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 차 오이영 역
“‘처음부터 잘할 순 없어. 배우면 돼’라는 메시지 담아…
열심히 배우고, 질문하고 성장하면 된다고 여긴다.”
2023년 디즈니플러스 ‘무빙’에 이어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이하 ‘슬전의’)까지. 배우 고윤정이 기대작을 섭렵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그러나 고윤정은 “‘무빙’ 전후 달라진 건 없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대신 좋은 작품, 배우들을 만나 이제야 연기의 즐거움을 알 것 같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고윤정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의사생활을 꿈꾸는 레지던트들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스핀오프 드라마 ‘슬전의’에서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 차 오이영을 연기했다. 의사가 적성에 맞지 않아 종료 율제병원을 박차고 나갔지만 빚 때문에 원치 않은 복귀를 하게 된 인물. 여러 환자들을 만나고 또 선배, 동료 의사들과 함께하며 진정한 의사로 거듭난다.
의학 드라마라는 장르가 부담될 법도 했지만, 고윤정은 오이영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어렵지 않게 풀어나갔다. 어설프고, 서툰 모습이 오히려 오이영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캐릭터와 함께 성장해 나갔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수님들이 자문을 해주시고, 기구 이름과 사용법을 알려주시긴 했다. 그런 과정이 저는 너무 재밌었다. 배우는 것도 즐거웠다. 어렵다는 느낌보다는 저는 1년 차 레지던트라 ‘어설퍼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감독님도 너무 프로페셔널하고, 능숙한 모습보다는 어리숙한 부분을 이야기하셔서 부담감을 내려놓고 촬영했다.”
사돈총각 구도원(정준원 분)과의 로맨스도 오이영의 상황에 맞춰서 이해했다. 일각에서는 구도원에게 쉽게 사랑에 빠지는 오이영의 감정이 ‘갑작스럽다’고 말했지만, 고윤정은 ‘오이영의 상황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오이영은 처음엔 직장에 큰 의욕이 없고, 많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계기들이 하나씩 생기며 마음을 여는 인물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동기들도 직장 동료에서 친구가 돼 가며 변하는 그 과정이 재밌었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없었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는 ‘이렇게 빨리 사랑에 빠진다고’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1년 차 때는 ‘요구르트에 빨대만 꽂아줘도 사랑에 빠진다’고 하지 않나. 힘든 시기, 구도원처럼 지켜주고, 응원을 해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오이영의 성장과 깊어져 가는 감정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슬전의’ 속 오이영, 구도원을 응원하는 시청자들도 늘어갔다. 고윤정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응원에 감사하면서도, 정준원과 나눈 ‘날 것’ 그대로의 반응을 전해 웃음을 유발했다. “찍은 지 1년이 지나서 저도 시청자들처럼 몰입하며 작품을 시청했다”며 ‘슬전의’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찍을 때도 그랬고, 찍고 나서도 그랬는데 시청자들이 구도원과 오이영의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실 줄은 몰랐다. 주변에서도 ‘정준원이 멋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런 부분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느낀다. 동료 배우들과 함께하는 단체 대화방에서도 정준원에게 ‘오빠 슈퍼스타 된 기분 어때’라고 묻곤 했다. SNS 등에서 ‘정준원 남친짤’ 같은 것도 돌더라. 보고 싶지 않은데.(웃음) ‘둘이 너무 설렌다’는 반응을 보며 감사했다.”
구도원과 쌓아가는 멜로 감정은 물론, 오이영 개인의 서사부터 동기들과 하나가 되는 과정까지. 극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오이영의 압도적인 분량을 소화하기 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다양한 관계를 다채롭게 표현하면서도, 오이영만의 성격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이렇게까지 분량이 많은 작품은 처음이었다. ‘무빙’ 때도 저는 7회까지만 나오고, 모두가 각자의 몫이 있었다. 체감상일 수 있지만, 이번에 분량이 많다고는 생각했다. 오이영은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교수님들과의 관계, 환자와의 관계가 매번 바뀌고, 또 친구마다 관계성도 다 달랐다. 형부이자 남자친구인 도원을 비롯해 오이영의 가족들도 있었다. 저 고윤정이 가족 대하는 것과 회사 대표님을 대할 때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이 차이를 명확히 둬야겠더라. 이영이 가지고 가야 할 것과 그때그때 달라져야 할 것을 확실히 분류해 연기하려고 했다.”
든든하게 뒷받침해 준 정준원을 비롯해 동기로 활약한 신시아, 강유석, 한예지 등 동료 배우들의 도움도 컸다. ‘무빙’에서 이정하, 김도훈과 함께하며 ‘즐거움’을 느낀 것처럼, 이번에도 동료 배우들과 재밌게 촬영하며 연기의 즐거움도 새삼 느꼈다.
“연기를 시작하고, 내 재능을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이 일을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처음엔 즐겁지는 않았다. 낯설고 어려웠다. 내 전공은 미술이라 연기를 시작할 때 마치 0부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연기를 재밌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지금 그렇게 된 건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 운이 좋아서 매번 착하고, 유쾌하고, 나와 잘 맞는 배우들과 일을 하고 있다. 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오이영과 구도원 같은 이성적인 마음을 떠나, 동료들에게 의지를 하게 됐다.”
처음부터 잘하진 못했지만 함께 성장하며 진정한 의사가 돼 가는 오이영처럼, 고윤정도 현장에서 느끼고 배우며 성장 중인 셈이다. 이는 ‘슬전의’가 담은 메시지와도 무관하지 않았다. 고윤정 또한 이 메시지를 강조하며 위로의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 드라마는 ‘괜찮아 원래 다 처음부터 잘할 순 없어. 배우면 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수님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너무 프로페셔널해 보이고, 완벽해 보이지만 그들 역시도 서로 의지하고 질투하는 동기였다. 처음부터 어떻게 잘하겠나. 사회초년생일 때 못하는 게 오히려 낫다고 여긴다. 못 하는 게 당연한 시기니까 열심히 배우고, 질문하고 성장하면 된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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