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약속에도 선출 이후 '마이동풍'…김문수, 끝내 후보 지위 상실

정도원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5.05.10 06:20  수정 2025.05.10 06:20

국민의힘, 10일 새벽 김문수 후보 선출 취소

후보등록 전날까지 '비타협' 일관하다 '파국'

권성동 "'10일 이전 단일화' 본인이 말했다"

후보등록 강행하겠지만 요건 구비 '난망'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버티기 작전'을 펼치다가 끝내 '강제 단일화'를 당하면서 대선 후보 지위를 상실했다. 김 후보는 여전히 국민의힘 대선 후보임을 주장하며 후보 등록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당 비대위와 선관위의 의결로 후보 자격이 취소된 만큼 후보등록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기에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10일 0시를 전후해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어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한덕수 후보를 새로 당의 대선 후보로 재선출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김문수 후보는 자격 취소를 부인하며 여전히 당의 후보 지위에 있다는 입장이다. 전날 김 후보 측의 단일화 협상 대리인으로 나섰던 김재원 후보비서실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 지위 박탈은) 인간의 상식에 반한다"라며 "원천적으로 무효이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대위와 선관위를 통한 대선 후보 재선출 절차에 대해서는 "그게 명백히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누가 인정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서울남부지법이 전날 김 후보 측이 제기했던 '대선 후보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과 '전국위·전당대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한데 대해서는 그 결정문 중 일부 대목을 인용해 "법원도 김문수 후보를 대선 후보로 인정했다. 흔들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전날 김문수 후보 측의 김재원 실장과 한덕수 후보 측의 손영택 전 총리비서실장 등이 참석해 두 차례 진행된 단일화 실무협상이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할지를 둘러싸고 끝내 결렬되자, 협상을 지켜보던 국민의힘은 이날 0시를 전후해 비대위와 선관위를 잇따라 열어 후보 재선출 절차에 공식 착수했다.


비대위에서 먼저 '대선 후보 선출 절차 심의 요구 안건'을 의결했으며, 당 선관위에서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선출을 취소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이후 한덕수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했으며, 한 후보를 대선 후보로 등록하는 비대위 의결이 뒤따랐다.


물론 비대위와 당 선관위 의결만으로 '강제 단일화'와 한덕수 후보 지명 절차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대선 후보를 재선출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을 갖출 수 있도록 전당원 투표를 거친다. 이날 하루 동안 전당원 투표를 진행한 뒤, 오는 11일 오전에 전국위원회의를 열어 대선에 나설 후보가 최종적으로 지명될 예정이다.


이같은 파국에 봉착한 것은 김문수 후보가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수십 차례에 걸쳐 단일화를 공언했고, 한 경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후보등록일인 5월 10일 이전에 단일화를 하겠다는 말까지 했음에도 막상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 비타협적 태도로 일관했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0~11일 이틀간 중앙선관위 대선 후보등록 기간이 진행되는 가운데, 김 후보는 후보등록 기간이 시작되기 직전 마지막날에도 국민의힘 지도부 및 의원들과의 정면대결을 감수했다.


대구·부산 등 영남권을 돌며 당원간담회 일정을 가지려 했으나 현지 시·도당과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지방 일정을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진 김 후보는 9일 오전 정책 발표를 한 뒤, 현안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겠다며 정책 관련 질문 몇 개만 응하고나서 약 10분 만에 일정을 마무리하고 곧장 개인 사무실로 향했다.


이후 대선 후보 선출 이후 처음으로 의원총회에 참석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의원들 일각에서는 '극적 단일화'에 대한 기대감이 돌기도 했다.


오전 11시에 예정된 의원총회 참석과 관련해 지도부 측에 11시 30분 도착을 통보했던 김 후보는 11시 45분이 돼서야 국회로 이동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일절 답하지 않으며 오로지 출입문을 향해 직진했다.


국회에 도착한 김 후보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의 영접과 극진한 환대를 받으며 의총장으로 입장했다. 꽃다발을 건네받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단상에 오른 김 후보는 "지금 당 지도부가 하고 있는 '강제 단일화'는 실은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불과하다"며 "응할 수 없다"고 다시 한 번 단일화를 일축했다.


대화를 하자며 호소하는 의원들과 김 후보를 잡기 위해 뛰쳐나온 권 원내대표에도 김 후보는 입을 꾹 닫은 채 정면만 바라보며 홀연히 국회를 벗어났다.


권 원내대표는 김 후보의 의총장 퇴장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단일화를 후보에게 요청했던 이유는 후보께서 이미 그런 말씀을 여러 차례 했기 때문"이라며 "4월 27일 파이낸셜뉴스 인터뷰에서 '5월 10일 이전에 단일화 하겠다'고 본인 입으로 스스로 말했다"고 규탄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같은날 오후 당세(黨勢)가 약한 경기도당을 깜짝 방문해 경기도당 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단일화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6월 3일 필승"을 외치는 등 '대선 후보 기정사실화' 전략을 이어갔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법이 김 후보 측이 제기했던 '강제 단일화'를 저지하기 위한 가처분 신청 사건들을 전부 기각하면서 밤에는 단일화 협상 테이블로 이끌려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법원의 가처분 기각으로 인해 갑을관계가 바뀌게 된 당 지도부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김 후보 측이 여전히 비타협적인 태도를 보이자, 날이 바뀐 뒤 곧장 후보 재선출 절차에 착수했다.


김문수 후보 측은 중앙선관위의 대선 후보등록이 시작되는 10일 등록 절차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앙선관위에 정당의 대선 후보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정당의 대표직인 날인과 후보등록에 필요한 3억원의 기탁금 통장 등을 갖춰야 하는데, 이미 후보 재선출 절차에 돌입한 국민의힘 사무처가 이러한 것들을 구비해줄 리가 만무하다는 관측이다.


김 후보 측은 당 사무처에 공문을 띄워 선관위에 대선 후보로 등록할테니 대표직인과 기탁금 통장 제출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비대위에서 김 후보의 자격 취소를 의결한 만큼, 더 이상 당의 대선 후보라고 할 수 없어 이같은 공문을 묵살하는 형식으로 '무대응'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 측의 대표직인 제출 요구에 대해 "그것은 누군가가 달라고 해서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필요할 때 쓰려고 당에서 보관해놓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후보가 중앙선관위에 대선 후보로 등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미루어 짐작해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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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과 국민은 배신자를 용납하지 않는다 좌빨식 선동과 괘변은 보수에게는 통하지않는다는걸 
    똑똑히 보고 익혀야한다 진작에 약속대로 양보했다면 대인배로 추앙받았을텐데 나 아니면 안된다는 옹고집이 배신자 굴레만 덮어쓰고 지탄의 대상이 되었네 노욕이 화만 자처했구나
    2025.05.1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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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뭉치02
    초등생이 생각을해도 이해못할 상식을벗어난 배신행위의 결과이며 댓가이다,한마디로 몰상식한 자아이다,참으로 어이 없는자이다.
    2025.05.1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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