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안 대로면 과연 소액주주들이 보호 받을 수 있을까 [기자수첩-증권]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5.05.15 07:02  수정 2025.05.15 07:02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위한다는 흡연구역…취지 못 살리고 시민 강제 간접흡연 피해만 양산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도 이와 비슷…주주 개념 모호해 소송 가면 일반 소액주주 패소 가능성 높아

민주당도 알고 있지만 대선 정국 표심에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듯…행동주의 단체 속내도 의심돼

우리 시장이 외국계 투기 자본의 놀이터 될 수 있다는 우려…민주당 상법 개정안의 대표적인 부작용

서울 시내의 한 흡연부스에서 시민이 담배꽁초를 버리고 있다(자료사진).ⓒ뉴시스

간접흡연하는 습관이 생겼다.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에 여의도역 5번 출구를 지나면 누구나 간접흡연을 할 수 있다.


'흡연구역(Smoking Area)'이라 명명된 공간은 버스정류장을 닮았다. 보통 버스정류장에서나 볼 것 같은 많은 인파들이 비슷한 형태의 흡연부스를 가득 채우고 증기기관차 흉내를 내며 한 두 발짝 떨어져 오가는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흡연구역에서 흡연하는 분들을 탓할 순 없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흡연권 보장도 일리가 있다. 다만 영등포구청이, 보건당국이 어째서 흡연공간을 이런 식으로 마련했는지는 의문이다.


흡연구역을 지정한 목적은 분명 '선의'였을 것이다. '흡연자 권리를 보장하면서 속된 말로 '길빵'으로 인한 비흡연자들의 불쾌감을 최소화해보자'. 하지만 그 결과물은 일대 시민들의 강제 간접흡연이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를 위해 시작했지만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흡연구역' 같은 일들이 지금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상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일반 소액주주들의 권한이 보호돼야 한다는 것에는 그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다. 그러나 과연 민주당의 안대로 갔을 경우 소액주주들이 보호 받을 수 있을 지가 의문이다.


설 익은 각종 주장들은 차치하고서라도 무엇보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한다고 했는데, 이 주주의 개념이 심각하게 모호하다. 총주주인지 전체주주인지 막연하고 만약 전체주주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회사와 크게 다름이 없어 개정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설령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이 통과해 일반 소액주주들이 회사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 그 남발하는 소송에 변호사들만 돈벌이에 성공해 배가 부르고 정작 소액주주들은 보호도 받지 못하고 낭패감에 휩싸일 것이다. 민주당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지만 대선 정국의 표심에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듯 하다.


이런 민주당을 떠받들고 있는 이른바 행동주의 단체들의 속내도 가히 의심스럽다. 겉으로는 주주 환원을 촉구하는 이들 단체들에는 외국계 자본을 굴리는 담당자들이 제법 속해 있다. 거칠게 얘기해서 그들의 목적은 국내 기업 배당액을 높여 주머니를 채우는 데 있다. 장기적 사업 계획을 염두에 두는 기업 오너들과는 달리, 그들의 관심은 단기적 이익 증대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마음대로 돈을 빼가고 싶은데 한국에선 재벌 가문이 틀어쥐고 못 빼가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특유의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일반주주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선'을 넘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렇게 쉽고 간단하게 일반 소액주주들의 권한이 보호될 수 있었으면 이 문제가 그토록 오랜 세월 해묵은 난제로 공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 상법 개정안의 그 숱한 부작용을 다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 시장이 외국계 투기 자본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만큼은 표와 진영을 떠나 우리 모두가 두 눈 제대로 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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