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12분 쿼터제’ 유보…졸속 정책 말로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4.03.15 08:57  수정 2014.03.15 10:27

발표되자 구단·팬 반발 “지금 일정도 과도한데..”

사전 검토 없는 밀어붙이기식 정책..초라한 말로

논란이 됐던 프로농구 12분 쿼터제 도입이 유보됐다. ⓒ 창원 LG

최근 프로농구계 뜨거운 감자였던 쿼터 당 12분 제도 도입이 유보됐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 11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제19기 제3차 임시총회 및 제5차 이사회를 열고 쿼터 당 12분 제도의 도입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KBL은 2014-15시즌부터 한 쿼터 시간을 10분에서 12분으로 늘린다고 발표했지만 충분한 사전 검토와 여론 수렴 없는 밀어붙이기식 정책강행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벽에 부딪혔다. 현장에서도 반대 의견이 주를 이뤘다.

12분 쿼터제 철회는 팬들의 악화된 여론, 불투명한 성공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 KBL은 결국 최근 제도 개선 TF팀을 꾸려 검토에 나섰지만, 역시 결론은 국내 농구 선수층과 인프라를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것이었다.

12분 쿼터제를 둘러싼 논란은 한 고비를 넘겼지만 철회가 아니라 유보인 만큼, 언제든 다시 이 문제를 거론할 여지는 남아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12분 쿼터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현재 프로농구 정규리그는 6라운드 54경기로 치러진다. 플레이오프까지 더하면 최대 71경기까지도 가능하다. 단일리그제만 놓고 봤을 때 세계적으로도 미국프로농구(NBA·정규리그 82경기) 다음으로 많은 경기수다.

NBA에 비해 KBL은 훨씬 선수층이 얇고 주전의존도가 높은 리그다. 현장에서는 지금 리그 일정만 해도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실상 시즌 후반에는 선수들의 체력적인 과부하로 인해 경기의 질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가장 팬들의 흥미를 끌어야할 정규시즌 후반기 순위 다툼이나 플레이오프 빅매치가 오히려 맥이 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2분 쿼터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기수나 라운드 자체를 줄여야 하는 게 현실적인데,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오히려 구단들이 더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어차피 세계적으로도 프로 리그를 운영하는 국가 중 12분 쿼터제를 도입한 곳은 많지 않다. 중국 CBA가 NBA와 함께 드물게 12분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리그 경기수는 고작 32경기로 KBL의 3분의 2도 안 된다. 중국은 한국보다 농구인기가 훨씬 더 높고, 선수층과 외국인 선수의 폭도 더 넓다.

유럽의 경우, 쿼터 당 10분제를 유지하면서도 리그 경기수는 대부분 30~34경기 내외를 벗어나지 않는다. 대신 각 나라별 상위권 클럽들은 '농구판 챔피언스리그'라고 할 수 있는 유로리그-유로컵(대륙클럽대항전) 등에 참가한다.

하지만 정규리그와 유럽클럽대항전 경기수를 합쳐도 KBL의 정규리그보다 많은 경기수를 소화하는 팀을 찾기는 쉽지 않다. FIBA(국제농구연맹)가 주관하는 국제대회(세계선수권·올림픽)도 모두 10분 4쿼터제로 경기를 진행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경기시간 확대만으로는 과연 KBL이 진정 필요로 하는 콘텐츠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팬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농구를 얼마나 '오래' 보느냐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느냐의 문제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NBA조차 전력 차가 큰 팀들 대결에서 일찍 승부가 결정되면 소위 '가비지 타임'(버리는 시간)만 늘어나는 부작용이 크다. 경기력은 떨어지면서 시간만 잡아먹는 농구경기를 팬들이 반길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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