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 시한이자 4·13 총선 예비후보 등록 개시일인 15일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가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열린 선거구 획정 최종 담판에 참석하고있다. ⓒ데일리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5일 오전 선거구 획정 관련 협상을 하려고 국회의장실에서 정의화 의장 주재로 만나 인사를 나눈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미 법정 시한을 넘긴 선거구 획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의 대표·원내대표·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가 15일 7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회담을 가졌지만 결국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이에 정 의장의 '특단의 조치'인 직권상정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날 오전 11시 15분경 국회의장실에서 시작된 이들의 회담은 끝난 오후 6시가 다 돼 마무리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회담 이후 당대표실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오늘 정개특위 활동 시한이 마감돼 어떻게든 오늘 합의를 좀 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보지 못했다.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역구를 253석으로 가고 비례대표를 7석 줄이는 건 (여야가) 잠정적으로 뜻이 같다"면서도 "야당에서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새누리당 입장으로서는 도저히 받을 수 없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북한인권법과 테러방지법, 기업활력제고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 5대 법안 등 쟁점 법안의 처리를 전제로 선거 연령 인하를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에서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경제 관련 법안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이진복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여당 간사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불러 의견을 듣기도 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우리가 장시간 동안 회동을 가진 이유는 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구의 인구 편차를 3:1에서 2:1로 줄이라는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며 "그런데 새정치연합에선 선거구 획정 외에도 다른 선거 제도를 전제로 선거구 획정을 강권하다시피 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원 원내대표는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보가 아니라 공정성이며 이것이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적 의제였다"며 "그럼에도 새정치연합은 끊임 없이 우리를 향해 양보하라는 말을 해서 회담 내내 당혹스러웠다. 합의에 이르지 못해 정말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이학재 정개특위 여당 간사도 "처음부터 야당은 비례 의석을 한 석도 못 줄이겠다고 해 끈질기게 설득해서 온 게 지역구 253석, 비례 47석"이라며 "여기까지 왔는데 또 다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것은 농촌 지역구를 살리겠다는 진정성이 없는 것이며 이 정국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보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야의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남에 따라 이날 예정됐던 본회의도 무산됐다. 당초 원 원내대표는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에게 오는 22일과 28일에도 본회의를 열자고 제안했으나 오늘 회담의 결과로 인해 재합의가 필요하게 됐다. 향후 여야의 재회동 시기에 대해선 합의된 게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개특위의 활동 시한이 오늘(15일)로서 종료 됨에 따라 선거구 획정 문제는 안전행정위원회 소관으로 넘어간다.
여당이 야당의 무리한 요구로 합의가 결렬됐다고 밝힌 반면 이종걸 원내대표는 "(우리당은) 연동형 비례대표, 이병석 정개특위원장의 균형 의석방안에 대해 40%까지 수용할 것을 제안했으나 새누리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고등학생을 제외한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 원내대표는 정 의장의 선거구 획정안 직권상정에 대해 "이것은 여야의 입장 차이에 따른 협상의 문제이지, 국가비상사태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의장에게 어떤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협상에 중재하도록 요청했고, 절대로 직권상정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을 거듭 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언 도중 "실망스럽다"는 말을 하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여당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아울러 김태년 정개특위 야당 간사는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협상에 대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원인은 새누리당에서 모든 사안에 대해서 자당의 유불리에 대해서만 선택하기 때문"이라며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 정치 개혁 위해서 전진할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고, 자당에 유불리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선거구 획정안 논의를 위한 여야 지도부 회동을 마친 후 의장실을 나와 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개특위 간사가 15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선거구 획정안 논의를 위한 여야 지도부 회동을 마친 후 의장실을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여 "선거는 양보 아닌 공정성 문제" 야 "새누리당의 고집이 문제" 시작부터 충돌한 여야
한편 여야는 이날 오전 회담이 시작될 때부터 부딪쳤다. 의장실에서 만난 이들은 포토타임을 가지며 '어설픈 미소'를 지었지만 모두 발언에서는 날을 세웠다.
정 의장은 "상당히 심각한 지경이다. 이것이 입법 비상사태까지 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경우 의장으로서 뭔가 특단의 조치 안할 수 없다"며 "우리가 아무래도 정당정치를 하는데 한 정당 안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국회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 싶다.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잘 의견 수렴을 해서 올해를 넘기지 않고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야당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 그러자 새정치연합은 즉각 발끈했다. 문재인 대표는 "의장님께서 선거구 획정 해법 문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 가운데 우리 당의 어떤 형편에 대한 말씀을 하셨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우리가 당내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러나 당 사정 때문에 선거구 획정 논의라든지 입법에 대한 협의들을 우리가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반발했다.
이어 "우리 당은 우리의 원칙을 내려놓으면서 타결을 보려고 노력한 데 비해서 새누리당은 처음의 입장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것이 선거구 획정이 안 되는 이유"라며 "그런 부분을 중재력을 발휘해서 타결되게끔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의장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도(로 말을 바꾸겠다)"며 "오늘은 다 원만히 처리하길 바란다"고 말을 바꿨지만 이 원내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는 "당 내부 상황이 선거법 협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씀을 취소해달라"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정 의장은 즉시 "취소합니다"라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어제 늦게까지 저희는 15일 선거법 타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그런 원칙을 갖고 (했다)"며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과반수 의석을 꼭 달성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너무 부당한 목표다. 공정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입법 비상사태가 무슨 말이냐. 전 세계 그런 말이 어딨나. 그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그 비슷한 상황을 초래하게 됐다는 데에는 새누리당 탓만 하지 않고 우리도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 원내대표는 "문 대표가 새누리당에서 양보를 안 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정치 발전 관련한 선거제도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열린 자세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다만 선거구 획정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 선거의 규칙과 룰을 정하는 데 있어선 양보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성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약 15분 간의 공개로 진행된 회의는 비공개로 접어들었고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속절 없이 기다려야 했다. 회의가 시작된 지 5시간이 지나도록 현장 상황은 변동이 없었다.
오후 4시 30분께 유의동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이 "상황이 궁금해서 왔다"며 잠깐 회의장을 들렀다 나갔지만 새로운 소식은 없었다. 회동 결과를 기다리던 기자들이 지쳐가던 오후 6시, 이윽고 회동은 끝이 났고 이 원내대표가 의장실 앞에서 결과를 전했다. 김 대표와 원 원내대표 등 여당 참석자들은 곧장 당대표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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