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기준 수신 99조5873억원…8개월 만에 100조선 붕괴
금리 경쟁력 악화·보수적인 대출 전략 등 수신 감소에 영향
"건전성 관리 집중…수신·여신 균형 있는 '다운 사이징' 중"
"예보 한도 상향돼도 금리 경쟁력 떨어져…머니무브 의문"
저축은행 수신잔액이 8개월 만에 다시 10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예금금리 경쟁력 약화와 보수적 대출 취급 전략이 맞물리면서 수신 유인이 줄어든 영향이다.
업계에서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몸집을 줄이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건전성 관리에 중점을 두고 수신과 여신을 균형 있게 줄여가는 '다운사이징'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수신잔액은 99조587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00조5769억원) 대비 9896억원 감소한 수치다.
저축은행의 수신잔액이 10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7월(99조9128억원) 이후 처음이다. 수신잔액은 지난해 10월(103조5989억원) 이후 ▲11월 103조3649억원 ▲12월 102조2204억원 ▲1월 101조8154억원 ▲2월 100조 5769억원 등 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수신 감소 배경에는 금리 경쟁력 약화가 있다. 통상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0.5~1.0%포인트(P) 높은 금리를 제공했지만, 최근 저축은행의 예금금리가 계속 낮아지면서 시중은행과 금리 격차가 좁혀졌다. 고금리 유인을 내세우기 어려운 환경에서 저축은행 수신 매력도 줄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적인 대출 전략도 수신 감소에 영향을 줬다. 저축은행 수신은 대출 확대가 전제돼야 유인이 생기지만, 업권이 전체적으로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으로 두고 보수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대출이 없는데 수신만 늘면 이자 비용만 나가 자칫 역마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주고객층은 시장 외부 충격에 취약한 중저신용자가 대부분"이라며 "따라서 서민경제가 어려운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손실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연체율 상승세가 불가피한 만큼, 업계가 전반적으로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개별 저축은행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건전성 관리에 경영 전략이 몰려 있다"며 "현재는 수신과 여신의 균형 있는 '다운사이징'을 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동안은 수익성 보다는 건전성 관리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는 9월 1일 전 금융권 예금보호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어나면서, 2금융권으로의 '머니무브'(자금 이동)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부 저축은행은 자금 확보나 수신고 방어 등을 위해 예금 금리를 인상하거나 특판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다만,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머니무브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예보료 인상은 우리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저축은행 예·적금 금리가 은행이랑 비교해도 크게 높지 않은 만큼, 머니무브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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