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resign' 이세돌, 최종대국 앞두고 유쾌한 결기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6.03.14 08:17  수정 2016.03.14 08:54

3연패 뒤 기적적 첫 승으로 응어리 어느 정도 해소

“5국은 흑 잡고 이기고 싶다” 승부사 기질 되찾아

이세돌 9단은 첫 승을 백을 잡고 거둔 만큼, 다음 대국에서는 흑을 잡고 알파고를 꺾고 싶다는 결기를 드러냈다. ⓒ 구글

이세돌 9단이 마침내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맞대결에서 3연패 끝에 첫 승을 거뒀다.

이세돌 9단은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4국에서 180수 만에 알파고로부터 항복을 받아내며 불계승을 거뒀다. 지난해 10월 유럽챔피언 판후이 2단과 대결에서 5전 전승을 거둔 바 있는 알파고는 사람을 상대로 한 대국에서 첫 패를 당했다.

“알파고의 약점일 수도 있을 것”이라던 패싸움에 사활을 걸고 마지막 순간까지 사투를 벌이다 끝내 돌을 던졌던 이세돌 9단은 4국에서 그동안 당했던 패배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국 초중반 승부를 거는 전략을 펼쳐 기적 같은 승리를 일궈냈다.

지난 세 차례의 패배를 당하는 동안 이세돌 9단이 판단한 알파고의 약점은 크게 두 가지. 백을 들고 싸울 때보다 흑을 들고 싸울 때 더 힘들어 하는 것 같고, 상대방이 생각하지 못한 수를 뒀을 때 대처에 미흡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이세돌 9단은 대국 초반 지난 세 차례 대국과 마찬가지로 불리한 형세로 몰렸지만 78수 째 둔 묘수가 판세 전체를 뒤집으며 역전승의 발판이 됐다. 이 묘수는 결과적으로 볼 때 알파고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수였던 것이고, 결국 알파고는 이후 이세돌 9단과 10차례 수를 교환하는 동안 오류에 가까운 실착을 연발하다가 "resign" 했다.

알파고의 다른 약점을 지적한 전문가도 있었다. 알파고가 자신의 집을 침범 당했을 때도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알파고에 대해 아무런 정보 없이 이번 대국에 나섰다가 연패를 당하는 와중에서도 결코 낙담하지 않고 집요하게 알파고의 약점을 찾아낸 이세돌 9단의 인내심과 의지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진행되는 동안 ‘불공정 게임’이라는 논란에 마음이 편치 않았던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 개발진은 이날 이세돌 9단의 승리에 찬사와 축하, 그리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제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모두 이번 대국에서 승리의 경험을 갖게 됐다. 마지막 다섯 번째 대국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사뭇 다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이세돌 9단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대국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마지막 대국은 한층 유쾌한 분위기 속에 치러질 수 있게 됐다.

이세돌 9단은 이번 첫 승을 백을 잡고 거둔 만큼, 다음 대국에서는 흑을 잡고 승리를 거두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스스로 파악하기로 알파고가 흑을 들고 싸울 때보다 백을 들고 싸울 때가 더 강한 만큼 알파고가 좀 더 강한 상태에서 승리를 거두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승부사 기질을 되찾은 것이다.

이번 대국은 백을 잡는 쪽에게 7.5집의 덤을 주고 시작하는 중국식 규칙을 따른다. 당연히 보통 기사들은 백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오히려 흑으 잡고 싶다고 밝혔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승패를 떠나 이세돌 9단이 이번 대국 기간 중 알파고에 대해 얼마만큼 이해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대국까지가 인간들에게 충격과 당혹, 공포를 안겨준 시간이었다면 이세돌 9단이 승리한 네 번째 대국을 통해 그 응어리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 오는 15일 열리는 마지막 다섯 번째 대국은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 모두에게 유쾌한 한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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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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