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라도 아껴야”…본사 이전하는 대형건설사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5.05.14 14:30  수정 2025.05.14 15:05

DL이앤씨·롯데건설, 임대료 부담에 마곡 이전

SK에코플랜트·HDC현산, 자체 시공한 곳으로

경영효율화·시너지에 초점...외곽 프리미엄 ‘덤’

서울 마곡지구 '원그로브' 전경. ⓒ 이지스자산운용

대형 건설사들이 종로 및 광화문 서울 중심가에서 외곽으로 사옥을 옮긴다.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 속 도심 오피스 임대료가 오르면서 고정비 절감 등 경영효율화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당장 사옥 이전이 다가온 곳은 DL이앤씨다. DL그룹은 모든 계열사가 하반기 순차적으로 강서구 마곡지구 ‘원그로브’에 모인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 종로구 디타워 돈의문에 있는 DL이앤씨도 오는 10월경 에서 강서구 마곡지구의 ‘원그로브’에 둥지를 튼다.


원그로브는 마곡도시개발사업구역 내 특별구역(CP4)에 위치한 업무·상업 복합시설이다. 지하 7층~지상 11층 4개 동으로 구성돼 연면적 약 46만3000㎡ 규모에 달한다.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크기에 맞먹는 규모다.


5년째 디타워에 자리를 잡은 DL이앤씨의 임차 계약은 당초 올해 연말까지였지만 2년 더 연장을 고려하고 있었다. 디타워 돈의문은 지난 2020년 마스턴투자운용이 펀드를 조성해 매입한 것으로 당시 DL이앤씨 지주사인 DL도 주요 투자자로 매입에 참여했다.


그러나 디타워 주인이 마스터투자운용에서 NH농협리츠운용으로 바뀌면서 변수가 생겼다. 농협리츠운용이 임차료를 현재보다 50% 인상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여기에 건설 경기 악화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DL은 디타워 사옥 지분 매각으로 약 1300억원의 현금을 챙겼다.


이에 비해 원그로브의 임대료는 광화문 일대 도심업무지구(CBD) 임대료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알려졌다. 주요 계열사들이 한 공간에 모이면서 업무 효율성과 시너지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매각을 검토 중인 롯데건설도 마곡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후보지는 마곡 지구에 시공 중인 ‘르웨스트 시티타워’와 ‘케이스퀘어 마곡’이다. 두 곳 모두 롯데건설이 지분 투자자로 참여했다. 직접 입주해 임대료도 절감하고 공실 리스크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SK에코플랜트 본사 주소도 오는 2027년 하반기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영등포구 양평동으로 변경된다. 자회사 SK에코엔지니어링도 함께 이전해 통합 사옥을 구축할 예정이다. 양평동에 이전할 빌딩은 사측이 직접 시공한 건물로 최소 5년 이상 선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노원구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지 인근으로 본사를 옮긴다. 대기업 본사 사업지로는 이례적이다. 해당 지역은 현산이 직접 시행 및 시공을 맡은 대규모 복합단지다. 광운대역 개발 사업을 성공시키고 지역 사회 발전에 이바지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국 어디서나 현장이 있고 요즘에는 스마트워크로도 업무를 할 수 있어 본사 위치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며 “서울 외곽이라고 하지만 교통 생활 인프라가 빠르게 갖춰지고 도심을 벗어나면 오피스 임대료까지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핵심계열사까지 한 데 모이면 개발 역량 강화와 시너지 효과 창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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