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25] '臺美中 삼국지' 서사 쓰는 젠슨 황...韓은 '변방'

대만 타이베이 = 데일리안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05.21 15:58  수정 2025.05.21 17:18

21일 대만 타이베이서 글로벌 미디어 간담회

대만, 미국, 중국 등 AI 주요 3국 하나하나 언급

동시에 "칩 생산 넘어 생태계 조성할 것" 강조

'AI 삼국시대' 진입 못한 韓 생태계 우려 시선도

젠슨 황 CEO가 2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글로벌 미디어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임채현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올해 컴퓨텍스 2025 현장에서 지난해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과거 자사의 GPU 신제품을 소개하고 이를 피력하는 자리로 무대를 주로 활용했다면 올해는 'AI 인프라 구축'이라는 글로벌 산업 전환을 직접 지휘하는 사령관을 자처한 것이다. 올해는 컴퓨텍스라는 전시회를 활용해 엔비디아의 향후 방향성을 그리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평이다.


"적수가 없는 엔비디아... 이젠 생태계 만든다"

젠슨 황 CEO는 2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글로벌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열고 자사의 신제품 발표와 동시에 AI 인프라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올해 자사의 GPU 칩 성능보다는 생태계와 소프트웨어 전반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쉽게 들 수 있는 일례로 그는 이날 간담회 장에서 "엔비디아의 RTX가 바로 AI 그 자체"라고 평했다. 'RTX=AI'라는 도식을 제시한 것이다. 또한 쿠다와 같은 플랫폼의 확장성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했다. 쉽게 말해 "경쟁자는 칩을 만들지만, 엔비디아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 못 잃는다" 美 규제 관련한 이성적 접근

젠슨 황은 아울러 생태계 확장을 위해 가장 먼저 중국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젠슨 황 CEO는 그간 다소 미중 사이 신중한 발언을 했던 것과 달리 이날 강경한 어조로 미국의 수출 규제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중국은 세계 AI 연구자의 절반을 보유한 시장이며, 미국 기술의 확산이 오히려 미국을 돕는 것이고, 중국을 규제한 것이 오히려 중국 기술 발전을 도왔다"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그는 "중국으로의 H20 수출길이 막히면서, 우리는 수십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재고를 전액 손실 처리해야 했다. 이는 일부 반도체 기업 전사 매출 규모와 맞먹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어 4년 전 바이든 정부 초기 시절 엔비디아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95%에 달했지만 현재 규제로 인해 50%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그 빈 점유율을 중국 기업들이 가져갔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미국의 수출 통제가 오히려 중국 현지 기업의 개발 가속화를 지원한 셈이라는 것이다. 젠슨 황 CEO는 "내년 중국 AI 시장은 500억 달러(한화 약 70조원)이 될 것"이라며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그럼에도 H20 칩의 낮은 버전을 중국에 수출할 것이란 일각의 추측에는 선을 그었다. 쉽게 말해 시장에서 쓸모가 없을 정도로 성능을 낮출 수는 없다는 의미다.


'생태계 조성' 거대한 서사 속 한국 위치는 어디에

젠슨 황 CEO는 이처럼 날 선 비판을 쏟아내다가도 "왜 대만에 신사옥을 건설하느냐"는 미디어의 질문에는 "직원들이 동시에 앉을 의자가 부족하다"는 재치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날 전반적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기자간담회는, 사실상 한 편의 프레젠테이션이었던 듯 하다. 기술 비전을 넘어 산업, 정책을 아우르는 AI 시대 비전가로서의 입지를 보여준 셈"이라고 평했다.


다만 한국 시장, 기업에 대한 언급이 사실상 거의 전무했다는 점에서 아쉬움과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 공급망 생태계에 HBM(고대역폭메모리)를 앞세운 SK하이닉스가 포함은 돼 있으나 아직까지는 엔비디아의 거대한 서사 밖에 위치했다는 관측이다. 반면 젠슨 황 CEO는 대만 기업인 TSMC, 폭스콘, 에이수스 등은 적극 거론했다. 칩 생산, AI 서버 조립, GPU 탑재 제품 제작 등 엔비디아 생태계를 함께 만드는 핵심 플레이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협업 생태계에 진입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칫 조용히 부품 일부를 납품하는 하청처럼 비춰질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언급 누락이 아니라 엔비디아의 전략적 시선 방향을 드러낸 결과"라며 "그럼에도 다행인 점은, 대만 기업 위주의 전시회에서 한국 신생 팹리스들이 출전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더욱 성과를 내고 AI 인프라 중심으로 옮겨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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