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문수 끌어내려지자 "청빈한 삶" 평가했는데…후보 복귀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5.05.11 06:15  수정 2025.05.11 10:58

끌어내려진 김문수에 "청빈한 삶 추구" 평가

경선 무효화엔 "홍준표 '돈 돌리도' 할 상황"

"쿠데타" 지칭하며 틈벌리기 나섰었지만…

정작 '진압' 돼버리자 급히 조준선 재정렬

민심을 청취하는 '경청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0일 경남 남해군 충렬사 이순신 장군 사당을 참배한 뒤 김경수(오른쪽) 총괄선대위원장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이 새벽에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한덕수 후보로의 '강제 단일화'를 시도하자 이것을 '약한 고리'로 보고 김 후보를 일정 부분 추어올리며 후보 교체 시도를 "쿠데타"라고 지칭했지만, 정작 그 '쿠데타'가 전당원투표에서 부결돼 '진압' 되면서 김 후보가 원상복귀했다. 민주당이 이를 어떤 식으로 평가하며 대응할지 주목된다.


김민석 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의 '강제 단일화' 시도를 겨냥해 "공당 후보를 비밀리에 내정하고 자유경쟁 공모를 차단한 히틀러·스탈린적 수법은 헌법상 정당정치를 부정한 행위로 정당 해산의 멸문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후보 등록이 아니라 정당 해산 자진 신청을 해야 한다"고 맹폭했다.


아울러 후보 선출을 취소 당한 김문수 후보를 향해 "시대착오적인 극우이지만, 청빈한 삶을 추구하며 20억 이상의 당비를 오랜 기간 꾸준히 내오다 합법적 경선절차를 거쳐 선출된 후보"라고 평가하며 "자기 당의 후보 교체 공작으로 억울하게 척살 당한 상황에 같은 정치인으로서 깊은 안타까움과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위로한 바 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김 후보를 '평가'하며 '위로'한 것은 김 후보가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에 의해 끌려내려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새벽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와 선거관리위원회의를 잇달아 열어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한덕수 후보를 단독 후보로 등록시켰다. 한 후보도 새벽에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이러한 소란 속에서 후보가 한덕수 후보로 교체되는 것을 기정사실로 보고, 국민의힘 지지층의 표심 분열을 노려 김 후보를 "청빈한 삶 추구" 등으로 일정 부분 평가했던 셈이다.


이외에도 민주당 인사들은 이날 하루 종일 국민의힘의 '강제 단일화' 소동을 가리켜 "후보 강탈 쿠데타" "전대미문의 기습적 폭거"라며 십자포화를 쏟아부었다.


신현영 선대위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야밤에 벌어진 국민의힘의 '후보 강탈 쿠데타'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며 "조폭 영화를 넘어 여기가 북한인가 하는 착각마저 일으킨다"고 힐난했다. 또한 "내란 잔당답게 쿠데타를 일으켜 내란 2인자를 옹립하는 데 한 치의 주저함도 없었다"며 "지켜보시는 국민을 두려워한다면 있을 수 없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전현희 공동선대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밤중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국힘의 전대미문의 기습적 후보교체 폭거에 대한민국이 충격에 빠졌다"며 "내란수괴 윤석열의 12·3 군사쿠데타에 이은 내란쌍권 권영세·권성동의 당권찬탈 쿠데타"라고 말했다. 이어 "경선 후보들과 당원, 국민마저 사기극에 이용하고, 쿠데타를 일삼는 반민주·반헌법 정당은 해산만이 답"이라고 단언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확정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같은 움직임에 이재명 대선 후보도 가세했다. 이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홍준표 전 대표의 고향 경남 창녕을 찾은 자리에서 최근 홍 전 대표와 통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를 교환했다는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경선에 참여했던 모든 후보가 탈락하고 밖에 있던 한덕수 후보가 옹립되는 과정에서 홍 전 대표도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점을 들어 표심을 격동시키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영남 신라벨트 골목골목 경청투어' 일정으로 경남 창녕군 창녕시장길을 찾아 홍준표 전 대표와의 통화 사실을 언급하며 "같이 할 길을 찾아야 한다"고 손을 내밀었다.


또 홍 전 대표를 두고 "귀엽지 않느냐" "재밌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운 뒤 "그분이 나와 정치적 입장이 다르고 가끔 나한테 미운 소리도 해서 약간 삐칠 때도 있긴 하지만, 그분은 변칙·반칙 같은 것들을 쉽게 용인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국민의힘 '후보 강제 단일화' 상황을 겨냥했다.


국민의힘의 김문수 후보 선출 새벽 취소 사태에 대해서는 "(홍 전 대표가) 내 돈 돌려도, 내 돈 돌려도 그럴 만 하지 않느냐"고 조소했다. 국민의힘 경선에는 홍 전 대표를 비롯한 후보들이 거액의 기탁금을 내고 들어갔는데도, 참여한 후보 전원이 결과적으로 탈락하고 한덕수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되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다만 이날 밤 국민의힘 전당원투표 결과가 부결로 나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요식행위로 여겨졌던 한덕수 후보로의 후보 교체 찬반을 묻는 전당원투표에서 국민의힘 당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지면서 후보 교체는 부결됐다. 이에 따라 홍준표 전 대표가 참여했던 경선의 효력은 되살아났으며, 김문수 후보도 후보 지위를 되찾았다.


전당원투표 부결에 국민의힘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자리를 내려놓고 사퇴하기로 했다. 권영세 위원장은 이날 밤 11시 열었던 비대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세우기 위한 충정으로 당원들 뜻에 따라 내린 결단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당원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혼란으로 당원과 국민께 심려 끼친 점 머리 숙여 사과한다.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후보 강탈 쿠데타"라 지칭했던 사태가 국민의힘 당원들에 의해 '진압' 되고 "청빈한 삶을 추구"했다는 김문수 후보가 후보의 지위로 원상 복귀하게 됐다.


한덕수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될 것으로 보고 이날 부동산 특혜 관련 의혹을 폭로하는 등 조준선을 맞췄던 민주당은 일단 일련의 소란 자체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불안하게 했다는 점으로 조준선을 재정렬하는 모양새다.


조승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때 집권당이었던 국민의힘,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이 이렇게 엉망"이라며 "그 과정에서 결정된 후보를 누가 신뢰하겠느냐"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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