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최근 공식석상 두문불출
'건강 이상설' 재확산
"실각 땐 남미행" 관측 나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유라시아경제공동체(EAEC) 행사가 마지막 모습이다.
이로 인해 지속적으로 나온 푸틴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이 재등장하고 있다. 이에 더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실각과 함께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 등 남미행 '노아의 방주'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유라시아경제공동체(EAEC) 행사 푸틴 대통령이 샴페인잔을 뜬 채 술기운을 띤 듯한 모습을 보였으며,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도네츠크주를 크림반도와 혼동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은 16일 푸틴의 부재설을 일축하려는 듯 이틀 연속 내각 화상회의를 주재하는 푸틴 대통령의 모습을 공개했다. 하지만 더타임스는 대통령 부재시를 대비해 크렘린궁이 미리 찍어둔 동영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의 행방에 대한 의문은 공식행사나 연례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12일 "푸틴 대통령이 올해 연말 기자회견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2012년 3기 집권 이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년 해오던 행사다.
이와 관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푸틴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수백 명의 언론인과 외신 기자단을 불러 모아 놓고 평균 3시간 이상 TV 생중계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며 "올해 이 행사를 취소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밀리고 있는 데다 강제 동원령에 따라 여론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영국 가디언도 "연말 기자회견은 푸틴 행정부의 투명성을 보여주는 자리였는데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고립되면서 이 기회와 멀어지게 됐다"고 판단했다.
푸틴 대통령은 매년 연말 참가하던 아이스하키 행사도 취소했다. 붉은 광장 특설 아이스링크에서 개최되는 이 행사에 푸틴 대통령은 건강한 모습을 과시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거의 해마다 직접 출전했었다.
러시아 정치 전문가인 예카테리나 슐만은 더타임스에 "전부 뭔가 의심스럽다"며 "이런 행사는 (정권의) 안정성 유지 면에서 필요하다. 사람들은 벌써부터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비서관 출신인 아바스 갈리야모프 정치평론가는 크렘린궁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이 최악의 상황에 도피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탈출계획 작전명을 '노아의 방주'로 정했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친정부 성향 언론은 단순히 전쟁 수행으로 푸틴 대통령의 일정이 워낙 빡빡하기 때문이라며 신변이상설을 일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