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 '국민통합' 강조하며 파격 행보
1963년 케네디 베를린 연설 떠올려
연설문 없던 문장 즉석에서 추가해
보수정당 대통령 최초 '임을 위한 행진곡' 완창도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대선 전부터 줄곧 외쳤던 '국민통합'에 대한 의지를 적극 피력했다.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 최초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기념사에서는 사전 연설문에 없던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이라는 말을 즉석 추가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 30분 서울역에서 KTX 특별열차를 타고 광주로 출발했다. 국민의힘 의원 100여 명과 대통령실 참모진과 새롭게 임명된 정부 부처 장관들과 함께 이동했다.
특별열차에 탑승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열차 출발 직후부터 열차 칸을 분주히 오가며 동행한 인사들 모두에게 악수를 건네며 소통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의 길에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고 언급하며 국민통합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5·18민주묘지의 정문인 '민주의 문'을 통과해 기념식장으로 향했다.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 중 처음 성사된 입장 방식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에는 경호를 이유로 차량을 이용한 바 있다.
유가족 단체 등과 함께 약 200m를 걸어 식장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는 우리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철학"이라며 "그러므로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정신은 바로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또 "오월이 품은 정의와 진실의 힘이 시대를 넘어 영원히 빛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노력하자"며 "오월의 정신이 우리 국민을 단결하게 하고 위기와 도전에서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한다"고 힘줘 말했다.
기념사 막바지 윤 대통령은 "그런 의미에서 자유와 정의, 그리고 진실을 사랑하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입니다"라 언급하며 연설을 마쳤다. 사전 연설문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던 문장을 즉석에서 추가한 것이다.
대통령실 측은 "윤 대통령이 광주로 향하며 1963년 6월 베를린을 방문한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유명한 연설을 떠올렸다고 한다"고 전했다.
해당 연설은 케네디 대통령이 베를린 시민들을 향해 "2천년 전 가장 자랑스러운 말은 '나는 로마 시민이다' 였고 이제 자유세계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말은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 이다"며 "모든 자유인은 그들이 어디에 살더라도 베를린 시민이라 할 수 있다. 저 역시 자유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게 말하겠다.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라 언급했던 것을 말한다.
연설을 마친 윤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지막 식순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오른편에 위치한 황일봉 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과 왼편에 위치한 유족 박금숙 씨의 손을 잡고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화면에 포착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박근혜 정부까지만 해도 꼭 불러야 할 의무가 없는 '합창' 형식이었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제창'으로 바뀐 바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이 곡을 제창하며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대통령이 됐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을 모두 마친 이날 오후 재차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우리는 42년 전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항거를 기억하고 있다"며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었고, 자유민주주의 정신 그 자체로, 지금도 자유와 인권을 위협하는 일체의 불법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할 것을 우리에게 명령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있는 역사"라며 "민주 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에 경의를 표하며,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 가족과 이웃, 벗을 잃은 아픔을 안고 살아가시는 5·18 민주화 운동 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