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 퇴진한 데 이어 조희연 교육감까지 임기 중 하차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이 선거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로 또 다시 중도 하차할 위기에 놓이면서 교육 현장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 이로써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에도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도입된 교육감 직선제가 올해로 9년째를 맞았지만, 교육감 후보자들의 선거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로 오히려 교육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교육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고안된 직선제가 도리어 교육 현장이 연달아 위기를 맞게 된 근본적 원인으로 꼽히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조 교육감의 재판 결과와 맞물려 교육감 직선제 폐지에 대한 교육계와 학부모단체 등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대변인은 24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2007년 직선제 이후 4명의 모든 서울시교육감이 모두 법정에 서는 진기록을 보였다”며 “이는 작게 보면 서울 교육, 크게 보면 대한민국 교육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선거라는 것이 한 표차로 승자와 패자가 갈려지다보니 정치선거에서 난무하는 흑색선전이나 비방을 통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속성이 있다”며 “헌법 31조가 규정한 정치적 중립성을 도달하기에는 선거제도 자체의 한계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결국 판결은 크게 법리적인 부분과 국민정서법적인 측면 두 가지를 바라보게 돼 있는데 이번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전원이 모두 유죄판결을 내렸고, 법리적으로도 유죄라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직선제의 폐해를 인식하는 결정적인 전환점 이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교총은 지난해 8월 교육감 직선제 위헌성과 관련한 대규모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며, 현재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일부 교육계는 물론, 교육 관련 전문가들과 시민운동가들은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여러 차례 직선제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교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이유로 교육감 선거에서 정당공천을 없애다보니 후보자가 부담해야 할 선거 비용이 엄청나게 커지는 부작용이 나타났고, 당선을 위해 단기적이고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내놓는가 하면 상대 후보자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교육감으로서의 자질과 상관없는 갖가지 의혹들을 제기하는 진흙탕 선거로 번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이들은 교육감 임명제, 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등 교육감 직선제의 문제점을 보완할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줄곧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해왔던 이경자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공학연) 대표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도저히 정치적 중립이 지켜질 수 없는 선거가 교육감 선거라는 것을 모두 우리는 경험했다”며 “그간 서울시교육감 3명이 모두 낙마가 됐다는 것 자체가 교육감 직선제가 유지되면 안 되는 이유”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굉장히 좋은 제도지만, 가장 위험한 정치행위이기도 하다. 특히 교육감 직선제로 우리나라의 모든 교육 선거는 정치판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 교육감의 재판을 계기로 교육감 직선제 폐지에 대한 주장과 의견을 결집시켜 조직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심규홍 부장판사)는 지난해 선거운동 과정에서 고승덕 상대 후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로 조 교육감에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 유죄 판결로 조 교육감이 당장 직위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조 교육감은 교육감 직을 내려놔야 하는 것은 물론 30억원 가량의 선거보전금도 반납해야 한다.
한편, 조 교육감은 판결 직후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재판에서 바로잡히기를 소망했지만, 결과가 실망스럽게 나왔다”며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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