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나가 주는’ 척 결정... 이번에도 늦었다
국힘, 계엄-망상 환자 내쫓지 못하고 스스로 포로 돼
고쳐 쓰지 못하는 당, 새로 태어나야만 할 운명
민주당보다는 먼저 개혁될 수 있는 게 그나마 다행
요즘 보수 지지자들은 만나면 서로 대선 얘기를 되도록 피한다.
2번 김문수가 1번 이재명에게 20% 포인트 이상, 영남에서마저 쳐지거나 비등해지고 있으니 말하고 싶은 기분도 아니고 할 말 또한 없다. ‘어떻게 이재명이 저렇게 압도적인 차이로 앞서나갈 수 있나?’라는 의문과 허탈도 이젠 무뎌지고 있다. 체념이다.
이러다가는 보수우파 진영 투표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할 수도 있겠다. 투표해 봐야 다 진 선거를 뒤집기도 어렵거니와 괜히 이재명 대승 장식 용도의 투표율 유지에 기여만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예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약체 선수 응원 관전자로서는 이번 대선이 역대 가장 재미없는 선거다. 후보도 공약도 배우자도 이렇게 관심을 끌지 못하는 대통령 선거가 없었다. 물론, 이재명 지지자들은 요새 날마다 밥맛 좋고 술맛도 날 것이다. 국가대표 축구팀이 숙적을 상대로 경기 종료 10분 전까지 3 대 0 리드를 하고 있는 편안한 행복감을 즐긴다.
국민의힘 패배 자체는 사실 사필귀정이다. 자당 대통령이 무모한 2000년대 계엄으로 거대 야당을 무력화시키려고 하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당했으므로 그것으로 인해 치러지는 선거에서 이긴다는 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사리에 맞지 않다는 말이다. 국민의 탄핵 찬성과 정권 교체 의견이 60~70%다.
그런 점에서, 국힘은 ‘귀책 사유’를 인정해 이번 선거에 나서지 않는 것이 백번 맞는 선택이었다. 필자는 한동훈에게 그 자신이 당 비대위원장 때 그런 사유가 있으면 국회의원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이번 대선도 같은 원칙을 적용, 경선에 출마하지 말라고 권유했었다.
그러나 한동훈은 그 말을 듣지 않았고, 김문수-홍준표-안철수 또한 어느 사람도 ‘국힘은 이번 대선에 나갈 자격이 없다’라고 선언하며 후보 출마를 취소하는 결기를 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가 지금 여론조사로 나타나고 있는 ‘콜드게임’ 대패 예정 통지표다.
국힘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6월 3일이 지나고 나서야 한탄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아예 선거에 나오지 않는 게 더 나았겠다고 말이다. 실제로 이준석 진영에서는 국힘 후보가 단일화 또는 양보로 빠진 이재명과 양자 대결 대진표에 대한 기대가 컸고, 지금도 버리지 않고 있다. 이젠 그렇게 되더라도 상대가 안 될 만큼 깨지게 생겼으니 그 목소리에 힘이 없어지긴 했다.
선거가 이렇게 재미가 없고 무기력한 완패를 앞두게 된 책임은 윤석열이 가장 크게 져야 하고 그 다음은 국힘, 구체적으로는 친윤 의원들과 그들 위에 있는 유튜버들에게 있다. 이들은 자기들 아집과 권력(이권) 유지를 위해 정통 보수 진영(특히 60~70대)을 철저히 이용하고 세뇌했다. 그러고도 일말의 반성도 없으며 여전히 망상 속에 갇혀 있다.
윤석열은 지난 주말 언론과 건전 보수, 중도층 압력에 못 이겨 제 발로 보수당을 ‘나가 주는’ 결정을 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언제나 그래왔듯 이번에도 너무 늦은 결단을 내렸다. 나가도 나간 게 아닌 느낌을 주었다. 김문수가 하라느니 윤석열이 하라느니 서로 못난이 핑퐁 게임을 하다 충격도 감동도 못 준 채 꼼수, 위장 탈당이란 말만 들었다.
국힘과 김문수는 윤석열 하나 못 내쫓는 조직이고 후보다. 몇 달만 참았으면 정부와 당에 훨씬 유리한 상황이 되었을 텐데도 자기 자신과 부인 보호를 위해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쳐 나라와 당, 보수에 엄청난 피해를 준 그는 아무리 늦어도 4월 4일 탄핵 선고일 직후 정리했어야만 했다.
계엄-부정선거 망상 환자 하나 제명 못하고 스스로 포로가 된 당이 그나마도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을 반대하다 급기야 헌재의 8 대 0 파면 결정에 ‘공산 국가’ 운운하는 인물을 후보로 내세웠다. 가뜩이나 열세인 마당에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는 소리나 하고 있다.
이러면 망해야 싼 당이고 그 당을 지지해 주는 강성 보수들의 진영 아닌가? 지켜보고 싶지도 않지만, 인터넷을 켜면 눈에 자연히 들어오는 뉴스 제목 읽기가 괴로운 것이 합리적, 중도 보수 지지자들의 요즘 심경이다.
윤석열은 탈당의 변에서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한 반성이나 미안한 마음은 없이 또 ‘지난 겨울의 열정’ 타령을 했다. 이 사람은 아직도 자기가 대단한 보수의 거물이라도 되는 양 거들먹거리고 있다. 분노가 치밀고 가소롭다.
거기에, 극우 유튜버들의 단골 용어인 ‘자유’란 말은 왜 그리도 많이 나오나? 대한민국이 언제 자유 아닌 독재 국가가 되었거나 앞으로 될 거라고 보나 본데, “망상 환자여, 당신만 잘하면 돼”라는 말을 해주고 싶은 보수 지지자들이 아주 많을 것이다.
보수의 대표 정당 국힘은 속절없이 죽는 길로 들어섰다. 한 번은 망해야만 할 당이고 진영이다. 2025년 6월 3일 저녁부터 이 당은 대개조 공사가 착수될 것이다. 어쩌면 개축보다 신축 방향이 될 수도 있다. 고쳐 쓰지 못하는 게 사람이라고 했다. 국힘은 그냥 대경(대구-경북) 자민련에게 넘겨주고 수도권-충청-부울경 지역과 20~60대 연성 보수층 중심으로 새 정당을 꾸미는 것도 바람직한 대안이다.
이 작업이 성공할 수 있다면 이번 대선에 한 가닥 기대를 걸어 볼 만하다. 지긋지긋한 양대 정당의 구태를 보수에서 먼저 벗어던질 것이라는 희망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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