 과격 발언" 사과까지 했으나

김문수 "단일화 응할 수 없어" 발언 후 퇴장

권영세 "자기 자신 버릴 줄 알아야" 일침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손을 들어올려 하트를 만들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당 지도부의 '10일 이전 단일화' 제안을 대놓고 거부하면서 의원총회가 결국 파국으로 끝났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씁쓸한 반응을 내놨다.


김문수 후보는 9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약 1시간 늦은 시간인 오후 12시경 도착했다. 당초 이날 의원총회는 11시에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 후보의 지체로 한 시간 가량 지연됐다.


의원총회 시작 전에는 김 후보가 선출 후 처음으로 의총에 참석한다는 소식에 의원들 사이에서 일부 희망 섞인 기류가 나돌았다. '극적 단일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일부 있었다. 당 지도부는 일부는 국회본청 건물 앞, 일부는 로텐다홀 입구까지 나가 김 후보를 영접하고 극진히 의전했다. 꽃다발도 건네서 함께 기념촬영도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일주일 동안 우리 후보와 의원들 사이 단일화를 둘러싸고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오늘 의총은 후보와 의원들 사이 허심탄회한 대화와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란다. 오해가 있으면 서로 풀고 하나로 똘똘 뭉쳐 단일화를 이루고 대선 승리로 나아가자"고 분위기를 풀었다.


그러면서 김 후보를 향해 "당원들과 국민들의 단일화에 대한 강한 열망 때문에 다소 과격한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며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사과드린다"고 자세를 바짝 낮췄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 다음으로 모두발언에 나선 김문수 후보는 "5월 3일 전당대회가 끝난 당일 저녁 7시 선거사무소를 찾아준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이양수 사무총장에게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말씀드렸다. 그리고 장동혁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지명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 7일까지, 연휴가 끝나는 바로 그 다음날 12시까지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신 것에 상당히 놀랐다"고 했다.


그는 "무소속 후보가 기호 2번을 달고 우리 당 자본과 인력으로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선 7일까지 단일화 돼야 한다는 논리였다"며 "그날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내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우리 당 입당도 안한 무소속 후보가 우리 당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도록 실무적으로 도와주기 위해 모든 것이 시작되고 있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후 당 지도부는 현재까지도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해 온갖 불법부당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불법이고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반민주적 행위다. 즉각 중단해달라"고 면전에서 요청했다.


또 "무소속 후보는 5월 11일 단일화를 촉구하며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 이렇게 기자회견을 했다"며 "단일화는 우리 자유진영에서 단일대오를 구성해서 경쟁력을 높이자는 건데 지금의 단일화는 나를 끌어내리고 선거에서 한번도 검증받지 않은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려는 작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런 단일화에 응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 당 지도부가 하는 '강제 단일화'는 실은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불과하다"며 "그래서 응할 수 없다. 나 김문수를 믿어달라. 내가 나서서 이기겠다. 함께 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나가려고 하자 조배숙(왼쪽) 의원이 손으로 가로막고 있다. ⓒ뉴시스

김 후보 발언을 듣고 모두발언에 나선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가 끝난지 6일 됐는데 이제라도 김문수 후보가 의총에 방문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대단히 실망스럽다. 의원들에게 얘기한 내용과 완전히 동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긴 말씀 안 드리겠다"며 "더 큰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을 버릴 줄도 알아야한다"고 덧붙였다.


세 명의 모두발언이 끝나고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김문수 후보가 퇴장하려 하자 의원들은 김 후보를 향해 큰소리로 항의했다. 일부 의원은 김 후보가 나가지 못하게 몸으로 막으며 저지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결국 자리를 떴다. 김 후보 퇴장에 따라 이날 의원총회는 잠정 정회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마치고 의총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정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단일화를 후보에게 요청했던 이유는 후보께서 이미 그런 말씀을 여러 차례 했기 때문"이라며 "4월 27일 파이낸셜뉴스 인터뷰에서 5월 10일 이전에 단일화 하겠다고 본인 입으로 스스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외에도 전당대회 직후 단일화 약속을 스물몇 차례 했다"며 "5월 10일 이전에 단일화를 해야 기호 2번을 달고 출마할 수 있어서 당 지도부가 여러 차례 걸쳐 단일화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일화 명분은 우리 여론조사 결과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와 국회의원들의 전원일치 의결"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당원과 의원 의견을 지도부가 대신해서 전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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