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주연의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 등 그들의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다.ⓒCJ엔터테인먼트
영화 '마스터' 리뷰 이병헌·강동원·김우빈 주연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톱스타들이 뭉쳤다. 여기에 '천만 요정' 오달수, 엄지원, 진경까지. 영화 '마스터'는 화려한 스펙을 자랑한다. 제작비도 100억원이 넘는다. 그런데 이 영화, 상다리가 부러질 듯한 밥상을 내놓았으나 맛이 밋밋하다.
범죄오락액션영화의 미덕인 팽팽한 긴박감, 심장이 쫄깃해지는 긴장감이 없다. 143분이라는 상영시간이 너무 길게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의 얼개는 간단하다.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이 희대의 사기꾼 진회장(이병헌)을 소탕하는 이야기다. 재명은 정의를, 진회장은 '절대 악'을 각각 묘사한다.
화려한 언변, 사람을 현혹하는 재능, 정관계를 넘나드는 인맥을 자랑하는 진회장은 수만 명을 상대로 사기를 친다. 돈과 권력을 쥔 그를 잡아넣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수가 틀리기라도 하면 살벌한 짓을 저지른다.
배우 이병헌은 영화 '마스터'를 통해 악역 진회장에 도전했다.ⓒCJ엔터테인먼트
사법고시까지 패스한 엘리트 형사 재명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올곧은 신념으로 진회장을 반년간 추적한다. 진회장을 잡고 진회장의 뒤를 봐주는 검은 손을 잡아넣는 게 그의 목표. 진회장의 최측근인 박장군(김우빈)을 이용해 수사망을 좁혀가던 재명은 오히려 진회장에게 반격을 당한다. 그간 쌓아놓은 일이 물거품 될 위기에 처하고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려온다. '나쁜 놈'에 맞선 '정의'는 승리할 수 있을까.
영화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 등 그들의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다. '감시자들'(2013)로 550만명을 모은 만든 조의석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당초 '건국 이래 최대 게이트'라는 홍보 문구를 앞세운 이 영화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썩은 머리 이번에 싹 다 잘라낸다'로 바꿨다.
화려한 캐스팅이 장점이다. '내부자들'(2015)로 흥행 대박을 친 이병헌, '검은 사제들', '검사외전' 등에서 쌍끌이 흥행을 보여준 강동원, 비주얼 덩어리 김우빈의 조합이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그냥 나쁜 놈' 진회장 역을 맡은 이병헌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다. 사기꾼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연기해 얄미울 정도다. 중간중간 넣은 '깨알 애드리브'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재주를 부린다. 이병헌은 강동원, 김우빈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을 매끈하게 해냈다.
배우 강동원과 김우빈이 영화 '마스터'를 통해 호흡을 맞췄다.ⓒCJ엔터테인먼트
이병헌은 "진회장은 어떤 누구를 떠올릴 순 없지만 현실에 있을 법한 사람"이라며 "악역에 설득당해야 하는 작업이 어려웠다. 감독과 대화를 나눈 끝에 진회장은 보통 사람들과 생각의 구조 자체가 다른 사람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작 '가려진 시간'에서 꽃미모를 선보인 강동원은 데뷔 후 처음으로 형사 캐릭터에 도전했다. 그가 선보인 형사는 우리가 모두 꿈꾸지만 현실에서 보기 드문 정의감 넘치는 캐릭터다. '정의는 있다'고 믿으며 상부의 말도 무시한 채 '나쁜 놈'을 잡아들이는 장면은 판타지에 가깝다.
거칠고 투박한 형사 옷을 입은 강동원에 대해선 평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꽃미남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딱딱한 형사 캐릭터가 겉도는 느낌이고 대사 처리도 어색하게 다가온다.
박장군 역을 맡은 김우빈은 이 영화에서 유독 반짝인다. 능청스러운 박장군을 만난 김우빈은 이병헌과 강동원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롭게 헤엄친다. '함부로 애틋하게' 속 무거운 캐릭터를 벗은 경쾌한 몸놀림이 눈에 '쏙' 들어온다.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주연의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 등 그들의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다.ⓒCJ엔터테인먼트
'마스터'의 가장 큰 아쉬움은 범죄액션오락영화가 주는 짜릿한 통쾌함이 부족하다는 거다. 진회장의 사기 행각과 재명의 반격을 보여주는데 굳이 143분이나 할애해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진회장, 재명, 박장군이 속고 속이는 두뇌 싸움은 그간 범죄액션오락영화에서 봐왔던 식으로 펼쳐져 새롭지 않다.
극 말미 마닐라에서 펼쳐지는 부분을 제외하곤 극이 느슨하게 풀려버리면서 심심한 맛이 난다. 관객의 뒤통수를 후려칠 반전도 없어 통쾌한 액션 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조 감독이 '감시자들'에서 보여준 짜임새 있고 탄탄한 연출을 떠올리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도 흥행 전망은 어둡지 않다. 경쟁작 '판도라'의 흥행 폭발력이 그다지 크지 않고 개봉일인 21일 즈음에는 이렇다 할 큰 경쟁작이 없기 때문이다.
권력형 비리와 정경유착 등 한국 사회의 치부를 꼬집는 '마스터'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맞물려 개봉한다.
조 감독은 "3년 전에 영화를 기획했는데 당시에는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뉴스를 보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 속 인물들을 캐릭터에 녹여냈다"고 밝혔다. 이어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일어나는 사회에서 모두가 상상했을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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