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재명과는 다르다"…진주·사천·창원·밀양 살리기 나선 김문수

데일리안 진주·밀양(경남) =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5.05.15 00:05  수정 2025.05.15 00:16

김문수, 울산·부산 이어 경남 산업벨트 방문

진주 '교육대통령' 사천에선 '과학기술' 약속

이재명 겨냥 "죽을지언정 거짓말은 않는다"

'지역 살리기'로 보수·중도 민심 동시공략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오후 경남 밀양시 중앙로에서 유세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14일 오후 4시께, 경남 밀양시 밀양관아 앞. 이날 이곳에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보기 위해 모여든 1000여명의 인파가 진을 치고 있었다. 분위기는 그야말로 축제였다. 꽹과리·징·장구·북을 든 사물놀이 패가 휘모리 장단을 연주하면서 흥을 돋았고, 태극기를 든 인파는 쉼 없이 "김문수" "대통령"을 외쳐댔다. 이 분위기에 취한 김문수 후보도 유세차량에 오르자마자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라며 밀양아리랑을 부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유세차량 위에 오른 인사들도 휘황찬란했다. 현 국회부의장이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6선의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유세단장인 4선의 이헌승 의원, 수행단장인 이만희 의원을 필두로 정점식·윤한홍·서일준·최형두·박상웅 등 경남 지역 의원들이 대거 결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 분위기에 맞지 않는 것이 딱 하나 있었다. 그건 밀양관아를 마주하고 있는 한 건물의 벽면을 가득 채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사진이 인쇄된 큼지막한 현수막이었다. 남의 축제에 마치 어울리지 않는 불청객이 하나 낀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 사진마저도 유세 무대에 오른 김문수 후보에겐 하나의 '소재'에 불과했다. 김 후보는 무대 위에 올라 시종일관 거대한 이재명 후보의 사진을 가리키며 자신이 어째서 이 후보와 다른지, 그리고 왜 자신을 뽑아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했다.


김 후보는 "내가 경기지사 시절에 대장동보다 50배 이상 많은 도시를 개발하고 산업단지를 만들고 다 했다"며 "이런 걸 하면서도 내 주변 사람은 단 한사람도 조사받거나 구속되거나 또는 조사하다가 중간에 의문사하지 않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여기 붙은 이 사람(이재명 후보)은 어떻게 조그마한 그거 하나 하면서도 (주변인들이) 전부 구속되고 또 어떤 사람은 수사받자 죽어버리고 본인도 계속 재판받고 있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을 맡기면 어떻게 되겠느냐. 완전히 팍 썩는다"고 소리 높였다.


밀양관아 앞에서 만난 밀양시에 거주하는 박모(60대·남성)씨는 "여기서 평생 살았는데 김문수를 보게될 줄 몰랐다. 너무 좋다"며 "저기 걸려있는 인간(이재명)이랑은 차원이 다른 사람이다. 쨉이 안 된다"고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경남 진주시 진주광미사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서일준·강민국·박대출 의원 등과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그러면서 김 후보는 밀양을 살리기 위한 공약들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그는 △밀양 진출 기업에 상속세·법인세·양도세 대폭 감면 △나노산업단지 유치 완성 △밀양 초중고교 졸업생 특례입학 확대 등을 제시하며 "이 김문수는 죽을지언정, 손해를 볼지언정 거짓말은 절대 시키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김 후보의 '경남 살리기'는 밀양에만 국한된 건 아니었다. 이날 오전 김 후보는 가장 먼저 진주를 찾았다. 전날 울산과 부산을 찾아 지역 살리기 공약을 꺼내든지 이틀 만에 이번엔 경남 살리기에 몰두한 것이다.


이른 아침 진주 중앙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한 김 후보는 시장 인근의 광미사거리에 우두커니 섰다. 이 자리에서 그는 "나라를 위해 몸 바친 논개정신과 나라를 사랑하는 호국정신을 본받아서 경제와 민생을 챙겨 대한민국을 더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진주 시민들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이 자리에는 진주를 지역구로 둔 박대출·강민국 의원이 함께 했다.


