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통합을 놓고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1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홀로서기’를 시작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발이 바빠졌다. 지난 12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후 자신의 고향인 부산을 찾은 데 이어 야권의 성지인 광주, 대전을 차례로 방문하는 등 전국 순회에 나서면서, 희미하지만 지역 행보에 따른 신당의 로드맵도 윤곽을 드러낼 조짐이다.
안 의원은 오는 17일 전북지역 기자간담회를 시작으로 전주 한옥마을 상인들을 만난 뒤 곧바로 광주로 이동, 광주에서 1박을 하며 지역 언론과 시민사회 인사들, 청년층을 차례로 만나며 독자세력화를 위한 광폭 행보를 개시할 예정이다.
특히 안 의원이 이날 오후 광주 금남로에 위치한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열리는 ‘시민네트워크 무등’ 창립식에 참석할 계획을 밝히면서, ‘안철수 열풍’의 진원지인 광주를 거점으로 신당 작업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광주가 야권의 텃밭인 데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에 대한 반감이 큰 지역인 만큼, 대안 야당의 시작점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지역정책 대안 기구인 '시민네트워크 무등'은 지난해 ‘안철수 신당’을 추진했던 인사들 중 새정치연합에 들어가지 않은 멤버 상당수로 구성돼 있으며, 공교롭게도 안 의원의 탈당 시기와 맞물려 창립 행사가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은 내년 총선 전략 및 신당 창당 관련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며, 안 의원을 중심으로 총선에 도전하려는 인사들이 대거 몰리면서 세 규합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안 의원이 광주 행보에 힘을 싣자, 일각에서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의 접촉 가능성도 회자된다. 천 의원이 이미 안 의원을 향해 “언제든지 함께할 수 있다”며 ‘러브콜’을 보낸 만큼, 아직 독자세력이 부족한 안 의원이 ‘천정배 신당’과 손을 잡고 지역세 확장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호남에 둥지를 틀 경우, 새정치연합 내 비주류 세력과 구 민주계 탈당파와 한 데로 묶여 ‘호남당’이라는 지역적 한계성에 봉착하거나, 이미 지역 맹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천 의원 세력에 흡수될 위험도 적지 않다. 아울러 개인 브랜드로 승부해야하는 안 의원의 호남 지지율 역시 불안정하기 때문에 당내 현역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도 주춤한 상황이다.
그런 만큼 광주가 아닌 부산의 야권 지지층을 기반으로 총선 조직을 구성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안 의원이 탈당을 감행한 후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부산이었다. 그는 전날 부산을 방문해 지역 기자단 오찬과 지역 방송사 인터뷰, 청년창업가 간담회 참석, 지역 보육시설 방문 등 광폭 행보를 선보였다. 앞서 지난 7일 탈당도 불사하겠다며 '최후통첩'을 알리고 부산으로 향한 데 이어 이달에만 벌써 두 번째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2만표 차이로 패배한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접촉하며 향후 신당 행보를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안 의원 측 관계자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안 의원을 지지하는 부산 지역 주민들에게 이번 탈당에 대해 설득하고 동의를 구할 수 있을 거라 본다"면서 "광주와 함께 부산에서 안 의원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것도 상당 부분 고려됐다"고 말했다.
한편 김근·이용경·오홍근·표철수·정연호·김삼화 전 새정치연합 최고위원들이 16일 탈당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오는 17일에는 새정치연합 소속 문병호·유성엽·황주홍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이 예정된 가운데, 안 의원 측은 탈당파를 중심으로 일종의 '신당 추진 TF'를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내년 1월 중 창당 실무작업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창당에 필요한 기초 작업에 돌입한다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안 의원 측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은 오는 22일 긴급 자문회의를 열고 신당 일정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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