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정책위의장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안철수’가 떠난 새정치민주연합이 ‘선명 야당’으로 전면 재무장에 나섰다. 60년 진보 정당의 전통을 되살리겠다며 당명 변경 작업에 착수하는가 하면, 조직의 핵심인 인사에서부터 대표의 확고한 의지를 반영한 선명성을 선보이고 있다. 야권 지지층 분열이 불가피한 만큼, 중도보수층을 겨냥한 신당과 차별성을 둠으로써 고정 지지층을 탄탄히 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당장 문재인 대표부터 연일 ‘강한 야당’의 기치를 내세우고 있다. 그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가 꼽힌 것을 언급한 뒤 “혼용무도의 시대를 끝내기 위해 우리당이 더 혁신·단합해서 ‘강한 야당’이 되라는 국민의 간절한 염원”이라고 못 박았다. 또 “독재권력이 바라는 것은 야권의 분열이며 허약한 야당”이라며 “혁신과 단합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다. 어려울수록 원칙을 지키고 옳은 길을 선택해야 승리한다”고도 했다.
특히 인사 분야에서 당 선명성에 대한 의지를 뚜렷이 드러냈다. 문 대표는 지난 18일 사의를 표명한 비주류 최재천 정책위의장의 후임으로 ‘노동계 강성’ 인사인 이목희 의원을 임명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노동특보를 역임했으며, 이듬해 노동개혁TF 자문위원으로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을 설계했다. 특히 노동 분야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토대로 국회에 입성한 그는 당내에선 ‘전략가’이면서도 ‘강경파’로 각인된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총선 준비 과정에서 강세·열세 지역을 분류해 전략공천지를 선정하는 전략공천위원장직에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4선의 김성곤 의원을 배치했다. 호남 인사 중에서는 드물게 주류계로 분류되는 김 의원은 비교적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평을 받아왔다. 문 대표는 앞서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자의 약 20%를 전략공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 공천 관련 당직에도 주류 인사를 선임, 대표의 당 장악력을 확고히 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비주류 측에선 연일 ‘주류발 물갈이’란 비난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문 대표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마디로 일축했다. 문 대표 측 관계자 역시 “당의 정책 기조를 총괄하는 정책위의장을 무슨 계파나 인물 성향으로 임명하는 게 말이 되나. 이 의원이 전략가라는 것은 당내에서도 인정받는 사실”이라며 문 대표의 의지도 확고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새로운 당명에 대한 국민 공모를 마친 결과, ‘새정치’라는 말이 들어간 아이디어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본격적인 ‘안철수색 지우기’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합당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당명을 만들 당시, 안 의원을 상징하는 ‘새정치’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며 옛 민주당 세력과 자존심 싸움을 벌일 만큼 ‘새정치’는 그 자체로 안 의원을 대표하는 문구였기 때문이다.
당명 개정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공모된 당명에서 ‘새정치’는 거의 안 보인다. ‘새정치민주당’이라는 의견은 몇 있지만, '민주'라는 말이 가장 많다. ‘대한'이나 '국민' 또는 '경제'가 많다”며 “‘새정치’가 상징적 단어라는 의견은 당안에서나 그렇지, 정치에 크게 관심 없는 분들 입장에서는 그리 크게 연연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새정치가 진보당인 적이 있었나” 당내 요구도 봇물
무엇보다 “이번 기회에 당 정체성 좀 제대로 확립하자”는 내부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이같은 움직임도 힘을 받는 추세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세월호특조위와 특별법 등과 관련한 협상 과정에서부터 ‘야당의 자존심까지 내어줬다’는 비난을 여러 차례 받아온 바 있다. 시민단체는 물론 정의당까지 나서서 “새누리당 2중대가 따로 없다”고 비판했고, 당내 소위 ‘강경파’ 의원들도 당 정체성과 기조를 문제삼으면서 내부 분열이 일기도 했다.
특히 청와대가 연일 압박을 가하고 있는 노동개혁 5법 역시, 비주류계 대표격을 자처하는 이종걸 원내대표가 최근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법안 처리를 위해 협조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당내에선 “원내대표가 어느 당 소속이냐”는 비아냥이 터져나왔다. 5개 법안 중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비정규직 양산과 쉬운해고를 가속화 하는 만큼, 진보정당으로서는 절대 통과시킬 수 없다는 기조를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다만 이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양당 원내대표끼리 이야기한 내용이기 때문에 우리도 확실한 대화 내용을 단정할 수 없다”며 “원유철 원내대표가 공식 브리핑이나 회견에서 말한 것이 아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이 원내대표가 그런 말을 했는지, 두 분이 실제 합의를 한 것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문 대표는 안 의원이 사실상 ‘탈당’ 가능성에 방점을 둔 ‘최후통첩’을 한 뒤 지방 칩거에 돌입한 지난 8일, 여야 협상에서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제외한 법안 처리”라는 기조를 천명했다. 이와 관련해 당 관계자는 “그간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표와 사전 논의나 향후 보고도 없이 여야 협상에 임해서 실무자들도 괴로웠다”며 “문 대표가 이번에 ‘분리처리’ 기조로 강하게 가고 기간제법과 파견법만큼은 절대 양보 못한다고 밀고 나가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친노계 의원실 관계자도 “새정치연합이 언제 야당인 적이 있었나”라며 “이도아니고 저도아니고 방향을 잘못 잡다보니까, 지지층도 확보를 제대로 못하는 거다. 신당 때문에 야권 지형이 넓어지고 분열도 확실해지는 걸 피할 수 없는 마당에는 지지층을 확실히 하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선명성 확보에 따른 '투쟁 정당'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경제 분야에도 확실히 힘을 쏟겠다는 전략이다. 정세균 의원과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는 앞서 지난 6일 '비정규직 4대 개혁안'을 발표한 데 이어, 오는 22일 '포용적 성장'을 위한 자영업 종합 대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문 대표도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야말로 우리당이 나아갈 경제와 민생을 책임지는 위원회"라고 강조했다.
한편 안 의원과 공식적으로 손을 잡은 탈당파 측은 “반대만 일삼는 야당을 탈피하겠다”며 새정치연합과의 차별성을 분명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17일 문병호·유성엽·황주홍 의원을 시작으로 20일에는 광주지역 인사인 김동철 의원도 탈당에 동참, 4인이 향후 행동을 통일하겠다는 선언도 한 바 있다.
황 의원은 이날 탈당 회견에서 “사사건건 반대만 일삼고 나라를 정쟁으로 빠뜨리는 야당은 탈피해야한다”며 “정부여당에 옳은 것은 협조도 하고, 절대다수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의 야권이 빠져있는 운동권 정치와도 단호히 결별하겠다”며 새정치연합의 노선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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