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손 내밀었지만…HD현중 노조, '성과 나눠라' 압박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05.20 13:42  수정 2025.05.20 15:06

정기선 수석부회장, 상견례 전 울산 현중지부 방문해 '노사 상생' 메시지 전달

“노동의 대가 정당하게 요구”…가동률 수치 직접 언급하며 ‘성과 배분’ 정당성 강조

단체요구안엔 하청 처우·구조적 보상체계까지 포함…정기선·권오갑 면담도 요구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15일 울산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현중지부)을 찾아 노동조합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

HD현대중공업이 올해 임금협상(임협) 상견례에 돌입한 가운데 노동조합의 요구 수위가 예년보다 높아지면서 협상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울산 노조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면서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노조는 실적 반등을 근거로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20일 HD현대중공업 노조 소식지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이날 오후 3시경 2025년 임협 상견례를 가질 예정이다. 전날에는 울산 민주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올해 임협 투쟁의 시작을 공식화했다.


이번 상견례에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15일 울산 HD현대중공업 노조 사무실을 방문한 바 있다. 그는 “조선산업이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 우상향으로의 발전을 거듭하는 때 노사신뢰는 그 발전의 바탕이 된다”며 “상호 신뢰 속에 노사가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고 노사 협력을 요청했다.


업계에서는 교섭 시작을 앞두고 최고경영진이 노조를 직접 찾은 것은 이례적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조선업계가 실적 반등 흐름에 본격 진입한 가운데, 노조의 성과분배 요구가 고조되는 시점과 맞물려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당시 노조는 이를 두고 “쉽지 않은 방문 결정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며 “노사 신뢰를 위해 힘쓰겠다”고 화답했다.


다만 교섭 실무 국면에서는 뚜렷한 변화 없이 노조의 압박이 강화되는 양상이다.


노조는 올해 1분기 대폭 늘어난 실적에 ‘성과 배분의 정당성’을 내세워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수익성 회복을 HD현대중공업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 3조8225억원, 영업이익 433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9%, 1936.2% 증가한 수치다.


노조는 “사내 소식지는 실적을 말했지만 그 수치를 만든 노동은 말하지 않았다”며 “도크 가동률 100.3%, 엔진기계 라인 가동률 149.2%의 수치는 연장과 특근, 무더위와 과부화 속에서 일해낸 노동의 총합으로, 우리의 삶을 갈아 넣어 회사의 이익률은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영 성과에 대한 보상을 받을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교섭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노조의 각오도 한층 강경해졌다. 노조는 “투쟁 없는 교섭에서 성과가 있을 리 없다는 것은 진리”라며 “지부요구안 관철을 위해 결사 투쟁의 각오로 예년과는 비교도 안 될 투쟁계획을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요구안의 범위와 대응 수위를 전년 대비 높인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 산하 지부·지회뿐 아니라 미포조선노조, 인프라코어 사내노조까지 총 11개 조직이 공동요구안을 마련해 전달했으며 단체요구안에는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과 구조적 보상 체계 마련 요구가 포함됐다.


특히 권오갑 HD현대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에게 공식 면담을 요청하며 최고경영진을 교섭 대상으로 직접 지목한 점도 주목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사 상호 간 이해와 조율을 통해 향후 교섭이 원만히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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