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시위에 참여했다 제대 후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 가입·활동
1989년 잠적한 뒤 인노회 회원 15명 구속…이후 1989년 8월 '경장 특채'
김순호 "나는 관계 없다…옛 동료들의 구속에 영향 끼칠만한 말 하지 않았다"
녹화사업 대상자로 프락치 활동 의혹 강력 부인…국가기록원, 김순호 자료 제출 거부
행정안전부 경찰국 초대 국장인 김순호 치안감의 지난 1989년 경찰 입문 경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김 국장이 몸담았던 노동운동단체 회원들은 그가 옛 동료를 밀고한 대가로 경장 특채에 합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김 국장이 경장 특채된 경위가 담긴 자료를 5일 제출했다. 이 자료엔 김 국장이 1989년 8월 경찰공무원법과 경찰공무원임용령에 따라 '임용예정직에 상응한 보안업무 관련 전문지식을 가진 자'로 인정돼 경장으로 특별채용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경찰공무원임용령에는 대공공작업무와 관련 있는 자를 대공공작요원으로 근무하게 하기 위해 경장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김 국장은 치안본부 대공수사3과에서 경장으로 경찰에 첫 발을 디뎠고, 1998년 경감 승진 때까지 약 9년간 보안 분야에서 일했다.
김 국장은 대학생 때 시위에 참여했다가 붙잡혀 1983년 강제로 군에 입대했다. 제대 후에는 이적단체로 규정된 노동운동단체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에 가입했다.
이 단체 회원들에 따르면 당시 김 국장은 김봉진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했다. 그러던 김 국장은 1989년 4월께 갑자기 사라졌고 그 뒤 회원 15명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후 김 국장은 1989년 8월 경장으로 특채됐다.
인노회 일부 회원들은 김 국장이 동료를 밀고하고 그 대가로 경장으로 특채됐을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인노회 옛 동료들은 부천 지역 조직 책임자였던 김 국장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까지 경찰이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이 같은 의심에 대해 "소설 같은 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인노회 회원들의 구속에 대해 "나는 관계없다"며 "왜 나와 연관시키는지 모르겠다"고 잘라 말했다. 김 국장은 경찰에 인노회의 활동을 자백하며 옛 동료들의 구속에 영향을 끼칠만한 말은 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국장은 1989년 2월부터 인노회 회원들에 대한 검거가 시작되자, 자신은 몸을 피해 고향 집으로 내려갔다가 같은 해 7월께 경찰에 그간의 활동을 자백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보안사령부(현 국군안보지원사령부)의 '녹화사업' 대상자로 프락치(끄나풀) 활동을 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가기록원은 국군안보지원사령부가 작성한 김 국장에 대한 자료를 이관받아 관리 중이다. 국가기록원은 이성만 의원실로부터 자료 제출을 요구받았지만 정보공개법에 따라 제공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