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16일(현지시간) 전쟁 발발 3년 2개월 만에 직접 만나 종전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끝났다.
AP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5분쯤 튀르키예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의 중재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협상은 90분 ㅂ만에 끝났다. 2022년 3월 말 이후 3년 2개월 만에 마련된 첫 직접 협상이었다.
협상에는 러시아 측에선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이, 우크라이나 측에선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장관이 수석대표로 각각 참석했다. 협상은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이 중재하는 3자 회담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날 협상의 핵심 의제인 휴·종전과 관련해서는 이견만 확인한 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쿠르스크 등 자국 영토에 투입된 우크라이나군을 모두 철수시키고 러시아가 침공 이후 강제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인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을 포ㅇ기하고 러시아에 넘기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앞서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 이스탄불에서 열린 양자 협상에서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추진을 중단하고, 크림반도 등 러시아가 빼앗은 땅을 포기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강력 반발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측 요구 사항을 모두 거부하며 협상이 결렬됐었다.
우크라이나 외교소식통은 AFP통신에 “러시아 대표단이 휴전을 위해선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광범위한 영토에서 군대를 철수하라고 요구하는 등 수용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협상단 관계자도 CNN방송에 “러시아 대표단엔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당국자가 아무도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협상에서 양측은 전쟁 포로 1000명씩을 상대국에 돌려보내기로 합의했다. 모두 2000명 규모의 포로 교환이 이뤄지는 것은 2022년 2월 24일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다. 그러나 포로 교환은 그동안 양측간 직접 소통이 단절된 동안에도 제3자 중재를 통해 여러 차례 이뤄졌던 부분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최우선 과제가 조건 없는 휴전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 참석해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완전하고 진정성 있고 투명한 휴전"이라며 “이스탄불에서 러시아 대표들이 휴전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푸틴이 외교를 계속 훼손하고 있음을 100%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측 수석대표 메딘스키 보좌관은 협상이 끝난 뒤 “전반적으로는 (협상) 결과가 만족스러우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연락을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측이 정상 간 직접 대화를 요청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회담 가능성이 논의됐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 직전 이스탄불에 도착해 우크라 대표단을 만난 뒤 협상이 종료되기 전 전용기를 타고 귀국길에 올랐다. 루비오 장관은 전날 "유감이지만 양국 회동에서 돌파구가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만이 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에 합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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