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힘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5.09 14:04  수정 2025.05.09 20:45

영화 ‘썬더볼츠’

5월 초 최장 6일간의 황금연휴를 보냈다. 극장가 대목으로 꼽히는 이 시기에 작년 같았으면 대형 배급사 신작들과 ‘범죄도시’ 시리즈 등이 1천만 관객들을 동원했다. 그러나 올해 극장가에서는 경기침체를 반영하듯이 이런 흥행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어벤져스가 없어진 세상에서 초능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구한다는 내용의 마블영화 ‘썬더볼츠’가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해 호평을 받고 있다.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 분)는 친언니처럼 여겼던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분)의 죽음 이후 삶의 목표를 잃고 공허함에 시달린다. 새로운 미션을 받은 그녀는 유타의 비밀 실험실에서 존 워커(와이어트 러셀 분)와 고스트(해나 존-케이먼 분), 밥(루이스 풀먼 분)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를 제거하라는 발렌티나의 명령을 받았음을 알게 된다. 한편 발렌티나 국장은 비밀리에 새 영웅인 센트리(루이스 풀먼 분)을 완성해 전례없는 막강한 빌런을 탄생시키는데, 그와 대적해야 하는 오합지졸의 히어로즈는 새로운 어벤져스로 거듭날 수 있을까.


영화는 기존의 히어로물과 다른 서사로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한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스토리텔링은 세계관 구축과 캐릭터 중심의 내러티브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각각의 히어로들은 나름의 목표가 있고 그것을 향해 달려간다. 그 과정에서 성장과 변화를 꾀하며 스토리가 전개되어 영화마다 독특한 특색을 지닌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번 ‘썬더볼츠’ 역시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 그러나 MCU에서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더 극대화시켰다. 세상을 구해주던 그동안의 어벤져스가 사라진 후, 세상을 구하기 위해 전직 스파이부터 암살자, 살인 청부업자 등 마블에는 별난 인물들이 다 모인다. 영화는 별나고, 한없이 부족하고, 상처 많은인물들이 펼치는 예측불허 팀플레이를 담았다. 이런 변화는 그동안 답습해왔던 스토리에 식상하고 질린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제공한다.


캐릭터들의 내면에 집중하는 특징을 가진다. ‘썬더볼츠’는 마블영화의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 기존에 보여줬던 액션에 심리 드라마를 결합하여 색다른 매력의 마블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영화는 기존 MCU 영화들과는 달리 우울증, 트라우마, 정체성 혼란 등 심리적인 주제로 전개된다. 특히 센트리와 보이드의 이중성은 내면의 어둠과 싸우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어린 시절 겪었던 경험, 성장과정에 받은 영향, 불행한 사건 등으로 인해 고통받는 인물들의 사연을 제시해 공허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영화는 캐릭터의 내면을 탐구해 MCU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성장과 치유의 과정도 담아냈다. 오합지졸의 히어로,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히어로들은 리더쉽을 갖춘 영웅도 없고 뛰어난 초능력도 없다. 그렇다고 팀워크를 이룰만한 밝은 성격이나 사회성도 없다. 하지만 부족하고 어리숙한 루저인 주인공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밉기는커녕 공감과 연민이 마음속에 차오른다. 히어로들은 저마다 우리와 같은 상처와 결핍을 가진 인물이고 외로운 존재다. 현대사회에서 공허함과 우울감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완벽한 영웅이 아닌 하나씩 결핍을 가진 인물들이지만 상처를 인정하고 서로를 의지할 때 진짜 영웅이 만들어지고 성장하게 된다는 것을 조명한다.


살기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영웅의 등장을 갈구한다. 히어로가 우리의 고통을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지금 세계에는 히어로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이러한 특별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들이 현재의 어려움과 고통을 해결해 준 적은 별로 없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위기에서 국가나 사회를 구한 적이 많았다. 영화 ‘썬더볼츠’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히어로가 아닌 상처와 결핍을 가진 보통 사람들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조명해 정치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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