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종주국의 ‘공연장 가뭄’은 언제쯤 풀릴까 [기자수첩-연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5.19 07:00  수정 2025.05.19 07:00

전 세계를 강타하며 국가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케이팝(K-POP) 산업이 고질적인 ‘공연장 부족’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공연 수요에 비해 대형 전문 공연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스포츠 경기장을 임시방편으로 활용하면서 발생하는 마찰과 비효율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월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콜드플레이의 내한공연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앞서 린킨파크는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콜드플레이는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내한공연을 펼쳤다. 이달 말일 내한하는 칸예 웨스트는 인천문학경기장 주경기장에서 공연하고, 10월 21일부터 시작되는 오아시스의 내한공연 역시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다. 서울에 마땅한 공연장이 없어 벌어진 현상이다.


국내에서 대규모 공연을 소화할 수 있는 공간은 서울올림픽주경기장,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케이스포돔), 고척스카이돔, 서울월드컵경기장 등 주로 스포츠 시설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시설은 본래 스포츠 경기를 위해 설계되었기 때문에 공연 목적으로 활용할 때마다 음향, 무대 설치, 관객 편의 등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더구나 서울올림픽주경기장은 2026년까지 리모델링에 들어가고, 이마저도 2031년까지 KBO 리그 야구장으로 사용되면 사실상 향후 6년간 대중음악 공연장으론 사용이 불가능하다. 다른 경기장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스포츠 시설을 공연 목적으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마찰이 불거지기 일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케이팝 기획사 관계자는 “일부 시설들이 대규모 대중음악 공연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림에도 불구하고 시설 개선엔 매우 소극적”이라며 “오히려 공연을 진행할 때마다 고가의 대관료를 지불하면서도 눈치를 보는 신세”라고 하소연했다. 결국 케이팝 산업이 해당 시설의 주요 수익원이 되었음에도 이를 위한 투자나 협력적 관계 구축이 미진하다는 비판이다.


물론 음악 전문 공연장 건립 논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 도봉구 창동에는 최대 2만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아레나가 2027년 3월 준공을 목표로 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이 공연장 사업을 시작한 2019년엔 2020년 착공해 2023년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착공식이 지난해 7월에야 열렸다. 시공사 선정이 늦어지고 금리 인상으로 공사비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서울아레나가 완공되더라도 단 한 곳의 대형 전문 공연장으로는 케이팝의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케이팝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충분한 규모와 설비를 갖춘 공연장 건립 계획 수립 및 예산 확보, 기존 스포츠 시설과의 공연 목적 사용 관련 제도 개선 및 협력 강화 등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확충하는 작업이 꼭 필요한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케이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대선이나 지자체 선거에서 매번 공연장 건립, 케이팝 산업 지원 등의 공약을 내놓지만 정권이 바뀌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같은 정부의 무관심, 비협조에 따른 손해는 대중음악계가 고스란히 짊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다가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각 대선 후보 캠프는 케이팝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케이팝은 단순한 문화 콘텐츠를 넘어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산업이 되었기 때문이다.


케이팝의 눈부신 성과 뒤에 가려진 ‘공연장 가뭄’ 문제를 해결하고, 아티스트와 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차기 정부가 반드시 풀어야 할 핵심 과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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