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네이버 최인혁 전 COO 복귀 반대 노조 피케팅
노조 "직내괴 책임자 복귀 말안돼…다수 반대"
사측 별도 입장 없어…노조 조합원 총투표 실시
"책임을 지지 않은 자 네이버로 돌아올 자격 없다."
"동료의 죽음을 잊은 복귀, 우리는 불허한다."
네이버가 신설하는 테크비즈니스 부문의 초대 대표로 최인혁 전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내정하자, 노조가 이에 반대하며 시위를 진행하고 나섰다.
지난 2021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인물이 복귀하는 것은 당시 사측의 재발방지 약속을 어기는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오세윤 네이버 노동조합(공동성명) 지회장은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안타까운 선택을 했고 당시 저희는 이 사건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며 "사측의 최인혁 전 COO 복귀 결정은 그간 네이버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구성원들의 수고를 헛수고로 만드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네이버는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수연 대표 직속의 테크비즈니스 부문을 신설하고, 초대 대표로 최 전 COO를 내정한다고 밝혔다. 최 전 COO는 1999년 네이버 창립 초기부터 개발 경영진으로 일했던 인물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과 삼성SDS 시절부터 함께해 온 그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같은 날 네이버 노조는 직장 내 괴롭힘을 방치한 책임자가 4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고, 최 전 COO의 복귀를 반대하는 피케팅에 돌입했다.
노조 입장문에 따르면 당시 고인은 임원 A로부터 2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 최 전 COO는 임원 A를 채용한 당시자로, 임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진행할 책임이 있는 C레벨이자 사내이사 지위에 있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의 핵심이다.
오 지회장은 "구성원들이 임원 A에 지속 문제제기를 했으나 최 전 COO는 의견을 묵살했고, 임원 A는 오히려 권한 강화와 승진을 받았다"면서 "구성원을 고통스럽게 하고 조직을 병들게 한 임원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오히려 면죄부를 부여한 최 전 COO가 이래도 책임이 없냐"라고 주장했다.
당시 최 전 COO와 한성숙 전 대표는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조기 퇴진했다. 이 자리를 최수연 대표가 이어받았다. 당시 이해진 창업자는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직원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서 회사를 이끄는 전면 쇄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경영진 교체 이후 직장 내 괴롭힘 조사와 징계 과정에 노조가 참여하고, 매년 조직 문화 진단을 실시해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이어왔다. 노조는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인사가 그간의 개선 노력과 배치된다며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 지회장은 "네이버는 소수의 경영진이 아닌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구성원들의 헌신으로 성장해 왔다"며 "그럼에도 이 일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자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복귀하는 건 수천명 구성원의 신뢰를 저버리며,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약속을 어기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최수연 대표가 공언한 사내문화 개선과도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최 대표는 취임 후 노사 단체협상을 진행하고, 조직문화 진단을 정례화하는 등 건강한 조직 문화 형성을 위해 힘써왔다. 당시 구성원들이 신뢰 가능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조치 프로세스 설계, 상담 신고 채널 다각화, 이사회 산하 조사전담 조직 신설 등을 추진한 바 있다.
오 지회장은 "최수연 대표가 언급한 사내문화 개선과도 많이 배치된다"며 "당시 사건으로 경영진 교체도 이뤄졌고, 최 대표가 부임하면서 구성원을 존중하는 네이버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번 결정은 취임할 때 했던 말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아직 사측은 노조의 행동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사측 답변이 올 때까지 피켓팅을 이어가는 한편, 최 전 COO의 복귀에 대한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한다.
총투표는 최 전 COO의 복귀에 반대하는 노조의 움직임에 힘을 싣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오 지회장은 조합원들의 반대 의사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네이버 노조 조합원은 총 6000여 명으로, 네이버를 포함한 7개 계열사에서 과반 정도를 구성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의 이번 결정에 대한 구성원 반대도 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 지회장은 "사내 알림 자료로 최인혁 전 COO가 복귀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면서 "하루만에 해당 글에 1000명 가까이 비추천을 눌렀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노조는 오는 27일 낮 12시에 최 전 COO 선임 반대 관련 집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테크비즈니스 부문이 완벽하게 꾸려진 상황이 아닌 만큼, 최 전 COO가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상황을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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