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이 지난 7월 23일 국회에서 당대표 회의실의 백보드 현수막과 여름 휴가철 현수막 캠페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창당 1년 9개월만에 당명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이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강희용 새정치연합 부대변인은 4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새정치연합 창당 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전국 대의원 1만 4000명을 대상으로 당명 개정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73%가 찬성의 견이었다"며 "이를 근거로 당명 개정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오는 7일부터 14일까지 당명 개정을 위한 국민 공모에 들어가기로 했다. 접수는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받는다. 이후 전문가의 심사로 한 차례 걸러낸 뒤 당원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최종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강 대변인은 "당명 개정사업은 창당 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가 주관하고 전략홍보본부가 총괄할 계획"이라며 "철저하게 국민과 당원 중심으로 대대적인 참여를 보장하고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전병헌 최고위원도 3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73%가 당명 개정에 찬성했다는 대의원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당의 중심인 대의원들이 압도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라는 의견들이 확인이 된 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창당 60주년 기념사업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 최고위원은 "기본적으로 우리 당명이 부르는 게 많이 불편하고 우리 국민과 당원들에게 그렇게 친숙하지 않아서 여러 가지 인식에도 좀 문제가 있다라는 생각을 (대의원들이)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 당의 현재 모습 자체도 무엇인가 환골탈태가 필요하다는 함의도 함께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당명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브랜드니까 우리 당이 지난 60년 동안 걸어왔던 역사성. 그리고 우리 당이 추구해 온 가치가 반영이 돼야 한다"며 "안철수 전 대표와의 통합의 정신도 반영이 되어야 하고 우리 국민과 당원들에게 보다 친숙하고 익숙한 이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새정치연합의 당명 변경 시도는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지난 7월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현 당명에는 많은 사람의 약속이 담겨 있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결단 없이는 함부로 손을 대기 어렵다"면서도 "당명은 브랜드 가치 차원에서 좋은 이름은 아니다. 조금 더 짧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손 위원장은 이후에도 수차례 당명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언제든지 당명 변경건을 공론화 시킬 수 있음을 시사해왔고, 이제야 본격적으로 실무적인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새정치연합은 향후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명 개정 안건을 최종 의결한 후 공모절차에 착수할 전망이다. 이들은 이 달 말에서 다음 달 중순까지는 당명 개정을 끝낼 것으로 보인다. "당명 변경으로 지지율 상승 노리면 안 돼" vs "당명 변경은 당의 단결 차원"
그러나 일부는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최근 '문·안·박(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공동지도체제'를 두고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 당 내부 상황에서 당명을 바꾸려는 시도는 무리수이며 당내 진정이 우선이라는 의견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금 새정치연합은 외관적인 문제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현재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치열한 다툼 속 당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당명을 바꾸고 당의 이미지를 바꾼다고 나아질 게 전혀 없다"며 "엉뚱한 것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워낙 당의 상황이 안 좋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뭐라도 해보자는 그런 의도는 좋지만 이것이 당의 지지율의 변화를 가져다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라며 "본질적 내용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새정치연합은 주요 인사들이 자존심, 계파 나눠먹기, 대권 고지선점 등을 이유로 나눠져 있다"며 "외부 변화 대신 당의 정책이나, 이념과 노선 등 내면적인 부분에서 근본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일 때 국민이 호응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회 사정에 능통한 한 인사도 "당명을 바꾼다는 시도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그 자체만으로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본보에 "현재 당명이 길고 부르기 힘들어 바꾸자는 의견이 많다"며 "현재는 '새정치', '민주', '연합' 등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는데 단결하는 구조로 변화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미 새정치연합 당직자 사이에서도 당명 개정에 많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원하는 의견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보니 새정치민주당 정도가 적당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서울 마포구에 당사를 둔 원외정당이 '민주당'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19대 총선 앞두고 당명 바꿔 승리한 새누리, 20대 총선 앞두고 당명 바꾸려는 새정치
한편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대중들에게 알려진 당명 변경을 꾀하는 새정치연합의 모습은 19대 총선을 코 앞에 두고 당명을 바꾼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의 지지도 하락과 국민의 불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찬반투표 무산 등 악재가 겹치며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의 박원순 후보에게 직을 내줬다. 중대한 위기였다. 이에 당에서는 홍준표 당시 대표가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고 박근혜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앉혔다.
위원장직에 오른 박 전 대표는 마케팅 전문가인 조동원 씨를 홍보위원장에 임명했다. 조 씨는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기존 상징색인 파랑 대신 빨강을 당색으로 선택하는 등 파격적인 전략을 펼쳤다.
변경 과정은 쉽지 않았다. 1997년부터 15년 간 이어져 온 한나라당의 간판을 떼어내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내부 변화 없이 겉만 바꾼다고 당의 성질 자체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여론이 대다수였다.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이름을 내세워 얼굴 알리기에 나섰던 예비후보들이 피해를 입을 거라는 의견도 많았다. 또한 주요 보수 지지층인 60대 이상 고령층에 혼란을 가져다 줘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당명 변경은 '한나라당=부패당'이라는 이미지를 완화시켰고 여당은 새누리당의 이름으로 그 해 총선과 대선을 모두 휩쓸며 달콤한 결과를 맛 봤다.
새정치연합은 당시 자신들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형성해가다 '당명 변경'에 눈물을 삼켰던 이 기억을 잊었을 리 없다. 그로부터 약 4년이 흐른 시점에서 이번에는 자신들이 '당명 변경'으로 이미지 반전을 꾀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전 최고위원은 라디오에서 "총선을 앞두고 현재 부르기 어려운 당명에서 좀 더 부르기 쉽고 인식하기 좋은 당명으로 바꿔야 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며 "생긴지도 꽤 됐는데 여전히 '당명이 부르기 힘들다, 인식하기가 힘들다'는 의견이 있어 자연스럽게 개정의 필요성이 나왔다"고 총선 대비용이라는 것을 자인했다.
그는 "당명이 바뀌면 로고나 상징물도 약간의 변형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 것들은 당의 전략홍보위원회에서 작업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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