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론 정치 통합, 안에선 사법부 압박…민주당의 '두 얼굴 전략'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05.14 04:05  수정 2025.05.14 04:05

과반 의석 민주당, 국회서 대법원 파상공세

입법·행정·사법 '삼권장악'…일각의 우려에

"삼권분립보다 국민 주권이 훨씬 더 중대"

이재명, 선거유세서 "좌·우 없다" 통합강조

국회의사당 전경 ⓒ데일리안


6·3 조기 대선이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두 얼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선거 유세에 나선 이재명 대선 후보는 외연에서 '정치적 통합'을,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국회에서 '사법부 압박'에 나서는 형국이다. 만약 민주당이 정권교체에 성공할 경우, 기존 입법권에 이은 행정권과 사법권을 틀어쥐게 돼 삼권분립 체제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 등이 14일 예정된 '대선 개입 의혹 진상 규명'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특검법과 대법관 증원법, 재판소원법 등을 처리하겠다며 압박을 가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이러니 국정조사도 필요하고 특검도 하자는 말에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7일 전체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 개최 안건을 강행 의결했다. 대법원이 이 후보 선거법 사건을 신속 심리·선고해 사실상 대선에 개입했다는 이유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 등은 지난 12일 국회에 불출석 의사를 전달했다.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이 청문회에서 법원 외부의 질문에 답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위원장은 "청문회에 앞서 사법개혁 법안들을 법대로 절차에 맞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사법개혁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법과 법원조직법 및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다. 특검법은 조 대법원장이 최근 이 후보의 선거법 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한 데 대한 선거 개입 의혹 규명이 골자다. 다만 이를 당론으로 추진할 지 여부는 아직 검토되지 않았다는 게 당의 입장이다.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이 지난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대법원의 위상을 사실상 헌법재판소 아래로 두는 법안이다. 우선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대법원장을 포함해 현재 14인인 대법관을 대폭 증원하는 내용이다. 대법관 수를 30인에서 최대 100인으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또 헌재법 개정안은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유에 '법원 재판'을 추가하는 것으로, 현재 금지돼 있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게 하는 내용이다. 헌재가 대법원의 판결까지 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현행 3심제가 헌재를 최고 재판부로 하는 4심제로 재편 될 가능성이 있다. 1948년 제헌헌법 제정으로 구축된 사법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회 과반 의석으로 입법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이 특정인 재판을 이유로 사법부 압박에 나서는 데 대해 삼권분립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만약 민주당이 집권하게 될 경우, 입법·행정권을 비롯한 사법권까지 아우른 '삼권장악' 의지를 비추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주권'을 앞세워 이같은 정치권 일각의 우려를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삼권분립이 국민주권 위에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조승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전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권분립은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으로 이해되고 간주되는 것"이라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국민주권은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열고 이 후보의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이 국민주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삼권분립보다 더 큰 것은 국민주권이고 이를 기본 이념으로 하는 헌법정신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지, 다른 모든 가치보다도 삼권분립이라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삼권분립 자체는 분명히 존중돼야 하지만 그것은 국민주권이라는 토대 위에 서 있고, 그것이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구미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민주당이 국회에서 사법부를 압박하는 한편, 이 후보는 대선 공식 선거유세 현장에서 꾸준히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공식 선거운동 이틀 째인 전날 민주당의 험지로 꼽히는 대구·경북을 찾아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금은 색깔과 진영을 가릴 때가 아니라, 일 잘하는 사람을 선택할 때"라며 "김대중의 정책이든 박정희의 정책이든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옳은 길"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경북 구미역 광장 집중유세에서 "진영이나 이념이 뭐가 중요하냐.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떠냐"라며 "유치하게 편가르기, 졸렬하게 보복하기 같은 일은 하지 말자. 상대방을 제거하겠다고 쫓아가서 뒤를 파고 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전날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이제부터 진보의 문제는 없다. 이제부터 보수의 문제란 없다. 오로지 대한민국의 문제, 국민의 문제만이 있을 뿐"이라며 '국민통합론'을 펼쳐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은 국회 내에서 사법부에 대한 압박을, 이 후보는 국회 밖에서 통합을 강조하는 역할 분담을 통해 '두 얼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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