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빅텐트를 세워 反이재명 전선 구축
뜻을 함께 하는 모든 분들과 연대할 것"
황교안·자유통일당 염두 아닌가 '우려'
대선 도움 안되고 당 지속가능성 흔들 수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전당원투표 부결에 따라 대선 후보 지위를 극적으로 회복했다. 김 후보는 복귀 일성으로 '빅텐트'와 '반(反)이재명 전선' 구축을 공언했다. 그런데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빅텐트가 설치될 장소와, 빅텐트 문을 걷고 들어올 '손님'이 누구인지를 놓고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10일 밤 한덕수 후보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재선출하는 전당원투표가 부결돼 자신이 대선 후보로 복귀하자 "즉시 선대위를 출범시키고 빅텐트를 세워 반이재명 전선을 구축하겠다"며 "뜻을 함께하는 모든 분과 연대하겠다"고 천명했다.
관건은 김 후보가 생각하는 '반이재명 전선'에 뜻을 함께 해 연대함으로써 '빅텐트'에 들어오게 될 인사들의 면면이 대체 어떻게 되느냐 하는 점이다.
통상 '빅텐트'란 보수정당이 취약한 중도와 호남으로의 외연 확장을 의미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중도보수론'을 내세우고, 경북 순회 중에 굳이 다부동 전투 전적지를 후보 본인이 직접 지시해 다녀올 정도로 맹렬히 중도보수의 영역으로 확장해오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이 중도와 호남으로 맞불을 놓는 게 '빅텐트'로, 그 매개는 이른바 '개헌연대'다.
전북 출신의 한덕수 후보와 광주·전남을 대표하는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중도의 대명사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개헌론자 정대철 헌정회장 등이 '빅텐트' 구성원으로 주로 거론됐던 멤버다.
그런데 5·3 전당대회 이후 일주일간 펼쳐졌던 국민의힘의 활극(活劇) 속에서 한덕수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되지 못한 것에 그친 게 아니라 내상까지 입었다. 이낙연 고문은 돌아가는 꼴을 지켜보다가 "미쳐 돌아가는 광란의 시대"라며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선거를 돕지도 않겠다"는 '대선 불개입'을 선언했다.
한덕수 후보와 회동했던 손학규 전 대표나, 한 후보를 끌어낸 정대철 회장도 운신할 공간이 사라졌다. 게다가 김문수 후보는 대통령중심제 선호론자로, 개헌에 적극적이지도 않다.
그런데도 김문수 후보가 대선 후보 복귀 일성으로 '빅텐트'를 내세웠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어쩌면 김문수 후보가 생각하는 '빅텐트'라는 게, 정치권과 국민들이 생각하는 '빅텐트'와는 전혀 다른 개념 아닐까"라며 "'단일화'라는 개념도 서로 완전히 다르게 생각했듯이, '빅텐트'로 서로 전혀 다른 것을 상상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김 후보는 그간 한 후보와 두 차례 단일화 회동을 했다. 그 중에서도 지난 8일 생중계된 국회 강변서재에서의 담판에서, 김 후보는 자신이 생각하는 '단일화'의 개념을 내비친 적이 있다. 일단 후보로 등록을 하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후보와 합치는 게 '단일화'라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후보가 구주와 자유통일당 대선 후보와 황교안 무소속 대선 후보다. 두 사람 모두 중앙선관위 대선 후보 등록 첫날인 10일 후보 등록을 마쳤다. 김 후보가 상정하는 '단일화'의 대상이 될 요건을 갖춘 셈이다.
김 후보는 지난 3일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에도,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이양수 사무총장을 상대로 '빅텐트' 단일화 대상 중 한 명으로 황교안 후보를 거론했다.
당시 김 후보가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당 지도부에 충격 받았다지만, 당 지도부도 황교안 후보를 '빅텐트' 단일화 대상으로 언급하는 김 후보로부터 만만치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당직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한덕수·이준석·이낙연과 황교안을 같은 텐트에 집어넣겠다는 발상은 범인(凡人)이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황교안 후보는 무소속 대선 후보임에도 이날 굳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 와서 김문수 후보 선출 취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편으로 구주와 후보를 대선 후보로 내세운 자유통일당은 전광훈 목사의 영향력이 짙은 정당이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에서 "교회가 깨어서 기도하고 광장에 나와서 헌신하는 게 없다면 우리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틸 수 있겠느냐"라며 "바깥에서 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희생하는 분들에 대해서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기준으로 보면 구 후보도 '빅텐트' 단일화 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김 후보가 만약 이러한 독자적인 '빅텐트' 개념을 갖고 있고, 이것을 선거운동기간에 구체화한다면 국민의힘 안팎의 우려는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빅텐트'를 지금 국민의힘이 있는 자리보다 오른쪽에 치고, 그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분들이 텐트의 문을 걷고 들어와 앉는다면, 이러한 '빅텐트'는 분명 '반(反)이재명 전선'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당장 대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중장기적으로 당의 구조를 뒤바꾸고 영속가능성을 뒤흔들 수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윤주진 퍼블리커스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를 가리켜 "김문수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사무총장 등을 지명하면, 이러다가 국민의힘이 전광훈 목사, 자유통일당에 통째로 잡아먹힐 것이라는 공포가 상당한 것 같더라"며 "수백억의 선거자금이 그들에 의해 집행되고, 그들의 극우 생태계를 살찌우는데 쓰이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실무자들의 위기 의식도 분명 있더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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