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해 손 잡은 롯데시네마·메가박스, 한국 영화산업 구원투수 될까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5.14 08:48  수정 2025.05.14 08:48

대형 자본 결합에 기대와 우려 교차

국내 멀티플렉스 업계 2, 3위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전격적인 통합을 발표했다. 한동안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두 기업이 생존을 위한 '빅딜'을 선택하면서, 코로나19 이후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던 한국 극장 산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양사의 합병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영화 시장은 팬데믹 이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극장 매출은 1조19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5.3% 감소,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평균 대비 65.3% 수준에 머물렀다. 관객 수 역시 2억 명에서 1억 2313만 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위축된 시장 속에서 무리한 경쟁을 지속하기보다 힘을 합쳐 생존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판단이다.


재무 상황 역시 합병의 불가피성을 보여준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는 베트남 시장 매출 급증 덕분이었다. 국내 극장 사업만 보면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메가박스는 같은 해 134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5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수년간 극장 관객 수 감소와 OTT 시장의 급격한 팽창으로 경영난을 겪어온 양사는 결국 스크린 수 1682개를 보유한 통합 1위 사업자로 재편되며, 1345개의 스크린을 가진 CJ CGV와 2강 체제를 형성하게 됐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극장 사업뿐 아니라 영화 투자·배급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노린다.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가 각각 보유한 IP와 제작 노하우를 결합해, 콘텐츠 투자 확대와 수익 개선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OTT가 제공할 수 없는 극장만의 몰입형 경험을 앞세워 특별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러나 합병이 곧바로 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OTT를 통한 영화 관람이 일상이 된 지금, '슈퍼 IP'라 불리는 검증된 원작이나 극장 관람만의 독보적 체험을 제공하지 않는 한 관객을 불러들이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느냐다.있다. 관객이 없으니 투자가 줄고, 투자할 만한 콘텐츠가 없으니 다시 관객이 끊기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번 합병은 단지 국내 시장만의 현상은 아니다. 해외 극장 체인들 역시 몸집 줄이기에 나섰고, 콘텐츠 산업 전반으로 보면 국내 OTT 플랫폼인 티빙과 웨이브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 중이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춘 재편이라는 측면에서는 당연한 흐름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을 두고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극장과 투자배급 양쪽 모두를 쥔 대형 자본의 독과점 우려"라는 비판이 교차한다. 또한 통합 이후 브랜드 일원화, 중복 지점 정리, 노후 시설 리뉴얼, 외부 투자 유치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극장 산업의 장기 침체와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이번 합병은 분명 국내 영화산업에 변곡점이 될 사건이다. 문제는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콘텐츠 경쟁력과 관객 경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달렸다.


한 영화 관계자는 "양사가 IP와 제작 역량을 결합해 콘텐츠 투자 확대와 재투자를 예고한 만큼 기대도 크지만, 이것이 과연 산업 전반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대형 자본과 스크린 점유율이 커질수록 시장 독식 우려도 커지기 때문에, 수익성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장기적 비전을 세우고 한국 영화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까지 고민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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