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토론'에 이재명·김문수·이준석 '다른 목소리'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5.05.21 04:00  수정 2025.05.21 04:00

민주당 "설난영, 제2 김건희 같은 사람 직감"

"순식간에 설난영 대 김혜경" 김용태 전략?

"후보 부인도 검증" 과거 김혜경 발언 조명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중앙신도회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배우자 TV 토론'을 전격 제안했다.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혜경 여사 리스크를 부각하고, 노동운동가 출신인 설난영 여사의 배우자 경쟁력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특별하게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말이 되는 얘기를 하라"고 응수했으며,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아무 말 대잔치"라고 비판했다.


김용태 위원장은 20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영부인은 단지 대통령 배우자가 아니고 대통령 곁에서 국민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서 있는 공인"이라며 "대통령 배우자는 사회적 영향력이 크지만 이에 대한 검증은 턱없이 부족했다"고 김혜경·설난영 여사 TV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며 종일 반박에 나섰다. 조승래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배우자 토론을 하자는 것은 황당하고 해괴한 제안" "대통령 선거는 국난 극복 적임자가 누구인지, 국민들이 판단하는 후보의 검증에 주력할 때"라고 일갈했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 언급도 여러 번 나왔다. 박경미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에서 김건희 여사가 적극 개입하지 않았느냐. 배우자가 정치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노종면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김건희를 모시더니 배우자를 대통령으로 인식하는구나"라며 "후보로 안 되는 게 뻔한데 후보 교체 시즌2 부담이라 배우자로 사실상의 교체를 타진하는구나. 엉뚱하고 기괴하다"고 평했다.


이재명 후보 비서실장인 이해식 의원도 페이스북에 "코메디 같은 제안이 앞뒤 생각 없이 나왔다니 놀랍다"며 "그것도 원내 2당의 젊은 대표자 입을 통해서 말이다. 설난영 씨가 제2의 김건희 같은 사람이라는 직감이 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왼쪽부터) ⓒ연합뉴스

선거 유세 현장에 있던 대선 후보들은 배우자 토론에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양천구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정책협약식 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제안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부인 리스크가 있어왔기 때문에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고 보는데 (이러한 제안을) 특별하게 거절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자에 대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면 검증도 하고 토론도 하는 게 기본"이라며 "배우자를 비롯한 후보들의 가족에 대해 국민들이 알 필요가 있고 (국민들이 알게 되면) 더 정확한 투표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전 경기 의정부 유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럼 (미혼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어떻게 하느냐, 말이 되는 얘기를 해야 된다"며 "즉흥적이고 무책임한 것이 그 당(국민의힘)의 문제다. 신성한 주권 행사의 장을 장난 치듯 이벤트화해서는 안 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오후 경기 파주 유세 연설에선 시민들이 김건희 여사를 언급하자 "정치는 대통령이 하는 거지 부인이 하는 게 아니다"라며 "아들이 영향을 주면 '아들 토론'도 하고 친구가 영향 주면 '측근 토론'도 해야겠다. (파주가 지역구인) 윤후덕 의원이 우리 측근으로 소문났다는데 그럼 측근 토론도 한번 할까요"라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친분이 있던 김용태 위원장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이 내 앞에 있었으면 나한테 엄청 혼났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에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아무 말 대잔치나 하면서 선거에서 이기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 시기 때부터 스스로 전략을 짜는 것에 실패했다"며 "선거 전략이 안 나오면 돈을 주고 컨설턴트를 쓰든지 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 ⓒMBN 유튜브 화면 캡처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과거 김혜경 여사가 "대선 후보 배우자인 나를 포함해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무한 검증해야 한다"는 말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혜경 여사는 지난 2022년 1월 대선을 앞두고 진행한 MBN '시사스페셜-정운갑의 집중분석'에서 김건희 여사 논란이 확산하자 배우자 검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7년 2월에는 팟캐스트 프로그램 '맘마이스'에 출연해 "누가 대통령이 되던지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끝장토론·밤샘토론이라도 국민들이 요구해서 토론하라고 억지로라도 시키고 나처럼 같이 사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 후보 부인들도 다 이렇게 검증해서"라고 말한 바 있다.


배우자 토론은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위원장이 '김혜경vs설난영' 구도를 부각하며 전략적인 제안을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오늘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배우자 토론 제안은 순식간에 국민들 관심을 '설난영 대 김혜경'으로 집중시켰다"며 "이는 김 위원장이 민주당이 받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화제를 만들기 위해 전략적인 수를 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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