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티즌들, 김정은 ‘디스’한 노래 들어보니...

김수정 기자

입력 2014.03.15 09:57  수정 2014.03.15 09:58

김정은 찬영 가요 '그이 없인 못살아' 개사 '김정은은 영계'

일부 중국 사이트에서 김정은을 찬양하는 노래 ‘그이 없이 못살아’를 김정은을 비꼬는 내용으로 개사한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고 미국에 근거를 둔 반 중국 매체 보쉰 닷컴(boxun.com)이 지난달 11일 보도했다. 사진은 해당 보도 캡쳐 화면.

“친근하신 그이의 정 가슴에 울려 / 자나깨나 그 숨결로 따뜻한 마음 / 하늘 같은 인덕과 믿음에 끌려 / 우리 모두 따르며 사네 / 그이없인 못살아 김정은 동지 / 그이없인 못살아 우린 못살아 / 우리의 운명 김정은 동지 / 그이 없으면 우린 못살아...”

“경박한 마음 고아왕자 죽은체 하는 여우 / 찰나에 순식간에 마누라 바람난 남편이 되었네 / 하품 한번하고 고모부 유인해 기름에 빠뜨려 / 아무 이유없이 모두 몰살당해 / 고의로 굶어죽이고 몰살하네 김정은 영계 / 여우의 악명 김정은 영계...”

북한에서 지난해 12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급작스럽게 처형된 이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근거를 둔 반 중국 매체 보쉰닷컴(boxun.com)은 일부 중국 사이트에서 김정은을 찬양하는 북한 노래인 ‘그이 없이 못살아’를 김정은을 비꼬는 내용으로 개사한 영상이 게재돼 유포되고 있다고 지난달 11일 보도했다.
http://www.boxun.com/news/gb/misc/2014/02/201402112033.shtml#.UxZ0gk1WFMs

본래 이 곡은 북한이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의 유일 영도 체계를 강조하려는 과정에서 만들어져 대대적으로 홍보돼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24일 노동신문도 1면에 이 노래를 전면 게재하고 ‘천만의 마음을 틀어잡은 시대의 명곡’ ‘위대한 시대를 노래하는 명곡’ ‘인민의 진정이 용암처럼 끌어 번지는 송가’라고 선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보쉰닷컴이 보도한 해당 동영상은 '그이 없인 못살아' 선전 영상에 중국어로 개사한 가사를 삽입한 형태로 원곡의 취지와는 달리 김정은을 비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매체도 “이 곡은 원래 김정은을 찬양하는 내용이지만 중국의 네티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김정은을 ‘아니오 그는 죽을 것이다’로 개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가사에는 “(인민을) 고의로 굶겨 죽이고, 몰살하네”라며 김정은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그를 ‘영계’라고 표현한 대목이 있다. 이는 김정은을 ‘어린 지도자’라고 은유적 표현한 것도 있지만 중국 내에서는 종종 영계라는 말이 욕설로 사용된다고 한다.

또한, 개사한 내용 중에는 장성택 숙청 배경과 관련 일부 외신에서 제기한 리설주와의 염문설도 우회적으로 거론해 눈길을 끈다. “찰나에 순식간에 마누라 바람난 남편이 되었네” “하품 한번 하고 고모부 유인해 기름에 빠뜨려” “아무 이유없이 모두 몰살당해” 라는 등의 가사는 장성택 숙청과 관련한 중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중국에서는 지난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인들의 불안감과 북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면서 이를 비꼬는 ‘북한 사망 노래(北韩丧歌)’가 인터넷에 올라와 해당 내용을 보쉰닷컴이 보도한 바 있다.

이 곡은 중국인 서눠(西諾)가 인기 드라마 주제곡을 개사해 만들었는데 중국은 공식적으로 북한을 ‘조선’으로 칭하지만, 이 곡에서는 ‘북한’으로 부르고 있다. 인터넷에는 이 곡에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비판하는 자료들을 엮어 만든 동영상이 올라왔다. 보쉰닷컴이 공개한 영상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얼굴을 뚱뚱한 스모 선수 몸에 합성한 사진과 함께 바싹 몸이 말라 죽어가는 북한 어린이들의 사진도 담겨 있다.

당시 보쉰닷컴은 “북한의 핵실험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중국 당국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다”고 전하는 등 북한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감 분위기도 보도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