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재명, 국민의힘 '단일화 내홍' 속…'전국 51개' 시·군 민생행보 성료

데일리안 화순·해남(전남)=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05.12 00:00  수정 2025.05.12 00:00

국민의힘, '초유의 후보교체' 집안 싸움 속

李, 열흘 간 '18개 시·33개 군' 찾아 강행군

'실용·화합' 내세워 '압도적 정권교체' 호소

상대 김문수 향해 "건전한 정책 대결 바라"

민심을 청취하는 '경청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1일 전남 화순군 화순읍 인근 거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호남에서 열흘 간의 '경청투어' 대장정을 마무리 했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1일부터 방문한 지역은 모두 51개(18개 시·33개 군)다.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 단일화 문제로 시간을 허비하던 가운데,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방문하기 어려운 지방 소도시를 잇따라 찾아 지역민들과 스킨십에 나서며 민생행보를 끝마친 셈이다.


이재명 후보는 11일 전남 화순·강진·해남·영암군을 차례로 방문해 지역민들을 만나며 열흘 간의 경청투어 일정을 종료했다. 앞서 그는 지난 1일 △경기 포천~강원 고성까지 '접경벨트편'을 시작으로 △강원 속초~태백까지 '동해안벨트편' △경북 영주~충북 제천까지 '단양팔경벨트편' △경기 양평~충남 예산까지 '국토종주편' △경북 경주~경남 하동까지의 '영남신라벨트편'을 마친 바 있다.


이 후보는 이날 마지막 경청투어 일정 내내 지지자들에 '통합'과 '화합'의 정신을 강조하며 압도적 정권교체를 호소했다. 그는 첫 행선지로 전남 화순군을 방문해 지역민들과 만나 "국민이 주인으로 존중 받고, 모든 국가 역량이 국민만을 위해 쓰여지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자"며 "여러분들의 압도적인 투표 참여와 선택으로 여러분의 세상과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의 텃밭답게 이곳 전남 화순군에 모인 지지자들의 함성과 호응은 앞서 이 후보가 방문했던 지역들보다 우렁찼다. 지지자들은 저마다 '95% 믿으랑께'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4000억원 감사합니다!'라는 문구 등이 적힌 손펫말을 들고 있었고, 파란색 풍선을 흔들며 이 후보를 맞이했다. 그를 한 번이라도 보기 위해 운집한 인파들이 화순 일대 중앙로 왕복 4차선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


민심을 청취하는 '경청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1일 다산 정약용이 유배 생활을 했던 전남 강진군 강진읍 사의재를 둘러본 뒤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후 강진군을 찾은 이 후보는 청중들 앞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조선에서 주자가 어떻니, 유학이 어떻니 하면서 삼년상을 할 지, 일년상 할 지로 서로 죽이고 할 때 정약용 선생은 어떻게 하면 농사를 더 잘 지을지, 어떻게 하면 고기를 더 많이 잡을 지를 고민하고 연구한 위대한 학자"라며 "정약용 같은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 캠페인의 큰 틀인 실용·소통·통합의 정치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정약용 선생의 최초 유배지인 강진 사의재를 방문한 뒤 "(정약용 선생은) 실사구시·실용학문·실학 선구자기도 하고 연구하는데 당파를 가리지 않으면서 상대 당파와도 같이 합동 연구를 했다"며 "현대식 표현으로 좌우나 색깔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우리가 정책·국정을 할 때 편가르기를 하지 않고 사대주의 문화를 벗어나고, 독자적 문화도 주장했다"고 말했다.


실용주의를 내세운 그의 정치 철학은 땅끝마을 해남군에서도 이어졌다. 이 후보는 해남군청 일대 군민광장에서 열린 즉흥연설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겪은 고난에 비하면 내가 겪은 고난이 얼마나 대수겠느냐만은, 정말 중요한 건 공인의 자세"라며 "우리가 지금 네 편 내 편 따지고, 출신 따지고, 지역 따지고 좌우 색깔을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군중을 향해 "나라를 구할 사람이 누구냐"라고 물은 뒤, "이재명"이라는 답이 돌아오자 "감사하지만, 헛다리 짚으셨다. 나라를 구할 사람은 국민"이라며 "작은 차이를 넘어 힘을 합치고, 힘을 합쳐서 새로운 세상, 국민이 존중받고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 국가가 존재하는 나라, 진정한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자"고 통합을 기조로 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자 이 후보와 함께 해남을 찾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그를 '제2의 김대중'이라고 지칭했다. 전남 해남·완도·진도에 지역구를 둔 5선 중진 박지원 의원은 광장 연단에 올라 이재명은 제2의 김대중"이라고 했고, 서울 마포을에 지역구를 둔 4선의 정청래 의원은 "김대중이 이재명이다. 이재명이 김대중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심을 청취하는 '경청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1일 전남 해남군 해남읍 인근 광장에서 군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 후보는 이날 경청투어 마지막 일정인 영암군에서도 '편가르기 정치' 중단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전라도 사람은 전라도 사람, 경상도 사람은 경상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고, 경쟁할 순 있다"면서도 "그러나 색깔이 빨간색이니 파란색이니, 좌측이니 우측이니, 진보니 보수니 해서 싹 죽여 없애버리려고 하는 것은 절대로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다만 '12·3 비상계엄' 사태의 촉발과 이를 방관한 정치인에 대한 사과 촉구와 책임 규명을 위한 의지는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영암군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날 자정께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김문수 후보가 확정된 것과 관련 "그렇게 엉터리로 후보 교체를 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데, 그래도 후보가 선출됐다고 하니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날 대선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교체하는 안건을 전당원투표에 부쳤지만, 부결됐다. 이로써 김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위를 회복했다. 김 후보는 곧장 이튿날인 11일 오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공식 등록하고 한 전 총리는 결과에 승복하며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사태가 일단락됐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나는 국민의힘 또는 김문수 후보가 해야 할 가장 첫 번째 일은 국민의힘과 그 1호 당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총부리 들이댄 내란행위에 대해 먼저 석고대죄부터 해야 한다고 본다"며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이 김 후보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봤는데, 그러기 전에 국민에게 사죄부터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헌정파괴 행위에 동조한 것에 사과부터 해야한다. 내란동조 세력, (즉) 국민의힘에 내란을 비호하는 후보를 (선출)해서 어떻게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할 수 있느냐"라며 "어쨌든 김 후보가 후보로 확정된 것을 축하하고, 어떡하면 국민의 삶을 개선할 것인지, 이 나라를 더 나은미래로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해 발전적이고 건전한 정책 대결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는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출정식을 갖고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선거운동 기간 중 유세 콘셉트는 '경청'과 '통합'으로 설정됐다. 광화문에 이어 오후에는 경기 성남 판교와 화성 동탄, 대전을 차례로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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