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들의 고군분투를 통해 공감을 자아내거나 풋풋한 로맨스로 설렘을 유발하는 ‘청춘물’이 안방극장의 ‘대세’가 되고 있다. 완성도만 갖추면 국내 시청자는 물론, K-로코를 향한 해외 팬덤을 바탕으로 해외 흥행 가능성까지 열려있지만 지나치게 낮은 완성도로 ‘쓴맛’만 보는 청춘물들이 아쉬움을 유발하기도 한다.
현재 방송 중인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이하 ‘슬전의’)를 비롯해 KBS2 ‘24시 헬스클럽’, MBC ‘바니와 오빠들’, SBS ‘사계의 봄’까지. 청춘들이 사랑하고, 우정을 나누며 성장하는 청춘 드라마가 TV 드라마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의사생활을 꿈꾸는 레지던트들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스핀오프 드라마 ‘슬전의’는 메디컬 드라마에, 청춘 드라마의 서사를 접목해 흥미를 끌어내고 있다. 청춘들의 일과 사랑, 우정 그리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병원으로 풀어내며 익숙한 맛을 잘 버무린 것. 이에 최근 회차에서 6%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근성이 넘치는 ‘헬치광이’ 관장 도현중(이준영 분)이 헬린이 이미란(정은지 분)의 인생을 교정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24시 헬스클럽’을 비롯해 흑역사로 남아버린 첫 연애 이후, 갑자기 다가온 매력적인 남자들과 엮이게 된 바니의 남친 찾기 로맨스 드라마 ‘바니와 오빠들’, 케이팝(K-OP) 최고 밴드그룹의 스타 사계(하유준 분)가 팀에서 퇴출당하고, 우여곡절 시작된 대학 생활 중 운명처럼 김봄(박지후 분)을 만나 재기하는 청춘 음악 로맨스 ‘사계의 봄’ 등이 따뜻한 봄에 어울리는 가벼운 전개로 시청자들을 겨냥 중이다.
아는 맛의 익숙한 전개가 이어지지만, 클리셰를 잘 활용해 설렘을 유발하거나 또는 살짝 비틀어 재미를 자아내는 등 ‘잘’만 만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신인 배우들을 기용할 수 있어 제작비 절감에 도움이 되면서, 동시에 해외 팬덤도 구축돼 있어 내용의 탄탄함만 갖추면 국내를 넘어, 해외 시청자들의 사랑도 받을 수 있다.
전략의 다양화로도 분석되고 있다. 한때 토일, 또는 금토드라마에만 집중하며 긴축 재정에 들어가기도 했으나,최근 다시금 평일드라마를 부활시키며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성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것. 스타 캐스팅 또는 큰 제작비가 투입되는 장르물 대신,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판매가 수월한 청춘물을 통해 리스크는 줄이되, 다양한 가능성을 노리는 전략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5~6%의 ‘슬전의’가 현재 방송 중인 청춘물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청춘 드라마의 사정이 녹록지는 않다. ‘바니와 오빠들’은 0%대를 기록하며 ‘굴욕’을 당하고 있으며 ‘사계의 봄’도 첫 회 1.4%로 시작해 2회에서는 0.7%로 하락하며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로맨스에만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클리셰 활용을 넘어 유치하다는 평까지 받고 있어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두 작품 모두 시청자들 사이에선 ‘웹드라마 수준’이라는 평이 나올 만큼 완성도가 떨어지는 모양새다.
물론 해외 OTT를 통해 해외 시청자들을 만나는 데는 성공하며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사계의 봄’ 측은 전 세계 187개국에 선판매를 완료, 글로벌 팬심 사냥에 나선다고 예고했으며, ‘바니와 오빠들’ 측은 전세계 106개국에서 동시 공개된 직후, 이탈리아, 스위스, 스페인 등 세계 19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는 성과를 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려는 남는다. 아직은 시청률 평가가 필요한 지상파에서 0%대를 기록하며 ‘굴욕’을 당하는 것이 과연 드라마 시장의 긍정적인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다양한 시도와 아직은 유지해야 할 위상 사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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