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의 수출 증가로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노동생산성 제고와 함께 기업의 기술 진보를 유발하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이 11일 발표한 '한·미 FTA 재협상이 총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라는 제하의 보고서에 따르면 양국간 관세율 인하·철폐 시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최대 156억달러(17조7216억원), 미국의 대한 수출은 최대 429억달러(48조734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또 한미 FTA가 노동생산성 개선과 기업의 기술진보를 유발해 양국의 총 생산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산업 내 로테크(Low-tech) 내수기업과 하이테크(High-tech) 수출기업 간 경쟁 관계와 노동자와 각 기업군을 모형화해 부문별 관세율 인하에 따른 양국의 수출증대 효과를 네 가지 시나리오에 맞춰 이를 분석했다.
4가지 시나리오는 ▲제조업 부문 관세율 50% 인하 ▲1차 산업 및 제조업 부문 관세율 50% 인하 ▲제조업 부문 관세율 완전(100%) 철폐 ▲1차 산업 및 제조업 부문 관세율 완전(100%) 철폐 등이다.
한경연은 이번 분석을 위해 생산성 효과분석이 불가한 기존 경제모형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업과 노동자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경제모형을 개발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한미 FTA가 양국 간 교역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의 대 한국 수출을 크게 늘려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산업과 제조업 부문의 전체 관세율을 완전 철폐시 한국의 대 미국 수출은 153억달러 증가하는 반면, 미국의 대 한국 수출은 429억달러 증가해 한국의 대미 수출 증가분을 크게 상회했다.
또 제조업 부문에 한정해 관세율을 완전히 철폐할 경우를 산정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대미수출 증가금액은 156억달러로 시나리오 중 가장 큰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미 FTA는 한미 양국 모두의 총 생산성도 크게 증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FTA로 노동생산성을 개선하는 한편 기업의 기술진보를 동시에 유발하여 양국 모두의 총 생산성도 제고한다는 분석이다.
노동생산성은 네 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또 기업 측면에서는 제조업 부문 로테크 내수기업 수는 줄고 하이테크 수출제조기업 수가 늘어났다.
1차 산업과 제조업 부문의 관세율을 완전 철폐하면 한국의 하이테크 수출제조기업 수는 1.29%, 미국은 6.21% 증가했다. 로테크 내수제조기업의 퇴출과 하이테크 수출제조기업으로의 전환에 따른 결과이다.
정재원 한경연 연구위원은 “FTA 체결은 당사국 간 생산성 증대를 목표로 해왔지만 그동안 경제모형의 한계로 무역수지 증감만으로만 득실을 논했다”며 “이번 연구결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한미 FTA는 한미 양국 모두의 총 생산성을 크게 증대시키는 상호 호혜적인 자유무역협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보다 미국에서 생산성 증대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나 한미 양국 간 교역에 있어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훨씬 더 크게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 한국 또는 대외 무역수지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한미 FTA 체결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미국 산업 전반의 대외 경쟁력 약화 등 다른 미국 내부 산업 구조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연구위원은 “실제로 모형 내 미국 노동 생산성을 조금만 감소시키더라도 한미 FTA의 총 생산성 증대효과는 크게 잠식되는 것으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히 “최근 미국의 한미 FTA 재협상 또는 폐기 요구는 한미 양국의 교역감소, 총 생산성 감소로 이어질 것이며 이에 따른 피해는 미국이 훨씬 클 것”이라며 “양국의 많은 기업이 상대국에 대규모로 투자한 상황에서 한·미 FTA 재협상 또는 폐기는 양국 기업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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