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최수연 약속과 동떨어져"…네이버 '직내괴' 최인혁 복귀에 노조 반발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입력 2025.05.19 10:50  수정 2025.05.19 10:51

19일 네이버 최인혁 전 COO 복귀 반대 노조 피케팅

노조 "직내괴 책임자 복귀 말안돼…다수 반대"

사측 별도 입장 없어…노조 조합원 총투표 실시

네이버 노동조합 구성원들이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최인혁 전 COO의 복귀를 반대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책임을 지지 않은 자 네이버로 돌아올 자격 없다."

"동료의 죽음을 잊은 복귀, 우리는 불허한다."


네이버가 신설하는 테크비즈니스 부문의 초대 대표로 최인혁 전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내정하자, 노조가 이에 반대하며 시위를 진행하고 나섰다.


지난 2021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인물이 복귀하는 것은 당시 사측의 재발방지 약속을 어기는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오세윤 네이버 노동조합(공동성명) 지회장은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안타까운 선택을 했고 당시 저희는 이 사건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며 "사측의 최인혁 전 COO 복귀 결정은 그간 네이버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구성원들의 수고를 헛수고로 만드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네이버는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수연 대표 직속의 테크비즈니스 부문을 신설하고, 초대 대표로 최 전 COO를 내정한다고 밝혔다. 최 전 COO는 1999년 네이버 창립 초기부터 개발 경영진으로 일했던 인물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과 삼성SDS 시절부터 함께해 온 그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같은 날 네이버 노조는 직장 내 괴롭힘을 방치한 책임자가 4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고, 최 전 COO의 복귀를 반대하는 피케팅에 돌입했다.


노조 입장문에 따르면 당시 고인은 임원 A로부터 2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 최 전 COO는 임원 A를 채용한 당시자로, 임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진행할 책임이 있는 C레벨이자 사내이사 지위에 있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의 핵심이다.


오 지회장은 "구성원들이 임원 A에 지속 문제제기를 했으나 최 전 COO는 의견을 묵살했고, 임원 A는 오히려 권한 강화와 승진을 받았다"면서 "구성원을 고통스럽게 하고 조직을 병들게 한 임원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오히려 면죄부를 부여한 최 전 COO가 이래도 책임이 없냐"라고 주장했다.


당시 최 전 COO와 한성숙 전 대표는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조기 퇴진했다. 이 자리를 최수연 대표가 이어받았다. 당시 이해진 창업자는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직원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서 회사를 이끄는 전면 쇄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오세윤 네이버 노동조합 지회장이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열린 최인혁 전 COO의 복귀 반대 피케팅에서 플랜카드를 들고 있다.ⓒ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네이버는 경영진 교체 이후 직장 내 괴롭힘 조사와 징계 과정에 노조가 참여하고, 매년 조직 문화 진단을 실시해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이어왔다. 노조는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인사가 그간의 개선 노력과 배치된다며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 지회장은 "네이버는 소수의 경영진이 아닌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구성원들의 헌신으로 성장해 왔다"며 "그럼에도 이 일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자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복귀하는 건 수천명 구성원의 신뢰를 저버리며,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약속을 어기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최수연 대표가 공언한 사내문화 개선과도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최 대표는 취임 후 노사 단체협상을 진행하고, 조직문화 진단을 정례화하는 등 건강한 조직 문화 형성을 위해 힘써왔다. 당시 구성원들이 신뢰 가능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조치 프로세스 설계, 상담 신고 채널 다각화, 이사회 산하 조사전담 조직 신설 등을 추진한 바 있다.


오 지회장은 "최수연 대표가 언급한 사내문화 개선과도 많이 배치된다"며 "당시 사건으로 경영진 교체도 이뤄졌고, 최 대표가 부임하면서 구성원을 존중하는 네이버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번 결정은 취임할 때 했던 말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아직 사측은 노조의 행동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사측 답변이 올 때까지 피켓팅을 이어가는 한편, 최 전 COO의 복귀에 대한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한다.


총투표는 최 전 COO의 복귀에 반대하는 노조의 움직임에 힘을 싣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오 지회장은 조합원들의 반대 의사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네이버 노조 조합원은 총 6000여 명으로, 네이버를 포함한 7개 계열사에서 과반 정도를 구성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의 이번 결정에 대한 구성원 반대도 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 지회장은 "사내 알림 자료로 최인혁 전 COO가 복귀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면서 "하루만에 해당 글에 1000명 가까이 비추천을 눌렀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노조는 오는 27일 낮 12시에 최 전 COO 선임 반대 관련 집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테크비즈니스 부문이 완벽하게 꾸려진 상황이 아닌 만큼, 최 전 COO가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상황을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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