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이 야수 최대어라면, 삼성 우완 선발 윤성환(33)은 투수 최대어로 꼽힌다. ⓒ SK-삼성-롯데
올 겨울 프로야구 FA시장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거물급 FA들이 쏟아지는 올해는 작년 총액 523억원을 웃도는 사상 최고액의 거래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최대어로 분류되는 FA는 단연 최정(27·SK)이다. 국내 최고의 3루수로 꼽히는 최정은 타격과 수비, 주루 능력을 고루 갖춘 만능 플레이어로 꼽힌다. 풍부한 경험에 비해 나이도 아직 20대에 불과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최정이 지난해 강민호(29·롯데)가 기록한 FA 역대 최고액인 4년간 75억원 기록을 깰 것이 유력하고, 사상 첫 100억원 시대를 여는 것도 가능하다는 예상이다.
최정이 야수 최대어라면, 삼성 우완 선발 윤성환(33)은 투수 최대어로 꼽힌다.
국내 최고의 불펜 투수 안지만(31·삼성)과 좌완 선발 장원준(29·롯데) 역시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 유력한 투수들이다. 지난해 장원삼(삼성)이 세운 투수 FA 최고액 60억원을 1년 만에 경신할 것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1년마다 갱신되는 연봉계약과 달리 다년간의 장기계약이 이루어지는 FA는 구단도 상당한 위험부담을 감수해야하는 도박이다. 짧은 선수생활 동안 많은 돈을 벌어야하는 선수들에게 FA는 일생일대의 대박이지만, 구단과 팬들 입장에서는 돈만 들이고 수익은 안 나는 '먹튀' 근원지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FA 최고액을 경신한 강민호의 경우, 98경기서 타율 0.229(310타수 71안타) 16홈런 40타점 득점권 타율 0.169라는 최악의 성적에 그쳤다. 수비에서 나름 안정된 투수리드와 도루저지율로 공헌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강민호를 잡기 위해 쏟아 부은 천문학적인 돈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75억'이라는 몸값은 강민호가 지닌 공격형 포수로서의 희소성과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상징성이 더해져 가능했던 수치였다.
문제는 이런 위험부담이 어느 정도 예상된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강민호는 최근 몇 년간 성적이 들쭉날쭉했던 편이다. 특히, 홈런과 장타력은 꾸준히 하락세였다. 그럼에도 최근 시장에 정상급 포수가 워낙 희귀했던 데다 롯데도 강민호를 놓칠 경우 발생할 부담을 무시할 수 없었다.
지난해 FA 시장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단행한 한화의 경우, 내-외부 FA들을 대거 잡는데 무려 178억이라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했지만 팀 성적은 3년 연속 꼴찌에 그쳤다. 외부 FA의 경우, 정근우는 나름 제몫을 했지만 이용규는 부상 회복이 늦은 탓에 수비와 주루에서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이용규 역시 FA를 앞두고 몇 년간 성적이 꾸준하지 못했던 케이스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고액 FA들은 성공보다 실패사례가 더 많다.
원 소속팀과의 재계약이 아니라 팀을 옮겨서 더 나은 성적을 거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심정수, 박명환, 이강철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FA중 그나마 선방한 장원삼도 원 소속팀과 재계약한 경우였다. 두산과 롯데를 거치며 대표적인 FA 모범생으로 꼽히는 홍성흔(두산)은 정말 드문 사례다.
이런 전례에 비추어볼 때 올 시즌 대어급 FA들도 불안요소가 적지 않다.
최정은 올 시즌 부상으로 고전했고 최근 3년간 크고 작은 부상으로 출장경기수가 감소하며 내구력에서도 우려를 낳고 있다. 윤성환은 삼성이라는 리그 챔피언팀에서 오랫동안 활약했던 수혜를 무시할 수 없고, 장원준도 리그 정상급 선발요원으로서의 기량을 꾸준히 보여준 시즌이 많지 않다. 이름값만 믿고 덜컥 거액을 투자했다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국내 프로야구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 FA 선수들의 몸값 인플레에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야구의 시장규모나 구단의 수익성은 제 자리 걸음이고, 선수들의 몸값은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지 않는다.
프로스포츠 선수와 일반 직종의 차이를 감안해도, 보통 사람들이 평생 꿈도 꾸기 힘든 60-70억의 거액이 아무렇지도 않게 거론되는 국내 야구 FA 시장은 야구팬들과 정서적 괴리도 있다. FA 시장의 거품을 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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