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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정당서 나와서 문제"…수박 색출용 된 野 '체포안 기명투표' 추진


입력 2023.07.26 00:00 수정 2023.07.26 00:16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민주당 혁신위 제안에 이재명 "조기 전환해야"

檢의 영장청구 가능성 제기되는 상황이라 논란

비명계 "동의한 사람 이름 밝히라는 선동" 반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치권에서 때아닌 '체포동의안 기명투표' 논란이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의 2호 쇄신안인 '체포동의안 기명투표'가 사실상 내부 단속을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당사자인 이 대표가 직접 해당 제안에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무기명에서 기명으로 변경하라는 혁신위의 쇄신안에 대해 "입법 사안인데 조기에 기명투표를 선언하는 게 필요하다"며 "책임정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투표 결과에 대해서 책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지난 21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국민의힘도 불체포특권 포기 의사를 천명했고 관련 법안도 제출돼 있다"면서 민주당이 주도해 21대 임기 내 기명투표 관련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국회법 112조 5항에 따라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도 인사 관련 사항이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으로 가부를 묻는다. 이에 따라 국무위원 해임안과 탄핵안부터 원내 상임위원장 투표까지 모두 무기명으로 진행된다.


민주당, 과거에도 체포안 기명투표 추진 전력
열린우리당 시절엔 당론이었지만 입법은 불발


민주당 내에서 체포동의안 기명투표 필요성이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민주당은 2018년 자유한국당 홍문종·염동열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고, 그 과정에서 자당 내 일부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드러나자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명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논의는 당내 이견으로 당론 채택에 이르지 못했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월에도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가 국회의원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제한하면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명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찬반을 공개해 국회의원 각자 체포동의안 표결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당시 정당혁신추진위원회의 입장이었다.


이보다 한참 앞선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에도 체포동의안 기명투표 등을 위한 국회법 개정이 사실상 당론으로 정해졌지만, 여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무위에 그친 바 있다.


6월 12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각각 부결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처럼 민주당에서 여러 차례 논의가 됐음에도, 현재 더 논란이 되는 이유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조만간 국회로 넘어올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할 경우 내년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물론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보복이 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내에서는 '수박 색출용'이라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비명(비이재명)계 조응천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지난 6월 이 대표가 정당 대표 연설때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는데 또 이걸 기명투표로 하자는 건 당내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며 "이 대표 스스로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기명투표를 했을 경우 누가 찬성했고 누가 반대했는지 다 나온다. 체포에 동의한 사람들에 대해 또 '수박'이라고 그러면서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낙천운동 같은 게 벌어지고 하지 않겠는가"라며 "의원들에게 '이를 의식하지 마라'라는 건 무리다. 이 대표가 괜한 말을 해 논란을 자초했다"고 직격했다.


이원욱 의원도 페이스북에 "혁신위는 우려했던 대로 '성역지키기위원회'로 가고 있다"며 "기명투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올 때 누가 찬성했고 반대했는지 알겠다는 것이다. 동료 의원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에 대해 (동의한 사람의) 이름을 밝히라는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與 "李, 이탈표 감시 장치로 만들겠다는 것"
전문가도 "방탄했던 野·李가 언급해서 문제"


국민의힘도 혁신위와 이 대표의 기명투표 필요성 제기에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다고 보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다시 청구될 것이 두려워 야당에서 이탈표가 나오지 않도록 의원의 표결을 감시하는 장치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일부 안건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하는 이유는 의원이 외압에 시달리지 않고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그런데 현재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강성 지지층에게 '수박'으로 찍혀 조리돌림 당할 것이 두려워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성 지지층에게 좌표를 찍어줌으로써 야당 의원의 소신 투표를 봉쇄해 외려 민주주의의 퇴행을 불러올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사실 정치권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명으로 바꾸자는 얘기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방탄'을 일삼았던 민주당이, 그것도 이 대표가 언급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미국은 철저하게 '롤콜(roll call)'이다. 의원들이 일일이 찬성이냐 반대냐를 직접 이야기하는데, 우리도 공개를 해서 유권자들이 판단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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