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먹으면 살찌는 거 아닌가요? 한약에 대한 오해와 진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5.21 07:00  수정 2025.05.21 07:00

한약재에 대한 오해는 생각보다 뿌리가 깊다. 조선시대 궁중에서 비롯된 속설부터 요즘 SNS에 퍼지는 정보까지, 시대를 막론하고 잘못된 한약 상식은 사람들 사이에서 꾸준히 반복돼 왔다. 오늘은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대표적인 오해 몇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어린이가 녹용을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이야기다. 이는 과거 조선시대 궁녀들 사이에서 귀한 약재인 녹용을 궁에서 몰래 빼돌려 아이들에게 몰래 먹이는 것을 막기 위해 퍼뜨린 일종의 유언비어라고 전해진다. 귀한 약재인 녹용을 아끼기 위해 ‘먹으면 똑똑해지기는커녕 바보가 된다’는 식으로 퍼졌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녹용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대표적인 보약이다. 단, 모든 한약재가 그렇듯 체질과 건강 상태에 맞는 용량과 복용 시기를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두 번째는 ‘호박즙이 부기를 빼준다’는 이야기다. 이는 언뜻 사실처럼 들리지만 그 뿌리는 ‘동의보감’에 기록된 내용에 대한 잘못된 해석에 있다. 동의보감에서 부기에 효과가 있다고 한 ‘호박(琥珀)’은 식물성 호박이 아니라 소나무 수액이 굳어 수천만년에 걸쳐 형성된 광물성 호박이다.


한자 표기는 같지만 성질은 전혀 다르다. 실제로 광물성 호박은 진정 작용과 이뇨 작용이 있어 한약재로 쓰인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호박즙은 칼륨이 풍부해 이뇨 작용이 있긴 하지만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붓기 제거 효과’와는 다른 맥락이다. 이를 혼동해 ‘동의보감에 나온 붓기 빼는 비법’처럼 광고하는 사례는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세 번째는 ‘한약을 먹으면 무조건 살이 찐다’는 오해다. 일부 한약은 식욕을 촉진하고 소화 기능을 개선시켜 영양 상태가 나쁜 환자에게 체중을 늘려주는 작용을 할 수 있다. 이는 몸 상태의 균형을 회복시켜주는 과정일 뿐 한약이 살을 찌우는 약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마황, 산사, 결명자, 택사와 같은 약재들은 체지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실제로 비만 한방치료에서 많이 활용되며, 환자의 체질과 변증에 맞춘 처방이 전제되돼야 한다. 무분별한 오해는 오히려 치료 기회를 놓치게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홍삼은 누구에게나 좋은 보약이다’라는 믿음 역시 사실과 다르다. 홍삼은 대표적인 기보약이다. 기운이 허약한 사람에게는 좋은 효과를 줄 수 있지만 홍삼만 먹을때는 체질에 따라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열이 많고 얼굴이 붉으며 땀이 많은 사람이 홍삼을 과다 복용하면 두통, 불면, 코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오히려 이 경우에는 황기, 백출, 복령과 같은 약재가 더 적합할 수 있다. 아무리 귀한 약재라도 체질에 맞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처럼 한약재에 대한 오해는 단순한 지식 부족을 넘어 실제 복용이나 건강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의학은 체질과 증상에 맞춘 맞춤형 처방을 전제로 한 의학 체계이며, ‘누구에게나 좋다’거나 ‘무조건 효과가 있다’는 식의 일반화는 위험할 수 있다.


이 글에 소개한 오해들은 어쩌면 단순한 오해들이다. 근거없이 오랫동안 계획된 비방에 의해 한약에 대한 인식이 폄하된 경우가 있다. 다음 편에서는 ‘한약에 스테로이드가 들어 있다’거나 ‘암환자에게 한약은 해롭다’는 식의 전문성과 안전성에 대한 오해들을 바로잡아 보자.


글/ 이한별 한의사·구로디지털단지 고은경희한의원 대표원장(lhb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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