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공직선거법 위반사건 파기환송심 진행 중
민주당, 허위사실공표죄 요건 중 '행위' 삭제
대법관 증원법·헌재법 개정안, 법안소위 회부
민주당 "국민 요구" vs 국민의힘 "李 당선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뭉친 구야권이 구여권에서 "이재명 면죄법"으로 일컫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또 "사법부 탄압법"으로 불리는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법과 대법관 증원법 등도 모조리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여느 때처럼 "국민의 요구"를 입법 근거로 내세웠지만, 정치권이 유불리에 따라 사법부를 흔들고, 특정인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 "이재명 면죄법" 법사위 강행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허위사실공표죄의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주도로 강행 의결했다. 개정안은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수적 우위를 앞세운 민주당과 혁신당의 찬성 표결(찬성 11·반대 5)로 통과됐다. 혁신당은 이재명 후보의 대권을 위해 민주당을 공식 지원하며 우군을 자처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은 선거에서 당선을 목적으로 연설·방송·통신 등의 방법으로 출생지·가족관계·직업·경력·재산·행위 등에 관한 허위사실공표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법 개정안은 선거에서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를 처벌하는 구성요건 중 '행위' 항목을 삭제함으로써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법 해석 여지를 줄이도록 했다.
선거법 개정안이 향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선거법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취지 파기환송 선고를 받은 이 후보는 향후 재판에서 '면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가 재판을 받게 된 '법 위반 행위'에 대한 규정 자체가 법에서 삭제되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일 대법원에서 이같은 판결이 나오자 즉각 개정안을 발의했고, 일주일도 안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안 발의 취지를 '정치의 사법화' 방지로 꼽았다. '이재명 면죄법'이라는 정치권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판사 출신의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내가 현직에 있으면서 허위사실공표죄가 정치의 사법화를 이끄는 가장 대표적 독소조항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굳이 정치의 사법화를 부추기는 조항을 둘 필요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검사 출신의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거짓말 잘하는 사람이 선거에 유리하도록 만드는 법안이자, 이재명 후보 한 명을 위해 선거 제도를 완전히 망치겠다는 것"이라며 "(구성 요건상) '행위'를 없애면 자신의 과거 실적을 막 떠들고 다녔어도 없던 일로 해버리면 처벌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청래 "'조희대 특검법'은 국민적 요구"
민주당, '대법관 증원법' '헌재법 개정안'
법사위 소위 회부…추후 강행 의지 피력
법사위 소속 구야권 의원들은 같은 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등에 의한 사법 남용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대법관 수를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대법원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시키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상정해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로 회부했다.
특검법은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사법행정회의 등으로 내란 행위에 가담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대법원이 이 후보의 선거법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한 지 9일 만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이 대선에 개입하기 위한 시도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 선거법 사건을 지난달 22일 소부에 배당한 뒤 곧바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지난 1일 선고한 점, 서울고법이 대법원 판결 이튿날인 지난 2일 파기환송심 재판부를 배당하고, 당초 오는 15일로 공판기일을 지정했던 점을 "정치 개입"이라고 주장해왔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조희대 특검법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다고 생각한다. 법사위원장 임기 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잘못을 한 사람이 재판부 판결에 대해 엄중히 수용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재판을 한 사법부를 겁박하고 무력화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며 "바쁜 선거 과정에서 법사위를 열어 사법부를 무너뜨리려는 만행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대법관 정원을 현행 14명에서 30명(김용민 민주당 의원안) 혹은 100명(장경태 민주당 의원안)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대법원 판결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법안 1소위로 회부했다. 헌재법 개정안이 추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면 현행 3심제에서 사실상 '4심제'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사법부를 압박해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방탄하기 위한 위한 '방탄법'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주진우 의원은 "대법원 판결의 존중이야말로 사법부 독립의 핵심이자 법치주의의 근본"이라며 "단순히 이 후보에 대해 유죄가 나왔다고 해서 제도적인 검토없이 이런 법안을 함부로 내놓을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반면 민주당은 대법원이 사법부 최고기관인 만큼 절차적으로 공정하고, 중립성 시비에 휘말릴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며 개정안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장경태 의원은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 "전원합의체가 지고지순한 것처럼 얘기하는데 국민 정서에 맞게 고민 좀 하라"며 "대법관이 귀족 법관이냐는 비판도 있다"고 반박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국민에 불이익" 우려
법원은 구야권의 입법 강행의 말로는 결국 국민에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 증원법'에 대해 "결국 전원합의체가 사실상 마비돼버리기 때문에 충실한 심리를 통한 권리 구제 기능 또한 마비될 수밖에 없다"며 "해외 대법관 수와 구성 등 치밀한 조사 없이 일률적으로 대법관 수를 대폭 증원하면 국민에게 큰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란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헌재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재판소원을 도입하면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모든 사건이 장구한 세월과 돈·노력·심리적 스트레스를 거쳐 4심에 가서야 확정된다면 이를 감당할 자력이 있는 사람들은 변호사를 선임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렵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이 재판 과정에도 나타나는, 국민들에게 유익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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