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만 불발' 명현만, 돌변한 모는 쓴 약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입력 2016.04.18 09:31  수정 2016.04.18 09:32

로드FC 4강 토너먼트, 모와 타격전 오히려 우세

클린치 싸움과 그라운드 방어 능력 보완해야

명현만이 마이티 모에게 패하면서 최홍만과의 로드FC 결승전은 불발됐다. ⓒ 로드FC

지난 16일 중국서 펼쳐진 ‘XIAOMI 로드FC 030’은 최홍만(36)이 아오르꺼러(21)를 꺾는 예상 밖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최홍만 외 다른 코리안 파이터들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데뷔전에 나선 두 파이터 ‘타격머신’ 오두석(33·팀투혼)과 ‘우슈 공주’ 임소희(19·남원정무문)는 중국 선수들 벽에 막혔다.

오두석은 초반 타격전에서 양 쥔카이에게 큰 것을 얻어맞은 상태에서 석연찮은 레프리 스톱으로 패했다. 충격을 받고 넘어지기는 했지만 곧바로 반격 자세를 취하는 등 후속 동작이 기민했다는 점에서 아쉽다.

반면 산타(散打) 여자 -52kg 은메달리스트출신 임소희는 결혼 후 이틀 만에 출격한 ‘새 신부 파이터’ 얜시아오난에게 TKO로 졌다. 1라운드 3분이 경과한 시점 묵직한 타격을 맞고 끝났다.

가장 아쉬운 선수는 ‘아이언 젠틀맨’ 명현만(31·압구정짐)이다. 최홍만과의 결승도 불발됐다.

무제한급 토너먼트 4강에서 마이티 모(46·미국)와 격돌한 그는 현 로드FC 헤비급 토종 라인의 유일한 희망이다. 최홍만, 최무배(46·최무배짐)는 전성기가 한참 지났으며 심건오(27·프리), 김재훈(26·압구정짐) 등은 기량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혹평을 들었다.

반면 명현만은 최근 쿠스노키 자이로(42·일본), 리앙 링위(23·중국) 등을 연파하며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우직하고 뚝심 있는 스타일에 기술까지 장착한 막강 화력의 소유자다. 모의 파괴력이 여전히 매섭긴 하지만 그나마 희망을 걸어볼 유일한 존재로 꼽혔다.

비록 3라운드 1분12초 만에 쓰라린 패배를 당했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긍정적 요소를 찾을 수 있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일단 타격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전성기는 한참 지났고, 나이도 많지만 여전히 모의 타격을 받아낼 동양권 헤비급 파이터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얼핏 봐도 둥글둥글한 장사 체형에 힘 좋게 생긴 모는 온몸의 체중을 실어 돌진하는 풀스윙 형태의 펀치를 구사한다.

그 파괴력이 너무 강해 웬만한 선수들은 맞기도 전에 이미 기가 질려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연타나 콤비네이션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음에도 지금까지 단순한 파이팅 스타일로 버티고 있는 배경에는 이러한 한 방의 위력이 결정적이다.

K-1 시절이나 지금이나 정면 펀치 난타전에서는 헤비급 어떤 파이터들과도 해볼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만큼 모의 펀치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그러한 모를 맞아 명현만은 타격전에서 우세를 점했다. 명현만은 무시무시한 모의 펀치를 효과적으로 잘 막아냈다. 단발성 펀치를 경계해 일정 거리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으며 스텝과 몸놀림을 살려 수차례 위험한 펀치를 피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본인은 짧지만 묵직한 정타를 꽂아 넣었고, 킥과 무릎 공격도 잘 활용해 모의 몸통에 충격을 줬다.

명현만은 마이티 모의 갑작스러운 그라운드 공격에 속수무책 당했다. ⓒ 로드FC

명현만의 스탠딩에서의 경기운영은 나무랄 데 없었다.

단순한 모의 펀치 패턴을 잘 분석하고 나와 영리하게 거리 싸움을 할 수 있었고, 약이 오른 모가 카운터를 꽂으려 거리를 재는 상황에서는 한 템포 먼저 짧게 치고나가는 플레이로 흐름을 끊었다. 최초로 모와의 스탠딩 싸움에서 제대로 앞서는 코리안 MMA파이터의 모습을 보여줬다.

문제는 그라운드였다. 학창 시절 레슬링을 했다고는 하지만 모는 전형적인 타격가 스타일이다. 모와 맞붙는 선수들은 그의 무시무시한 펀치가 겁을 내는 것이지 레슬링은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모의 레슬링도 명현만에게는 통했다.

2라운드부터 모는 적극적으로 클린치를 시도하며 레슬링을 섞기 시작했다. 타격전에서 점수를 많이 잃은 것을 느끼고 급선회한 것이다. 명현만은 케이지에 등을 기댄 채 그럭저럭 버티긴 했지만 효과적으로 클린치 싸움을 벌이지는 못했다. 오히려 2라운드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테이크다운을 빼앗긴 채 탑포지션까지 허용했다.

이것이 모에게는 힌트가 됐다. 모는 3라운드가 시작하기 무섭게 작정하고 테이크다운을 시도했고, 어렵지 않게 명현만을 넘어뜨린 후 넥 크랭크를 성공시키며 경기를 끝냈다. 명현만의 치명적 약점이 드러난 순간이다.

이날 패배는 명현만에게 쓴 약이 될 수도 있다. 명현만의 경험이 일천한 만큼 강점을 다듬고 약점을 보강하는 훈련을 거친다면 더욱 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아쉬운 패배를 딛고 업그레이드 되어 돌아올 명현만을 향한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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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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