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유아인 "아인시대? 이 또한 지나가리"(인터뷰)

부수정 기자

입력 2015.09.11 09:39  수정 2015.09.22 10:20

이준익 연출 신작서 사도세자 역 열연

전작 천만 흥행 배우 등극 "얼떨떨해"

유아인은 "'사도'는 연기 인생을 통틀어 마음으로 끌렸던 작품"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젊은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유아인이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베테랑'에서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로 분해 물오른 연기력을 과시한 그는 16일 개봉하는 '사도'에서 불운의 사도세자를 연기했다.

영화는 조선 시대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은 사도세자 이야기를 재조명했다. 2005년 '왕의 남자'로 1230만 흥행신화를 기록한 이준익 감독이 10년 만에 선택한 정통 사극으로 송강호 유아인 두 대세 배우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다.

'베테랑' 속 악랄한 조태오로 대중의 뇌리에 깊이 박힌 유아인은 극 중 세자의 변화무쌍한 감정 연기를 놀라운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광기와 불안감에 사로잡힌 세자는 유아인을 만나 강렬한 전율을 내뿜는다.

'밀회'(2014), '베테랑', '사도'까지 2015년을 숨 가쁘게 보내고 있는 유아인을 지난 8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평소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지닌 그는 인터뷰하는 동안 막힘없이, 논리정연하게 답했다. 그러다 소년 같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고, 연기 철학과 배우이자 한 인간 유아인의 삶을 논할 때는 진지했다.

대세 배우로 등극한 그에게 가장 먼저 '아인시대'라는 기사 문구를 언급하자 유아인은 "작품을 하다 보니 좋은 일이 생겨서 얼떨떨하다"면서 "젊은 배우가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힘든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인데 이런 인기 역시 다 지나가겠죠. '성균관 스캔들' 할 때 치솟았던 인기가 금방 사그라지기도 했거든요. 하하. 갓 데뷔할 때는 '충무로 블루칩'이라고 불러 주셨는데 금방 잊히기도 했고요. 그러다 '베테랑'과 '사도'를 만났죠. 그간 방황도 했고, 위기도 겪으면서 내린 결론은 '인기는 잠깐 즐기자'는 거예요. 훌훌 털어버려야죠."

유아인은 "'사도'는 연기 인생을 통틀어 마음으로 끌렸던 작품"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베테랑'에 이어 천만 영화가 점쳐지는 '사도'에 출연한 것과 관련해선 "'사도'를 만난 건 행운"이라며 "내 연기 인생을 통틀어 마음으로 끌렸던 작품"이라고 애착을 드러냈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는 드라마, 영화의 인기 소재였다. 유아인이 생각하는 영화 '사도'만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룬 이야기는 없었어요. '누구나, 그냥 아는 이야기'일뿐 인 거죠. '사도'는 기교나 겉멋을 부리지 않는, 화려한 장치를 제거한 정통 사극입니다. 익숙한 이야기를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는 방식을 우직하게 풀어냈습니다. 무엇보다 인간의 심리에 대한 탐구와 고찰을 보여준 점이 자랑스러워요."

영조의 총애를 받던 사도세자는 아버지의 기대와 달리 어긋나면서 점차 광인으로 변해간다.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죽음을 맞는 사도세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혹독한 감정신을 요구하는 캐릭터다.

"극적인 감정을 보여준 역할이에요. 비극적인 운명을 지닌 왕과 세자의 이야기는 아버지와 아들 관계로 넓힐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았는데 아버지가 느꼈을 기분을 이해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면서 세자의 절망이 시작됐지요. 현실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서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는 유아인이 웃는 장면이 거의 없다. 비극적인 운명으로 태어난 사도세자를 시종일관 무겁게 표현한 탓에 힘들 법도 했을 터다.

"겉으론 괜찮은 척했는데 사실 힘들었습니다. 하하. 극 전체 분위기도 무겁고, 제가 맡은 게 다 감정신이었거든요. '밀회', '베테랑'에 이어 쉴 틈 없이 일했던 시기라 우울했어요. 처음엔 꽤 힘들었는데 촬영하다 보니 익숙해지더라고요. 어두운 인물의 일관된 감정선을 어떻게 하면 풍성하게 만들까 고민했습니다."

유아인은 "'사도'는 연기 인생을 통틀어 마음으로 끌렸던 작품"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사극 분장과 뒤주 촬영을 꼽았다. 평소 오래 앉지 못한다는 유아인은 "분장을 마치고 나면 힘이 다 빠지고 예민해져서 힘들었는데, 오히려 연기에 도움이 됐다"면서 "뒤주에 있을 땐 옴짝달싹 못해서 마음이 흔들렸다"고 토로했다.

대선배 송강호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연기 계획을 세우는 선배"라며 "극 전체를 머릿속에 생각하시면서 연기하는 놀라운 분"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2004년 KBS2 '성장드라마 반올림'에서 극 중 옥림이의 풋풋한 남자친구 역으로 데뷔한 그는 '성균관 스캔들'(2010), '완득이'(2011)를 통해 두각을 나타내다가 '밀회'(2014), '베테랑'에서 정점을 찍었다.

유아인은 어떨 땐 해맑은 소년 같은 모습을, 또 다른 작품에선 수컷 냄새가 풍기는 반항아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줬다. 양면성을 갖고 있다는 점은 배우로서는 큰 장점이다. 이는 유아인 자신의 동물적인 본능과 부단한 노력에서 자연스레 풍겨 나온 것이었다.

"고정된 이미지를 구축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유아인은 "내가 가진 모든 면을 키우고, 균형 있게 정리했다"면서 "그래서 대중이 '유아인은 양극단을 오가는 배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아인은 과거 SNS를 통해 사회 이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 '거침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특유의 솔직한 화법을 지닌 그는 "그런 이미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대중이 배우에게 원하는 이미지가 있지만 난 고정된 이미지를 따르려고 하지 않고, 다양한 이미지가 뭉친 '혼란스러움'을 택했다"고 고백했다.

혼돈의 20대를 지나 격동의 30대를 마주한 그는 과감한 변화를 꾀했다. 이제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30대 땐 제 연기 인생에서 명확하게 방점을 찍고 싶고, 터닝 포인트를 맞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인터뷰 말미 유아인의 연기력을 칭찬하는 기사를 언급하자 그는 몸을 낮추며 한마디를 툭 던졌다. "제가 잘했다기 보단 운이 좋았어요. 훌륭한 배역이 연기력을 만든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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