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도박 스캔들로 메이저리그(MLB)에서 영구 제명됐던 '안타왕' 고(故) 피트 로즈가 복권됐다.
MLB 사무국은 14일(한국시각) 로즈 등 17명의 영구제명 징계 효력이 정지된다고 알렸다. 1919년 ‘블랙삭스 스캔들’에 연루된 조 잭슨 등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 8명도 영구제명에서 벗어났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영구제명은 정직성과 공정성을 위협하는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며 “사망자는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기에 사망하면 사면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야구팬들은 “로즈가 죽어서 살아났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사후 8개월 만에 극적인 복권을 이뤘다.
로즈는 1963년부터 1986년까지 MLB에서 활약하며 역대 최다 경기 출장기록(3562) 및 최다 안타기록(4256)을 세웠다. 통산 타율 0.303 160홈런 1314타점. 1973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고, 세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전설적인 선수다.
그러나 신시내티 레즈 소속 시절 선수, 감독이었을 때 소속팀 경기에 베팅한 혐의가 확인돼 1989년 MLB에서 영구 추방됐다.
영구 제명 이후 로즈는 줄곧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신시내티 감독 시절 자신의 팀 경기에 돈을 걸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모두 팀 승리에만 베팅했다고 주장했다. "돈을 따려고 일부러 경기를 지려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1997년부터 꾸준히 복권을 신청했지만, MLB 사무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에도 로즈와 그의 가족이 여러 차례 복권을 요구했지만 MLB 사무국은 거부했고, 지난해 10월 로즈는 심혈관 질환으로 83세 나이로 사망했다. 그리고 타계한 지 8개월 만에 극적으로 복권됐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뜻대로 됐다.
로즈의 팬이라고 수차례 밝혔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SNS 등을 통해 MLB 사무국이 로즈를 명예의 전당에 헌액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며 "로즈의 완전한 사면을 위해 서명하겠다"며 "야구 경기에 도박은 안 된다. 하지만 로즈는 오로지 자기 팀 승리에만 돈을 걸었고, 자기 팀의 패배나 다른 팀의 승리에는 걸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계속된 이후 과거 로즈의 복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가 로즈의 사면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날 극적인 복권이 이루어졌다.
이제는 명예의 전당 헌액도 노릴 수 있게 됐다. 복권 결정과 함께 로즈는 MLB 명예의 전당 후보 자격을 되찾았다. AP통신은 이날 MLB 명예의 전당 내부 규정을 짚으면서 "(로즈가)이르면 2028년에 입성할 수 있다"고 전했다. 로즈의 현역 시절 업적만 놓고 보면 명예의 전당 헌액은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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