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세 vs 반기문 바람'...전문가가 본 설 이후 대선 판도는?
헌재 판결 전까진 '문재인 대세론' 대체로 공감
'반풍'에 묻혀 있던 보수 진영 후보들 부각될 듯
세대와 지역을 초월하는 명절 밥상머리에서, 특히 선거를 앞둔 명절에 이름이 많이 거론될수록 지지층이 결집한다는 것은 정설(定說)로 통한다. 더욱이 이번 설은 국정농단 사태로 ‘정치’가 밥상머리의 화두로 자리 잡은 양상이어서 여야 차기 대권 주자들이 설 민심을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정가에서는 설 이후 대선 판도의 유동성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차기 주자는 보수 진영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 등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손학규 민주당 전 상임고문, 박원순 서울시장, 심상정 정의당 등으로 야권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후보를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세론’이 굳어질 거라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한다. 도리어 문 전 대표를 추격하는 주자들의 판세가 변동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보수 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지지율 추세도 요동칠 거라는 해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이재명 성남시장도 한풀 꺾였고, 안철수 전 대표, 손학규 전 상임고문 등도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정권 교체 요구가 큰 상황에서 이러한 추세는 ‘문재인 대세론’이 탄력받는 구조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설 이후에도 현재 지지율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며 “역대 대선 같은 경우는 골인 지점이 정해져 있었지만, 지금은 막연하게 조기 대선 가능성만 있으므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면 그때부터 특정 후보를 향해 표 결집 현상이 생길 것”이라며 “지금은 예선전에 불과하다면 헌재 결정 이후에는 본판이 벌어질 거다”라고 말했다.
‘반풍(潘風)’으로 좀처럼 주목받지 못했던 보수 진영의 주자들이 반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과, 설 연휴 전 출마 선언 등으로 반등할 수 있을 거라는 해석도 있다. 특히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설 연휴 직전인 25일과 26일에 각각 대선 출정식을 열어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엄 소장은 “반 전 총장이 귀국할 때 자신의 행보, 제3 지대로 갈 것인지, 기존 정당과 결합할 것인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사전 점검했어야 했다”며 “이도 저도 아닌 행보를 보이다 보니 지지율 20% 벽이 무너진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설을 기점으로 황교안 대행이나 유승민 의원 등이 대안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보수 진영에서 구조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보와 통화에서 황교안 대행의 지지율을 주목했다. 이 평론가는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으로 갈 가능성이 큰 상태여서 새누리당 친박계 입장에서는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박 대통령과 친박계에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기 때문에 이들은 짙은 보수색을 띠고 있는 황 대행에 기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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