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저지를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2일 종료를 앞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81.3%는 필리버스터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데일리안
'테러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저지를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2일 종료를 앞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81.3%는 필리버스터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치권에선 '집토끼'(전통적 지지층) 결집 효과에만 집중해 외연확대에 실패할 경우 또다시 선거에서 고배를 마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실시한 3월 첫째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야당이 지난달 23일부터 9일째 필리버스터를 진행중인 데 대해 새누리당 지지층의 20.1%만이 찬성, 59.3%가 반대 의사를 밝힌 반면, 더민주 지지층에선 9.9%만이 반대할 뿐 찬성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정의당의 경우 지지층의 87.5%가 찬성, 5.9%가 반대해 필리버스터를 적극 지지한 것과는 달리, 국민의당에선 찬성 45.9%, 반대 36.6%로 찬반 간 가장 작은 격차를 드러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7.4%였다. 실제 국민의당은 더민주에 비해 필리버스터에 소극적 태도를 취하면서, 더민주 일부 의원들로부터 공개적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아울러 무당층에서도 찬성(46.4%) 의견이 이 반대(24.8%)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지하는 차기 대권주자에 따라서도 뚜렷하게 갈렸다. 특히 같은 야권 후보군 내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는데,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지지층에선 90.4%, 박원순 서울시장 지지층의 74.4%가 필리버스터에 찬성한다고 답했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지지층의 49.5%, 김부겸 전 의원 지지층의 40.5%만이 찬성했다. 아울러 김 전 의원 지지층의 32.9%는 "잘 모르겠다"고 답해 야권 주자 내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여당 후보 지지층에선 상대적으로 반대 의견에 힘이 실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지지자의 경우 각각 22.4%, 59.8%가 찬반으로 갈렸고, 김문수 전 경기지사 지지자는 각각 26.9%, 53.2%가 찬반 의견을 표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지지층에선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 12.5%만이 찬성, 74.3%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유승민 전 원내대표 지지층의 경우 여권 내에선 유일하게 찬성(39.5%)이 반대(29.3%) 응답을 앞질렀다.
지역별로는 여권의 심장부인 TK(대구·경북)를 제외하곤 모든 지역에서 긍정 평가가 우세했다. 서울의 경우 찬성 53.9%, 반대 34.6%였으며 경기·인천도 찬성 49.6%, 반대 35%로 나타났고, 대전·충청·세종, 강원·제주, 부산·울산·경남, 전남·광주·전북 역시 찬성이 각각 45%, 44.5% 45.9%, 49.2%로 조사돼 부정 평가를 앞질렀다. 다만 TK에선 긍정 평가(30.4%)보다 부정 평가(47.7%)가 높았다.
또한 연령별 조사 결과, 50대 이상을 제외한 연령층에선 모두 찬성이 반대보다 높게 나타났다 20대의 61.6%, 30대의 64.9%, 40대의 53.6%가 긍정적 평가를 내린 반면 50대와 60대에선 찬성이 각각 35.5%, 26.5%에 그쳤다. 성별 조사에서도 남성은 52.8%가 찬성, 36.5%가 반대한다고 답했으며 여성 역시 찬성(41.6%)이 반대(31.8%)를 앞섰다.
하지만 이처럼 집토끼에 '올인'하는 전략이 총선 국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평이다.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간 단순히 집토끼가 결집하지 않아서 더민주가 패배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극단적 전략은 외연확대의 결정적인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전략적 극단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신 교수는 "당연히 선거에서 집토끼를 결집시켜야 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문제는 집토끼만큼 중요한 것이 산토끼다. 결과적으로 집토끼는 어떻게 해도 대부분 지지해준다. 더군다나 국민의당이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선 야권 지지층은 더민주로 간다. 중요한 건 외연확대"라고 말했다.
특히 당내에서 필리버스터 중단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거센 것과 관련, 신 교수는 지난 대선 패배를 언급하며 재차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민주정당에서 찬반은 당연히 있을 수 있지만, 강경 목소리가 커질수록 집토끼는 오겠지만 산토끼는 절대로 오지 않는다"며 "전략적 극단주의로 실패한 전형적 예가 바로 지난 대선 아닌가. 다시 반복될 수도 있다. 총선에서는 결국 산토끼를 잡아야지, 전통 지지층만 갖고는 절대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이어 "더민주는 필리버스터를 통해 산토끼도 잡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며 "물론 필리버스터로 국민적 관심을 얻는 데는 분명 성공했지만, 실제로 국민들은 필리버스터 자체가 신기해서 주목한 부분이 크지, 그 내용에 대해선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본인들의 주장대로 야권에 유리할 수 있다는 해석은 사실 ''아전인수'식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비대위의 태도를 문제 삼는 목소리도 나왔다. 앞서 김 대표는 전날 저녁 열린 의원총회에서 "필리버스터는 결국 이념 대결이고 총선에 악재다. 이념에서 경제로 국면을 전환해 당이 총선에서 이기는 데 진력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야당이 스스로 외치는 게 테러방지법은 이념이 아니라 철저히 정책적인 문제이고 인권에 대한 문제라고 하지 않았나"라며 "그걸 갖고 '이념 대결'이라고 말하는 건 아주 잘못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2월 28일부터 2월 29일까지 2일간 전국 성인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체 응답률은 3.7%고 표본추출은 성, 연령, 지역별 인구 비례 할당으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3.0%p다. 통계보정은 2016년 1월말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를 기반으로 성 연령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했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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