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배우 이혜영이 ‘헤다’로 다시 무대에 섰다.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대표작 ‘헤다 가블러’는 2012년 전회차 전석 매진 기록을 쓴 바 있다. 당시 작품을 통해 호흡을 맞췄던 이혜영과 박정희 연출이 13년 만에 다시 손을 잡았다.
이혜영은 19일 오후 서울 중구 극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헤다 가블러’ 기자간담회에서 “‘헤다 가블러’는 유니크한 작품이다. 초연 당시 저에게 맞는 옷이었다면 이번엔 그 옷을 더 정제해 입는 과정이었다”며 “모든 것을 버리고 해체하고 새롭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작품은 모두가 선망했던 여성 헤다가 결혼 이후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서 파멸로 치닫는 과정을 그린다. 부유한 장군의 딸로 자라나 결혼 후에도 남편의 성 대신 자신의 처녀 시절 이름을 고집한 주인공 헤다는 사회적 관습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복잡한 내면의 소유자다.
박정희 연출은 “헤다는 디오니소스를 경험한 인물”이라며 “삶의 썩은 만찬에서 벗어나기 위한 파괴, 그리고 창조로 나아가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출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배우들이 간혹 있는데, 이혜영이 그런 배우”라며 “이전보다 더 성숙하고 깊어졌다”고 덧붙였다.
주인공인 헤다가 워낙 모순적이고 파괴적인 캐릭터인 터라, 이를 연기하는 배우가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설득력을 부여하는지가 이 작품의 관건이다. 이혜영은 “극중 헤다는 애정 없는 결혼을 한다. 만족하진 못했지만 결혼이라는 제도를 받아들이는 걸 보면 살고자 하는 욕망이 있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혜영의 말처럼, 이번 ‘헤다 가블러’는 완전히 새롭게 재창조됐다. 모던한 세트와 의상으로 접근성을 높였고, 사이키델릭한 조명으로 관객의 신경을 건드리는 실험적 시도를 했다. 인물의 밀도 있는 관계를 펼쳐내면서, 이 관계가 함축적이고 아름답게 그려지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박 연출은 “당시 젊은이들의 자유와 욕망, 이상향에 대한 열망이 헤다의 갈망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헤다 가블러’는 당초 이달 8일 개막 예정이었으나, 브라크 역의 윤상화가 건강 문제로 하차하게 되면서 공연이 한 주 미뤄졌다. 브라크 역은 새롭게 합류한 배우 홍선우가 대신 연기하게 됐다.
박 연출은 “이틀 만에 대사를 외워 온 그 집중력은 감동적이었다. 배우의 잠재력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이혜영은 “소식을 듣고 우리는 전의를 상실한 패잔병들처럼 있었다. 고통과 죄의식이 동시에 들어 정말 힘들었고, 이렇게 공연을 하고 있다는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절망감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공연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창조성 덕분이다. 서로 영감을 주고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혜영은 “내가 늙어서 함께 하는 배우들이 집중을 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싶기도 했다. 연습해서부터 공연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면서 “그들이 나를 헤다라고 믿게 하기 위해 항상 긴장하고 있었고, 헤다로서 동료들에게 신뢰를 주려고 노력했다”고 작품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국립극단의 ‘헤다 가블러’는 6월 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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