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선수협, 코리아컵 부실 운영 비판 “탈의실·샤워장 함께 사용”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5.05.20 09:44  수정 2025.05.20 09:44

대전월드컵보조경기장에서 열린 대전코레일과 FC서울의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16강전. ⓒ KFA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최근 대한축구협회(KFA) 코리아컵 논란과 관련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축구협회의 자성을 촉구했다.


지난 14일 펼쳐진 코리아컵 16강전 대전 코레일과 FC서울 경기는 450석 규모의 대전월드컵 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시설도 심각했다. 라커룸 대신 임시 컨테이너가 사용됐고, 양 팀 선수들과 심판진이 협소한 샤워실과 화장실을 함께 써야 했다.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지난해 여자 선수권대회에서 같은 문제가 있었다. 여자 선수들이 천막에서 옷을 갈아입거나 심판들과 함께 여자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는데 코리아컵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 컵 대회인 코리아컵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라커룸도 임시 컨테이너를 사용하고 양 팀 선수들과 심판진이 함께 샤워실과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제대로 된 상황인지 되묻고 싶다. 경기 감독관, 심판들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전체적으로 다 어수선하고 환경이 열악하다. 행정 미숙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선수들이다. 협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스템과 인적 개선까지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훈기 사무총장은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이려면 최소한의 환경은 갖춰져야 한다. 임시 컨테이너나 부족한 샤워시설은 선수들의 존중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축구협회가 앞으로는 좀 더 세심한 준비와 점검으로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총장은 “국제 경기에서도 인정받지 못할 수준의 잔디 환경과 임시 컨테이너 시설 앞에서 몸을 푸는 모습은 프로 선수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다. 더구나 코리아컵은 ACL출전 티켓이 걸린 프로와 아마추어를 총망라해 한국 축구 왕중왕을 가리는 컵이 아닌가. 프로리그에 걸맞은 경기장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협회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고 생각한다. 선수협은 이 문제를 끝까지 주목하고 개선될 때까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선수협 소속 회원은 “선수협의 입장에서 볼 때 선수들이 탈의실과 샤워장을 상대팀, 심판진과 함께 써야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프로리그에 맞는 수준의 기본적인 시설 확보와 관리가 필요하며, 협회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축구협회의 부실 행정이 반복되면서 국제적으로 망신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전북 현대가 지난 2월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홈 경기장 잔디 상태로 AFC로부터 개최 불가 판정을 받고, 다른 경기장에서 홈 경기를 치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번 광주 FC 등록 문제와 코리아컵 운영 논란 역시 국제적 이슈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선수협은 협회가 경기장 시설부터 선수 등록, 징계 및 통보 절차에 이르는 전체 시스템의 전면적 점검과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훈기 사무총장은 “매년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피해를 보는 건 오직 선수들뿐”이라며 “협회가 선수들의 권리와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원칙부터 다시 세우는 진지한 자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대한민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설적인 부분에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단순히 문제 해결을 넘어서서 장기적으로 선수들이 안심하고 뛸 수 있는 경기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축구협회의 중요한 책무다. 이번 기회에 축구협회가 시설 업그레이드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선수협은 앞으로 협회의 행정 실수나 대회 운영 문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목소리를 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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