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수주 전략 강화…연이은 재입찰 무산
애 먹는 시공사 선정…서울 핵심지에만 몰려
삼성·현대, 한남 4구역 이어 압구정 2구역 ‘리턴매치’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지만 사업지별로 온도차가 심화되는 분위기다.
연이은 유찰에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서울 내 핵심 사업지에는 건설사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1~2위를 다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연초 한남 4구역에 이어 압구정 2구역에서도 리턴매치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사비 인상 및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재개발·재건축 수익성 하락으로 건설사들이 무리한 수주전을 자제하면서 수도권 정비 사업이 줄줄이 유찰되고 있지만 용산과 압구정 등 핵심지역에서는 여전히 대형사들의 뜨거운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시공사 선정 입찰서 건설사 간 경쟁 무산…수의계약 대세
올해 1~4월 시평 기준 상위 10곳의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으로 수주한 금액은 14조7122억원으로 벌써 지난해 연간 수주액 27조8702억원의 절반을 넘어선 상태다. 건설사들이 출혈 경쟁을 피하고 선택과 집중에 나서면서 경쟁 입찰보다는 수의계약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강남권에서도 1조5000억원 안팎의 사업 규모로 경쟁입찰이 예상됐던 송파구 잠실우성 1·2·3차와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사업은 시공사 입찰이 유찰되면서 수의계약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두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을 진행했는데 잠실우성 1·2·3차 사업에는 GS건설이, 개포주공 6·7단지 사업에는 현대건설이 각각 단독 응찰하며 유찰됐다.
이미 두 건설사가 1차 입찰 때에도 단독 응찰하며 두 차례 유찰이 된 만큼 수의계약 전환의 길이 열려 건설업계에선 GS건설과 현대건설의 무혈입성을 점치고 있다.
강북권에서도 연이은 유찰로 부침을 겪는 사례가 나왔다. 지난 12일 총 사업비 6217억원 규모 중구 신당 10구역 재개발 조합은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했으나 GS·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단독 응찰해 최종 유찰됐다.
신당 10구역은 2023년 말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이후 지난해 9월부터 올해까지 네 차례에 걸쳐 입찰을 진행했으나 끝내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4차 입찰 때 단독 응찰한 GS건설·HDC현산 컨소에 수의계약 기회가 돌아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건설사 ‘옥석가리기’ 심화…용산·압구정에선 치열한 수주전
반면 용산과 압구정 등 서울 핵심 지역에서는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지고 있다. 내달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서울 용산 정비창 전면 1구역 재개발은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이앤씨가 치열한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하반기 시공사 선정을 앞둔 압구정 2구역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리턴매치가 예상된다. 압구정 2구역은 신현대 9·11·12차 3개 단지를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내달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내고 9월 총회에서 시공사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역 내 재건축 6개 구역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앞서 양사는 올해 초 압구정 정비사업 수주의 전초전이었던 용산구 한남4구역에서 치열한 수주전에 나섰고 결국 삼성물산의 승리로 끝났다. 이에 삼성이 연이어 승리를 가져갈지, 현대라는 이름을 지키려는 현대건설이 설욕할 수 있을 지가 향후 수주전의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벌써부터 이 사업에 사활을 걸고 홍보를 위한 사전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과의 연고를 강조하며 ‘압구정 현대(압구정 現代)’, ‘압구정 현대아파트(압구정 現代아파트)’ 등 4건의 상표권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2월부터 상표권을 출원하고 우선 심사를 진행해 왔으며 해당 절차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자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하기도 했다.
삼성물산도 압구정에 프라이빗 라운지 ‘압구정 S라운지(S.Lounge)’를 개관하고 일찌감치 래미안 브랜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프라이빗 라운지를 통해 삼성물산의 시공 역량을 알리고 압구정 재건축 조합원들과의 접점도 넓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저마다 무리한 출혈 경쟁을 피하면서 하반기에 있을 핵심 단지 수주에 전력을 쏟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며 “특히 앞으로 압구정뿐만 아니라 여의도와 성수 등에서 시공사 선정이 예고돼 있기 때문에 유리한 위치를 먼저 차지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들 지역은 서울에서도 상징성이 큰 곳들이다 보니 이런 핵심 사업지에서는 건설사들이 수주전도 불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