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지수 장기 정체...2분기 수익성 둔화 전망
업계 관세 및 시황 변동 대응,...체질전환 나서
HMM·팬오션, 벌크·LNG 중심 수익기반 다변화
국내 해운업계가 1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긴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글로벌 관세 불확실성으로 주요 노선의 물동량이 감소하고 해상 운임도 장기 정체에 빠진 영향이다. 미·중 관세 전쟁이 잠정 휴전에 들어갔지만 업계는 수익원 다변화와 신규 노선 확충 등 사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운송 운임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주 기준 1345.17로, 7주 연속 1300대에 머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조치가 물동량 축소로 이어지면서 지난해 연평균치(2506)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철광석·석탄 등 원자재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도 부진하다. 지난주 BDI는 1299포인트로 전주 대비 8.6% 하락했다. 대형 벌크선 운임이 18% 감소하며 전체 하락세를 이끌었다. 시황 지표들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해운업계의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해운사들은 1분기까지는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1분기 현대글로비스는 전년 동기 대비 30.4% 증가한 501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팬오션은 15.4% 늘어난 1133억원을 기록했다. HMM은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에프앤가이드 기준 증권사들의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영업이익 5971억원으로 46.7%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실적 전망이 다소 어두워지고 있다. HMM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717억원으로 전년 대비 42.3% 감소가 예상된다. 팬오션도 전년보다 12.8% 줄어든 1178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서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HMM은 운임 지수와 실적 간 시차, 고환율 영향으로 양호한 1분기 실적이 예상되지만 최근 미·중 무역 전쟁으로 컨테이너 선적 취소 사례가 발생하는 등 수요 둔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면서 “중단기 컨테이너 시황 전망은 보수적 관망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중국과의 협상에서 상호 관세를 90일간 낮추기로 했으나 업계는 여전히 높은 변동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해운사들은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수익 기반을 재정비하고 있다.
HMM은 컨테이너 중심 구조를 탈피해 벌크선 비중을 확대 중이다. 회사는 SK해운 일부 부문 인수를 추진하면서 2030년까지 벌크선 110척 확보 및 관련 매출 3조32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규 항로 개척과 원가 절감도 병행하고 있다.
팬오션은 액화천연가스(LNG선)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1분기 LNG선 사업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20% 증가한 315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28%를 차지했다. 이는 변동성이 큰 벌크선 대비 장기계약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원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특수화물 운송과 항공물류 확대를 통해 신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에어인천 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에 자금을 투입하며 항공물류 경쟁력 강화에 나섰고 비계열 매출 확대와 선대 운영 효율화도 병행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운사들이 수익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운송 품목과 노선, 선형을 다변화해 시황 충격에 대응하려는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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