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화하자”에 젤렌스키 “15일 튀르키예서 기다리겠다” 수용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05.12 07:32  수정 2025.05.12 07:32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튀르키예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앞서 우크라이나에 1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협상을 재개하자고 제안한 것을 받아들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나는 목요일(15일) 튀르키예에서 푸틴을 기다릴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이번엔 러시아인들이 핑계를 찾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 “오는 1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협상을 재개하자”는 푸틴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한 것이다. 그는 “협상의 목적은 분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역사적 관점에서 장기적 평화를 확립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와 진지한 협상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도 X에 젤렌스키 대통령 게시글을 공유하며 “진정한 지도자는 이렇게 행동한다. 누구, 무엇 뒤에도 숨지 않는다”고 말한 것까지 고려하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회담장에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직접 협상 제안에 대한 러시아와의 협상이 휴전이 선행돼야만 가능하다는 게 입장이다. 그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X에서 “러시아가 마침내 전쟁 종식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이고 전 세계는 이 순간을 매우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면서도 “전쟁을 진정으로 종식하는 첫 번째 단계는 휴전으로, 단 하루라도 살상을 계속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입장을 바꾼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의 직접 대화에 동의하라고 압력을 가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 소유의 SNS 트루스소셜에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휴전 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려 하지만 대신 목요일 튀르키예에서 대학살 종식 가능 여부를 협상하기 위해 만나려 한다”며 “우크라이나는 즉시 이에 동의해야 한다”고 올렸다.


이날 푸틴의 직접 협상 제안에 젤렌스키가 관심을 보였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미 국무부는 마코 루비오 장관의 튀르키예 방문 일정을 발표했다. 표면적인 목적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외무장관 비공식 회담 참가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 협상에 배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나라 사이에 지지부진하던 휴전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협상 수용 소식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위대한 날일 것”이라며 “끝이 없는 ‘피바다’가 끝나고 수십만명의 생명을 구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 나는 그것을 위해 양측과 함께 계속 일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실질적인 제재를 피하기 위해 대화하는 시늉만 하면서 시간을 끄는 푸틴 대통령 특유의 기만술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성 발언이 나올 때마다 부활절 30시간 휴전, 전승절 72시간 휴전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회담을 제안하면서도 서방이 내놓은 30일 휴전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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