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임파8' 톰 크루즈와 아름다운 이별이 하고싶다 [볼 만해?]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5.18 11:40  수정 2025.05.18 11:42

알고 먹는 코스요리지만, 전채는 조악하고 메인은 과하다. 스토리를 따라가기에도 바쁜데, 주인공들은 어느샌가 비장한 눈빛을 주고 받으며 동료애를 과시한다. 관객 입장에선 소외감이 들 정도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여덟 번째 편인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은 IMF 팀원들과 함께 인공지능 '엔티티'에 맞서 인류 종말을 막기 위한 에단 헌트(톰 크루즈 분)의 미션 수행기를 그린다. 전작과 이어지는 작품이다.


1996년 개봉해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미션 임파서블'인 만큼, 이번 시즌은 의미가 조금 더 남다르다. 작품 구석구석에서도 전편의 오마주가 자연스럽게 배치됐다. 그간 맨몸 암벽 등반, 달리는 기차 위의 전투, 오토바이 절벽신 등 한계 없는 액션을 선보였던 톰 크루즈는 이번 시즌에서 날아가는 비행기에 매달리고, 차가운 바닷속에 맨몸으로 뛰어들며 극한의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승부를 보기엔 완성도가 아쉽다. 화려한 액션은 지나치게 길게 이어지며 긴장감보다는 피로감을 안긴다. 아직 미션을 수행하려면 갈 길이 먼데, 묵직한 액션이 계속 나열되니 오히려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장면과 장면 또한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캐릭터는 현실적 판단과 동떨어진 선택을 반복하며 몰입을 방해한다. 여기에 과장된 영웅 서사와 무게만 가득한 대사까지 더해지니 감정적 거리감까지 생긴다.


물론 잘 만든 지점도 있다. 시리즈가 워낙 장수한 만큼, 이번 편에서는 시대 변화에 대한 고민이 가장 돋보인다. 흑인 여성 대통령의 등장이나, 소비형 여성 캐릭터를 배제한 점, 전반적인 캐릭터 구성에서 드러나는 포용성과 다양성에 대한 의식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즈를 지탱해오던 긴장감과 서사는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톰 크루즈의 극한 액션만으로는 관객을 붙잡기에 한계가 느껴진다.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왜 이 이야기를 또 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이유는 점점 희미해진다.


톰 크루즈는 내한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이번 시즌이 마지막 시즌이냐는 질문에 "말씀드리고 싶지 않다"며 모호한 답을 내놓았다. 그는 여전히 건재하지만, 시리즈는 힘을 다했다. 다음 작품으로의 도약이 필요해보인다. 에단 헌트와는 이별이 하고 싶다.


17일 개봉. 러닝타임 16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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