특히 강민국 의원은 가장 유명한 암행어사였던 '박문수'의 이름을 연상케하는 김문수 후보에게 대선 후보 번호인 2번이 적힌 마패 모양의 목걸이를 수여하며 "진주에 이재명을 잡으려 암행어사가 출두했다. 정정당당한 어사 김문수가 왔다"고 힘을 실었다.


이렇게 힘을 받은 김 후보는 진주를 살리기 위한 공약들을 꺼내들었다. 그는 "진주고교 출신들, 경상대 출신들이 우리나라 각계각층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나도 진주에 친구들이 많다"며 "진주·사천 일대와 거제·통영 등 경남 모든 지역에서 훌륭한 교육도시가 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교육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김 후보는 진주에서도 이 후보를 향한 견제를 잊지 않았다. 그는 강 의원이 준 마패를 들고서 "이 마패로 이재명을 잡아 세상을 바로 잡아달라는 진주시민들과 국민들의 염원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하자, 시민들의 함성이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오후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에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이날 김 후보는 방명록에 '두산에너빌리티 대한민국을 세계로! 미래로!'라고 남겼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가 아닌 당을 향해 아쉬움을 표시하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진주 성북동에 거주하면서 중앙시장에 김 후보가 온다해서 구경을 나왔다는 오모(60대·여성)씨는 "한 번 결정된 사람을 다시 바꾸겠다고 오만상 말도 안 되는 짓을 해놨던 걸 뒤엎은 사람(김문수)이 왔다고 해서 한번 보러 왔다"며 "국민의힘은 이래가지고는 이미 진 거나 다름 없다. 그래도 이재명이는 찍기 싫어서 이번엔 투표를 하러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그는 우주항공청이 위치한 사천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김 후보는 사천이 확실한 '우주과학기술 도시'로 뛰어오를 수 있는 공약을 꺼내들었다. 그는"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안보 부문의 어려움이 많은데, 우주항공 부문은 K-방산 중에서도 반드시 구축돼야 할 미래 방향"이라며 "우주항공 분야에서 적어도 미국과 중국·러시아 선진강국과 겨룰 수 있는 강력한 지원을 해내는 것은 전 국가적, 전 국민적 과제"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 분야에는 적어도 이공계 출신들이,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두텁게 형성될 수 있도록 교육과 R&D 부문, 관련 산업, 정부 조직 등 모든 측면에서 획기적으로 집중 지원을 할 것을 다시 한번 약속한다"며 "과학기술 분야 부총리와 특임대사를 신설해 든든하게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김 후보는 "목표는 2023년 달 착륙, 2045년 화성 탐사"라며 "반드시 실현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우주항공청 예산을 10조~20조원으로 대폭 늘리는 등 지원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같은 사천에 위치한 한국항공서비스를 찾아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한 김 후보는 "하늘을 나는 비행기, 헬리콥터 모두 정비하고 날게 하는 여러분의 소중한 땀과 노력이 대한민국을 저 우주로, 또 하늘로 힘차게 솟아오르게 한다"며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격려하기도 했다.


김 후보의 다음 행선지는 국내 최고 원전 기술을 보유한 창원의 두산에너빌리티였다. 문재인 정권에서 추진한 탈원전 정책으로 고난을 겪었던 기업의 현 상황을 점검하고 역시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되면 전력을 다해 국내 원전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서다.


끝으로 김 후보는 이 같은 '산업 살리기 행보'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포스코 제철부터 자동차, 조선, K-방산을 다 만들어 낸 분이 박정희 대통령인데 박 대통령이 과학기술자가 아니지만 과학기술의 소중함을 알고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을 길러냈다"며 "외국에 있는 분들은 족집게로 딱 뽑아서 모셔 와서 과학 기술하기 좋고 자녀들 교육하기도 좋은 대한민국과 진주·사천·경상남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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