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서 관세 각각 115% 인하 결정
다만, 90일 유예기간...양국 협상 지속 전망
韓 재계 "한미 협상서도 '원만한' 합의 기대"
미국과 중국이 갈등 봉합 국면에 들어섰다. 강대강 대치가 지속될 경우 양국 경제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란 위기감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극한의 갈등 속에 있던 양국이 전향적 태도를 취하며 타협점을 찾은 만큼, 한국 경제계는 다가올 한·미 협상에서도 '원만한' 합의에 도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한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를 향후 90일 간 115%포인트(p)씩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율은 145%에서 30%로, 중국의 대미 관세율은 125%에서 10%로 크게 낮아졌다. 양국은 보복성 관세 부과 등 무역 분쟁이 본격화하기 이전 수준으로 관세율을 돌렸다.
미국과 중국이 전향적 태도를 취하며 진전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던 데는 강대강 대치가 지속될 경우 양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만 남기며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
물론 협상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양국의 합의에는 '90일 유예'라는 조건이 붙었다. 미중은 이 기간 추가 협상을 이어가며 최종 관세율을 확정할 방침이다.
"최악의 상황은 면해"
90일 간 양국의 협상이 지속되겠지만, 우선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미중 양국이 큰 틀에서 관세 철회 및 유예키로 하고 후속 협상을 이어나가기로 하면서 최악의 대치 상황을 벗어났다"며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글로벌 수요의 급감과 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돼 긍정적 측면이 많다"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은 영국과의 무역협상도 타결한 바 있다. 영국은 미국산 소고기, 가금류, 에탄올, 청량음료, 시리얼 등 다수의 농축산 및 가공식품에 대한 미국의 시장 접근을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은 그에 대한 대가로 영국산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부과된 관세를 일부 인하하기로 했다. 다만,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10%의 기본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 '네고' 가능하다는 시그널"
중국에 가장 공격적인 관세 부과 정책을 보였던 미국이 유화책을 꺼내들며 합의에 도달한 만큼, 한국 역시 관세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재계는 영국에 이어 중국까지 원만한 합의를 도출한 만큼, 언제든 협상을 통해 관세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대를 모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양국이 꺾지 않을 것 같았던 스탠스(자세)를 낮추면서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여전히 유예기간이 있지만, 이는 미국이 전세계에 '네고'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시그널인 것 같다. 기업 입장에서는 다가올 한미 협상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정된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새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 있었다. 반도체, 가전, 완성차, 철강 등 한국을 지탱해온 산업계는 주요 생산 거점으로까지 확대된 관세 부과로 생산기지 이전부터 가격 인상까지 고려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해왔다. 일례로 재계 맏형인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불확실'이라는 단어를 20번 언급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실적발표에서 4회 언급한 것과 비교된다.
재계 "관세 불확실성 해소 기대"
재계의 시선은 이주 내로 방한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우리 정부의 고위급 회담에 쏠린다. 그리어 대표는 오는 15~16일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그리어 대표와 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차기 정부의 협상 초석을 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도 조선과 방산, 에너지 등 미국이 원하는 카드를 여럿 쥐고 있는 만큼 앞으로 진행될 한미 협상에서 상호관세 뿐 아니라 품목관세 인하를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협상만 잘 되면 많은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기대해볼 점"이라고 밝혔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영국 사례에서 보듯,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도 상호관세 10%를 하한으로 하고 일부 품목만 예외나 저율 할당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의 '선별적 양보'를 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농축산물, 에너지, 항공기, 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추가 시장 개방과 비관세 장벽 완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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